한국군도 "교훈 삼아야" 인정했다…하마스 기습작전 어땠길래

이근평 2023. 10. 10.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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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당국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을 놓고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돼 우리 군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9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가자지구에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강신철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은 10일 국방위 국정감사에 출석해 “하마스가 기습작전을 통해 대규모 공격 개시, 로켓포 수천 발, 그리고 고속상륙정 등을 활용한 지·해·공 침투로 최소 21개 지역에서 교전이 있었다”며 “하마스의 기습은 성공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특히 강 본부장은 “짧은 시간 내 로켓포 공격으로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 방어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시간과 수단, 방법 측면에서 적이 활용 가능한 비대칭적 공격 형태가 식별돼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간적인 측면에선 유대교의 안식·기념일 등 휴일 새벽을 틈 타 공격을 벌였고 수단으로 소규모 침투·습격부대, 로켓포, 트럭, 동력 패러글라이더 등 재래식 전력이 활용했다는 게 합참의 설명이다. 북한이 이 같은 기습 방법을 모방할 것에 대비해 시행가능한 대비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군 당국은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과 국경 일대에서 운용하는 과학화 경계시스템이 무력화됐다는 점을 들며 이들 시스템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북한은 현재 하마스가 보유한 로켓포의 성능을 능가하는 170㎜ 자주포 및 240㎜ 방사포 등 장사정포 340문 이상을 수도권을 향해 겨냥하고 있다.

총을 들고 패러글라이더를 타 이스라엘로 침투하는 하마스 대원. 트위터 MarioNawfal

북한이 이들 무기 체계를 최대 가동해 1시간에 1만6000여 발을 쏟아 붓는다면 2026년에 ‘한국형 아이언돔’인 장사정포 요격 체계(LAMD)가 배치되더라도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게 군 안팎의 지적이다. 한국형 요격 체계 개발과 배치를 늘리는 동시에 민간인 지역 등에 방호 시설을 확대·점검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날 보고에선 세계 최고 수준으로 알려진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실패도 거론됐다. 강 본부장은 “모사드가 기습공격을 예측하지 못한 게 가장 큰 문제였다”며 “한·미 대북 정보감시체계상 취약점을 분석하고 조기경보시스템과 정보공유체계를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마스의 ‘가짜평화’ 기만술에 이스라엘 정보당국이 당한 이번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군 당국은 “한·미 연합의 대북 정보·감시·정찰(ISR) 자산을 통합 운용해 북한 도발 징후를 중첩 감시하고 있다”며 “대화력전 수행으로 적의 장사정포를 조기에 제거하겠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전선에서 맞붙는 정규전 외에 하마스와 같이 글라이더 등 비정규전 특수부대로 후방 침투를 벌일 수 있다는 점도 경계 대상이다. 이는 북한이 강조하는 작전 개념으로 이른바 '하이브리드전'으로 불린다. 북한은 소형 군용기인 An-2를 300대나 운용하고 있으며, 글라이더로 도시 침투 훈련을 벌이고 있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앞서 국방부는 2022 국방백서에서 북한 특수부대 병력을 20만 명으로 추산했다. 북한이 운용하는 관련 기체는 목재 등으로 제작된 데다 저속·저공 비행이 가능해 레이더로 탐지가 어렵다. 강 본부장은 “탐지식별자산을 증가 운용한 후 지상과 공중 방공전력을 통합 운영해 ‘탐지-식별-타격’을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북한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심리전을 벌이는 점도 대비해야 한다고 봤다. 하마스가 인질 생포 등의 영상 공개로 이스라엘 국민의 공포감을 극대화한 데 주목한 것이다. 북한 역시 유사시 기습을 펼치면서 정부 고위 관료 살해, 국군 패퇴, 주한미군 철수 등 가짜뉴스를 SNS상에 퍼뜨릴 가능성이 크다. 강 본부장은 “인지적 영역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부처와 유관기관의 노력을 통합하겠다”며 “전시에 계엄과 연계해 통합정보작전 수행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팔레스타인인들이 지난 7일(현지시간) 붙잡힌 이스라엘 민간인을 이스라엘 크파르 아자 키부츠에서 가자지구로 데려가고 있다. AP=연합뉴스

한편 이날 국방위 국감은 여야 충돌로 예정된 시간을 8시간 넘긴 오후 6시가 넘어서 시작됐다. 야당 국방위원들이 ‘부적격자 신원식 국방부 장관 임명 철회하라’는 피켓을 좌석 테이블에 일제히 내건 데 여당이 입장을 거부하면서다.

이날 오전 여당 간사인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이 신 장관의 과거 문재인 전 대통령 퇴진 발언에 대해 “야당이 임명을 철회하라는 것은 정치적인 것이어서 받아들일 수 없다”며 “(신 장관의) 막말을 이야기하는데 성남시장 때 형수에게 욕을 한 사람도 있다”고 하자 기동민 민주당 의원은 “왜 여기서 이 대표 이야기가 나오냐”고 맞섰다. 오후 들어 야당은 해당 티켓을 떼어냈지만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사과가 없다면 이날 개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야당 간사인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국감은 개인에 대한 자리가 아니다”며 “개의를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이후 오후 6시 8분쯤 국방위원장인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이 개의를 선언하면서 국감이 시작됐다. 하지만 국민의힘 의원석은 비어있었다. 오후 8시 30분 현재 국감은 일단 정회된 상태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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