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묻은 소년 울고, 2살 아기 건물 깔렸다…아프간 지진 현실
어린 동생을 잃은 소년은 무덤가에서 목놓아 울었다. 건물 잔해에 깔린 두살 아기가 시름하고 있지만 의료진은 없다. 잔해를 파헤칠 도구도 없어 무너진 건물은 그대로 수백명의 무덤이 됐다.
지난 7일(현지시간) 규모 6.3의 강진이 발생한 아프가니스탄의 현재 모습이다.
영국의 가디언은 9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아프간 북서부를 강타한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3000명에 육박한다”며 “7일 강진 뒤에도 8차례의 여진이 진앙에서 30km 떨어진 헤라트주를 뒤흔들었지만 피해 주민들은 인도주의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지진이 발생한 지 사흘이 지났지만, 아프간 현지엔 아직 구조 인력조차 도착하지 않은 곳이 많다. 목숨을 살릴 수 있는 안타까운 시간이 흘러가고 있지만 외부 구조대는 물론, 구조에 필요한 장비조차 지급되지 않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지진에서 살아남은 주민들은 장비 지원이 없어 삽과 곡괭이로 건물 잔해를 파헤치며 혹시 모를 생존자를 수색하고 있다. AFP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건물 잔해 자체가 큰 무덤으로 변해가는 모양새”라고 표현했다.
아프간에 대한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배경은 장기화된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무력충돌 등으로 국제사회의 관심이 아프간에서 멀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서방의 관심이 받지 못한 상황에서 그나마 중국·이란 등 몇몇 나라가 지진 복구 지원을 약속했지만, 지원이 늦어지면서 현장 상황이 달라지지 않고 있다.
이에 앞서 2021년 8월 탈레반이 아프간에서 재집권하면서 국제 구호단체가 대대적으로 철수하면서 현지 의료 시스템은 사실상 마비된 상황이다. 탈레반은 지진이 발생한 이후에도 유엔이나 비정부기구(NGO)의 구호 활동에 여성들이 참여하지 못 하게 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제한적인 국제사회의 지원 문턱을 더 높였다는 평도 나온다.
아프간 정부는 9일 현재 사망자 수를 2445명으로 집계해 발표했다. 그러나 아프간은 해당 숫자에 대해 “유동적”이라고 했다. 아직 파악조차 하지 못한 지진 피해자가 적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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