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60만원 스위트룸'…가스公 전 사장의 호화 출장

배경환 2023. 10. 10.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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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공공기관 경영관리 실태 감사 결과
산자부 사무관은 난방公 법카 사용
부서 회식비 1200만원을 대신 결제

채희봉 전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재직 시절 해외 출장에서 회삿돈으로 1박에 260만원짜리 호텔 스위트룸에 묵은 것으로 드러났다. 장관급 공무원의 해외 숙박비 상한 95만원의 2.7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또 공기업 법인카드로 수천만원을 결제한 공무원과 직원들에게 노트북 PC 수천대를 뿌린 공공기관 등도 적발됐다.

감사원, 공공기관 경영관리 실태 감사 결과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감사원이 10일 공개한 ‘공공기관 재무건전성 및 경영관리 실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가스공사는 임원과 고위 간부의 국외 출장 시 숙박비를 무제한으로 지급한다는 내용의 ‘여비규정’을 두고 있다. 이를 빌미로 가스공사 임원 및 고위 간부들은 2019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국외 출장을 53차례 다녀오면서, 비슷한 직급의 공무원이 여비로 받을 수 있는 금액보다 7623만원을 더 받아갔다.

채 전 사장은 지난해 4월 영국 런던으로 3박5일간 출장을 다녀오면서, 3박을 모두 5성급 호텔인 ‘샹그릴라 더 샤드’에서 1박에 260만원짜리 스위트룸에 묵었다. 이를 포함해 채 전 사장은 해외에서 총 74일을 묵으면서 숙박비로 하루 평균 87만원을 썼다. 채 전 사장은 고급 호텔에 묵은 데 대한 감사원의 소명 요구에 아무 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채 전 사장이 호화 출장을 다닌 지난해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8조6000억원에 달했다. 미수금은 천연가스 수입 대금 가운데 가스공사가 요금을 받아 회수하지 못한 금액으로, 일반적인 기업의 손실에 해당한다. 감사원은 가스공사에 임직원들이 국외 출장 숙박비를 방만하게 쓰지 못하게 여비규정을 고치라고 통보했다.

'산하기관 법카는 개카'…산자부 사무관 갑질

산업통상자원부 5급 사무관은 한국지역난방공사에서 파견된 직원들에게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897차례에 걸쳐 자기 식사비 등 업무와 무관한 비용 3800만원을 난방공사 법인카드로 대신 결제하게 했다. 이 사무관은 난방공사 직원들에게 자기 출장에서 운전기사 노릇을 시키거나, 음식물을 사서 자기 집으로 가져오게 하기도 했다. 경기도 성남시에서 근무 중인 직원을 강원도 삼척시까지 오게 해 식사비를 대신 내게 한 적도 있었다.

이 사무관의 상관인 과장도 난방공사 직원들에게 부서 회식비 1200만원을 대신 결제시켰다가 적발됐다. 감사원은 해당 사무관을 검찰에 고발하는 한편, 산업부에 해당 사무관을 파면하고 과장은 정직시키라고 요구했다.

한국남부발전은 한국동서발전과 절반씩 지분을 갖고 있는 울산시 남구 사택을 2014년 동서발전이 45억원에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는데도 이를 거절하고, 자사 간부에게 23억7000만원에 팔았다. 이 간부는 남부발전 전·현직 직원 12명과 일반인 3명 등으로 ‘조합’을 만들어 각자 출자하게 해 사택 매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했다.

이 과정에서 이 간부는 사택 매각 담당자로부터 ‘경쟁 입찰자가 없을 것’이라는 내부 정보를 빼내기도 했다. 이 간부는 사택을 계속 써야 하는 동서발전에 자기가 사들인 남부발전 지분을 100억여원에 되살 것을 요구했고, 남부발전이 이를 거절하자 2021년 2월 사택 토지를 지분율대로 쪼개 남부발전과 나눠 갖게 해달라는 소송을 걸어, 소송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이 간부를 비롯한 남부발전 직원 3명을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 또 이 간부가 ‘조합’ 구성원들로부터 명의를 신탁받은 것과 관련해 울산시에 이 간부에게 과징금을 부과하라고 통보했다.

아버지 명의로 영농손실보상금 신청

한국수자원공사의 토지 보상 담당 직원은 자사가 수용한 토지 가운데 영농손실보상금 신청이 없는 토지가 있다는 것을 알고, 2016년 말 자기 아버지 명의로 이 토지에 대한 손실보상을 신청하는 등의 방법으로 보상금 8121만원을 받아 챙겼다가 적발됐다. 이 직원은 감사원 감사가 시작되자 공사에 법정 이자 2239만원을 포함해 1억360만원을 반환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77억원을 들여 노트북 5690대를 사들인 뒤 3급 이하 직원 전원에게 나눠줬다가 감사원 지적을 받았다. 농어촌공사는 ‘스마트워크 환경 구축’을 위해 노트북을 지급했다고 주장했으나, 감사원은 전 직원에게 노트북을 지급해야 할 특별한 이유가 없었다고 봤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직원 12명만 다니는 사내대학을 운영하면서 LH 퇴직자 57명을 시간강사로 썼다가 감사원 지적을 받았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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