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처럼 집값 조사하는 나라 없어”...신뢰도 의심되는 ‘주간 아파트 통계’
조사 간격 짧아 표본 확보 어렵고 중개업소 판단 개입
“부정확한 주간조사 폐지해야”
10월 9일 한국도시연구소가 발표한 ‘2023년 상반기 실거래가 분석을 통해 본 주거 정책의 현안과 과제’ 보고서에서 부동산원과 KB가 실거래가와 호가(매도자가 부르는 값)를 혼용해 국내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를 산출하는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부동산원은 2012년부터 전국 209개 시군구의 3만2900호, KB는 2008년부터 전국 240개 시군구의 6만2220호의 표본을 대상으로 주 1회, 월 1회 주택 가격을 조사한다. 실거래가는 계약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신고되기 때문에 현재 주택가격 동향에서 100% 반영되기 어렵다는 특성이 있다. 이에 따라 실거래가와 부동산중개업소에 물어본 가격(호가)를 바탕으로 산출한다.
부동산원은 호가를 그대로 반영하지 않고 협력 중개업소의 주간 모니터링 자료와 네이버 부동산의 매물정보를 활용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개별 호 단위로 추출되는 표본주택이 실거래될 확률이 매우 낮기에 호가의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다. 실제 부동산원은 조사 대상의 실거래와 유사 거래가 없을 경우 호가인 ‘매물가격’으로 표본가격을 산정하고 있다.
KB도 거래가 되지 않을 경우 ‘부동산중개업소에서 조사된 가격’을 반영한다. 호가를 조사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히고 있지만 보고서는 “중개업소에서 조사된 가격이 호가라는 인식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한국도시연구소는 “매물정보를 활용한 가격은 조사원의 자의적인 판단이 개입된 가상의 가격”이라고 지적했다.
표본에 따라 아파트 가격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었다. 부동산원이 표본을 교체한 2021년 6월, 전국 아파트 ㎡당 매매가는 6월 532만원에서 7월 607만원으로 상승했다. 그해 8월 이후 월간 ㎡당 매매 변화폭이 20만원이 넘는 적이 없다는 점에서 한 달 만에 ㎡당 75만원 상승한 결과는 이례적이다.
한국의 주간동향조사 신뢰도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문제점이 많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우리나라처럼 호가와 실거래가를 혼합해 지수를 작성하거나, 시군구와 함께 소지역에 대해 주간·월별 가격지수를 발표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캐나다와 미국, 영국 공공기관에서 작성하는 가격지수는 실거래가에 기반하고 있다.
두 기관의 부정확한 통계는 표본 증가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조사 단위와 공표 주기가 짧기 때문이다. 이들 기관은 정확한 자료 생산에 필수적인 에디팅(editing)과 보정 작업이 이뤄지는 최소한의 시간을 확보하지 않고 있다. 부동산원과 KB는 매주 월, 화요일 이틀간 전국 주택 가격을 조사해 목요일에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도시연구소는 “속보성 자료 생산을 위해 정확성을 희생하고 있는 주간동향지수 작성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부정확한 주간동향 조사는 정부와 개인 의사결정에 잘못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기에 폐지해야 한다”며 “실거래가에 기반한 정확한 월간동향 지수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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