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다짐해 놓고, 대통령 말 한마디에 정치 세무조사"
[김종철 기자]
▲ 김창기 국세청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 남소연 |
"(국세청장이) 신뢰받는 국세청을 다짐해 놓고,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언론사부터 학원, 일타강사까지 정치적으로 세무조사를 한 것 아닌가."(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
1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세청에 대한 국정감사장.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은 국세청의 언론사와 대형학원 등에 대한 세무조사를 두고, 정치적 표적수사 의혹을 제기하며 강하게 따져 물었다. 또 정부의 올해 59조원에 달하는 세수결손에 대해 국세청의 책임론도 제기됐다.
김태년 의원은 "현재 경제상황이 불황속에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스테그플레이션에 접어들고 있지만 대통령실이나 기획재정부 등에선 위기감을 볼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세청장은 지난 8월 현 경제상황을 복합위기라고 규정해 놓고, (기업 등에 대한) 세무조사 총 건수를 줄이겠다고 했다"면서 "지능화되고 다양한 탈세에 대해 정확하게 조사해 걷는 것이 중요한데, 검찰처럼 어떤 타깃을 정해놓고 나올때까지 털어서 걷는 방식은 안 된다"고 그는 강조했다.
김 의원은 "(국세청은)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정권 차원의 비정기적인 정치 세무조사를 진행했다"면서 "청장 스스로 신뢰받는 국세청을 다짐해 놓고, 정치적 이유로 부당한 목적을 위해 세무조사를 하면 큰일 난다"고 지적했다.
"취임초 부터 정권의 하수인 역할... 표적 정치세무조사 스스로 자초"
같은당 양경숙 의원도 "현 정부 취임초부터 (국세청이) 정권의 하수인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MBC, KBS, YTN 등에 이어 대형학원과 호남기업 등에 대해 표적 세무조사를 하고 있는데, 정권에 충성만하고 있다는 비판을 모르는가"라고 따졌다.
양기대 의원은 "(청장으로) 취임후, 대통령실로부터 언론사를 비롯한 학원가의 이권 카르텔 등에 대한 세무조사 연락을 받은 적이 있는가"라고 묻고, "대통령이 특정 사안을 언급한 이후, 국세청이 나서서 비정기 조사를 벌이니까 이같은 지적이 나오는 것인데, 청장이 스스로 자초한 것 아닌가"라고 따졌다.
이에 김창기 국세청장은 "대기업들의 세무조사는 보통 5년마다 정기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정권이 바뀔때마다 이뤄지고 있는 측면이 있다"면서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또 "세무조사는 법의 요건과 절차에 따라 진행하고 있으며, 작년 한해만 해도 조사 건수가 1만4000여건에 달한다"면서 "그 조사 내용들이 공개되면 정치적으로 해석될 소지가 많다"고 덧붙였다.
또 이날 감사에서는 정부의 올 한해 59조원의 세수결손에 대한 국세청의 책임론도 제기됐다. 법인세를 비롯해 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세금을 걷는 기관으로서 세수감소에 대해 사전에 인지하고, 보고했는지 여부 등을 두고, 의원들의 추궁이 이어졌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세수진도율이 5월 기준으로 전년대비 소득세 –13.4%, 법인세 –24.2%, 종부세 –17.6% 등으로 심각했다"면서 "세정 집행기관으로서 국세청은 이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을텐데, 기재부 등에 관련 내용을 전달했는가"라고 물었다.
"IMF 국가부도 때보다도 더 한심한 수준의 세수 결손…국세청 책임없나"
같은당 서영교 의원도 "8월에는 47.6조의 결손이 발생했고 연말까지 59.1조원의 역대급 세수 펑크가 발생한다"며 "'어 이거 뭐지? 경제가 왜 이렇게 안 좋지?' 라고 말하기 시작해야 하는 사람이 바로 국세청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 경제상황에 대해 전부 '상저하고'는 아니라고 하는데 기재부 장관만 '상저하고'라고 한다"며 "국세청은 현장에서 이같은 위기를 맞닥뜨리며 느낄 것이다. 국세청이 현장의 얘기를 듣고 전체 기조를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경숙 의원은 "IMF 국가부도 때보다도 더 한심한 수준의 세수 결손이 났는데도 정부 관계자 중에 누구하나 책임이나 사과가 없다"면서 "이렇게 큰 세수 오차나 펑크는 세목별로 진도율을 체크해 세입을 예측하고 있는 국세청에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냐"고 따졌다.
이어 "세수추계위원회에 정부 관계자 4명이 참석하는데, 그 가운데 한명이 국세청의 국장"이라며 "(세추 추계 오류에 대해) 정부기구에서 참여하는 위원들이 책임을 져야하며, 그중에서도 국세청은 중심축"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김창기 청장은 "국세청은 정부의 세수 추계를 위해 지원하는 기관으로서, 매월 관련정보를 기재부에 전달하면서 소통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김 청장은 또 국세청의 책임론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을 피하면서, "세수 여건이 많이 어렵지만, 세정 집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이밖에 이날 국감에서는 국세청의 전직 직원들의 대형 법무법인의 편법 이직과 전관예우를 둘러싼 의혹도 제기됐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국세청이 조세행정소송에서 대형 로펌을 상대로 패소율이 일반 법무법인보다 6배이상 높다"면서 "이들 대형 로펌들이 세무소송의 70%를 수임하고 있으며, 이들은 전직 국세청고위간부와 4급이하 실무자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홍 의원은 특히 법무법인 김앤장의 예를 들어가며, "지난 2017년 김앤장이 세무법인을 따로 만들었는데, 이들 직원의 80%가 국세청 출신"이라며 "국세청 출신 4급부터 7급 등 실무자들이 공직자윤리법 심사를 받지 않고 대거 이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전직 서울국세청장 출신들은 거의 다 대형로펌으로 옮겨가서, 과거에 함께 일하던 직원들을 실무자로 두고 조세소송을 진두지휘하고 있다"면서 "이같은 전직에 대해 업무관련성을 심사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해야하지 않은가"라고 물었다.
이에 김 청장은 "4급이하 직원들의 이직 자체가 공직자윤리법 위반은 아니지만, 앞으로 (업무 연관성등은)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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