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 동원령에 IT인력 부족…'스타트업 성지' 이스라엘 흔들리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충돌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스타트업 성지'이자 혁신경제의 아이콘으로 군림하던 이스라엘의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론이 대두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예비군 30만명에 대해 동원령을 내리면서 스타트업 창업자와 직원 등 기술 인력이 대거 징집된 데다가, 지정학적 불안 때문에 이스라엘로 향하던 투자금마저 끊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하마스 공습에 맞서 전례 없는 30만명 규모의 예비군을 소집하면서 이스라엘 첨단기술(하이테크) 스타트업들이 인력 부족에 시달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에서 하이테크 산업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빠른 속도로 성장하며 경제 중심을 이루고 있다. 일자리의 14%, 국내총생산(GDP)의 5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스타트업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인력들이 대거 전쟁터로 나가게 되면서 이들 스타트업의 운용에도 경고등이 커지고 있다. 미국 시카고 투자회사 크레셋 웰스 어드바이저스의 최고투자책임자 잭 애블린은 "직원들이 예비군으로 소집되면서 사업에 큰 혼란을 가져왔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텔아비브에 본사를 둔 한 유명 벤처캐피탈(VC)의 회장인 슈무엘 차페츠는 이날 군대에 자원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 직원들도 상당수 동원됐다. 글로벌 벤처기업인 앙트레 캐피털의 아비 이얄 공동창업자는 "이스라엘 스타트업 대부분이 직원 10~30%를 이번 전쟁에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이 길어지면 이스라엘 하이테크 스타트업들이 정상 운영이 한동안 어려워질 뿐 아니라, 유망 스타트업 발굴, 투자 심사 또한 중단되며 성장 동력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등 해외에서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이스라엘 창업자들도 동원 명령을 따르거나 입대를 준비하고 있다. 이스라엘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인 코디엄 AI의 이타마르 프리드먼 최고경영자(CEO)는 "만삭인 아내와 대화를 나눈 뒤 입대를 결심했다"며 "조국을 지키는 사람들의 일부가 되고 싶다"고 입대 이유를 밝혔다.
이스라엘에 연구 거점을 두고 있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영향을 받고 있다. 특히 1970년대부터 이스라엘과 가까운 관계를 맺어온 인텔이 이번 전쟁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이스라엘은 인텔의 4대 생산기지 중 하나로 꼽히는 곳으로, 지난 6월 250억 달러(약 33조7250억원)를 투자해 이스라엘에 대규모 반도체 생산라인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쟁으로 인텔의 제품 생산 등 청사진이 불투명하게 됐다.
'돈줄'이 막힐 위험도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성지' 지위를 흔드는 위험요소다. 블룸버그는 "올해 들어 이스라엘 스타트업계는 사법제도 개편과 관련된 내부 정치적 갈등으로 이미 침체에 직면해 있었는데, 전쟁으로 상황이 더 심각해질 것"이라 지적했다. 외국계 기업들은 자본을 이스라엘 밖으로 이전하고, 해외 투자 유입은 급격하게 둔화돼 현지 스타트업들이 고사될 수 있다는 위기론이 일고 있다. 현재 이스라엘에는 IBM,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500개의 다국적 기업이 운영되고 있다.
글로벌 회계법인 KPMG에 따르면 이스라엘 스타트업이 올해 2분기 벤처캐피탈(VC)을 통해 유치한 투자금은 8억7390만 달러(약 1조1800억원)로, 이는 전년 동기대비 약 37억 달러(약 4조9900억원) 감소한 수치다.
김민정 기자 kim.minjeong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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