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때 사회·과학 다 풀게 한다…'내신 5등급제' 특목고에 유리?

최민지 2023. 10. 10.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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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 발표에 참석해 선택형 수능 폐지 및 과목 통합과 관련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가 10일 발표한 2028 대입 제도 개편안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과 고교 내신 체계를 한꺼번에 바꾸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수능과 고교 내신의 균형을 잡았다”고 설명했지만, 입시의 양대 축이 바뀌면서 교육 현장의 혼란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이주호 “과목 선택 아닌 실력이 점수 결정할 것”


선택형 수능은 학생의 능력, 흥미를 중시한 7차 교육과정이 적용된 2005학년도 수능부터 도입됐다. 2022학년도 수능부터는 문·이과 구분 없이 국어와 수학에서도 과목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선택과목에 따라 점수가 달라지는 문제가 나타났다. 표준점수 체제에서는 같은 과목을 선택한 집단의 평균 성적에 따라 자신의 점수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특히 수학에서 확률과 통계를 선택하는 문과생은 만점을 받아도 미적분을 선택한 이과생보다 표준점수가 낮아질 수 있다. 표준점수에서 유리한 이과생이 상위권 대학 인문계열 학과에 진학하는 ‘문과 침공’ 현상까지 나타났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교육부는 국어, 수학, 영어, 탐구 과목을 모두 선택과목 없는 통합형 시험으로 바꿨다. 이 부총리는 “그동안의 수능시험은 어떤 과목을 선택했는지에 따라 같은 원점수라도 다른 표준점수를 받게 되는 큰 불공정이 있었다”며 “앞으로는 어떤 과목을 선택했는지가 아니라 오로지 실력과 노력만으로 수능 점수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학생이 사회, 과학 시험…학습부담 커질까


이번 개편안이 확정되면 2028학년도 수능부터는 모든 학생이 똑같은 시험을 치르게 된다. 문과생은 현 수능 기준 과학을, 이과생은 사회 시험을 더 치러야 하는 셈이다. 이만기 유웨이 부사장은 “2027학년도 수험생은 재수가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있다”며 “특히 문과생이 새롭게 과학에 진입해야 하는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수능 응시 과목 증가로 사회·과학탐구 사교육 시장의 확대가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지난 6월4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600주년기념관에서 종로학원 주최로 열린 6월 모평 가채점 토대 2024 주요대 및 의학계열 수시·정시 합격선 전망 설명회에서 학부모들이 설명을 듣고 있다. 뉴스1


국가교육위원회가 심화수학을 추가로 도입하기로 할 경우, 이과생의 학습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서울의 한 고교 수학 교사는 “심화수학을 모든 대학이나 학과가 우르르 반영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통합사회·과학은 기존의 선택과목을 단순히 합한 것이 아닌 새로운 과목이라 학습량 단순 비교가 어렵다”며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에서 조금씩 출제되던 2005학년도 이전 수능과 달리 주제별로 단원이 구성돼 있어 다양한 과목이 혼재돼있지만 공교육 안에서 충분히 준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심화수학에 대해서는 “심화수학이 도입되더라도 절대평가로 실시하고 다양한 수학 개념을 장려하는 수준으로만 출제하겠다”고 덧붙였다.


달라진 수능·내신, 특목·자사고에 호재?


달라진 수능·내신 체계가 특목·자사고 학생에게 유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문·이과 구분 없이 수학과 과학 시험을 보면서 외고나 국제고생도 의대에 가기 쉬워졌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에서 열린 2024학년도 수시 모집 논술 고사를 본 학생들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내신이 5등급제로 완화되면서 특목·자사고 선호도가 높아질 수도 있다. 기존 9등급 체제와 비교하면 1등급 비율이 4%에서 10%로, 2등급은 누적 11%에서 34%까지로 확대된다. 내신 상위 등급을 따기 어려웠던 특목·자사고 학생의 등급이 상대적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만기 유웨이 부사장은 “내신 경쟁 부담이 줄어들며 자사고, 특목고에 대한 선호도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제영 이화여대 교수는 “2등급에서 1등급으로 올라갈 수 있는 상위권 학생에겐 특목·자사고 진학이 좋을 수 있지만 중위권 이하에서는 등급 하락의 리스크도 커지기 때문에 무조건 특목·자사고에 유리하다 할 수 없다”고 했다.

내신 변별력이 낮아지면 논술 등 대학별 고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대학이 고교를 못 믿으면 당연히 대학별 고사가 강화된다”며 “최근 고려대가 2025학년도 입시에서 논술 전형을 부활시키겠다고 한 것도 내신 부풀리기 문제로 대학이 고등학교의 내신 성적을 믿지 못하기 때문 아닌가”라고 했다. 입시업계에서는 내신 변별력이 약해지면, 대학들이 수시모집에서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을 높일 수 있다고 예상한다.

이에 대해 이 부총리는 “대학 관계자와도 논의했지만, 이 정도 개편안이면 내신의 변별력 문제로 입학전형을 크게 건드리지 않겠다고 본다”고 말했다. 천명선 서울대 입학본부장은 “학생부종합전형을 운영하는 서울대는 (개편안으로 인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본고사가 부활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교학점제 취지 무색" 우려도


지난 6월 서울 시내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하교하고 있다. 뉴스1
고교학점제의 취지가 무색해 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고교학점제는 본인의 적성과 진로에 따라 수업을 듣고 대학처럼 이수 학점을 받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내신에서 상대평가가 유지되고, 수능의 영향력이 여전해 학생들이 점수 받기 유리한 과목으로 몰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교사노동조합연맹은 “고교학점제를 포기했느냐는 평가도 나온다”며 “수능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고교 교육과정 내 과목 개설의 경직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고, 고교 교육과정의 비정상적 운영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수능이 대부분 고 1~2학년때 배우는 공통과목에서 출제됨에 따라 3학년 때 1학년 과목을 복습하는 등의 학사 파행이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 부총리는 “통합사회·통합과학은 1학년에 배치돼있지만 수학이나 국어는 2·3학년 때 배우는 과목들도 수능 범위에 많이 포함돼 있다”며 “향후 교육과정을 편성할 때 학교에서 균형을 잡으면 된다”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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