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이스라엘-하마스 충돌에 “민생난 가중되지 않도록 전력”
윤석열 대통령은 10일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의 무력충돌 사태와 관련해 “정부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대외 불안정 요인에 긴밀히 대응하고 민생 어려움이 가중되지 않도록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이같이 말한 뒤 추경호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한 관계부처에 “국내외 경제 금융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해 경제 불안정에 대한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지난 7일 새벽(현지시간)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하마스와 이스라엘군의 무력 충돌이 발생한 이후 윤 대통령의 첫 관련 언급이었다.
윤 대통령은 “이란과 헤즈볼라가 하마스를 지지하고, 미국을 비롯한 영국·프랑스·독일 등이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지지하고 나서면서 이번 사태가 국제 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전이 지속하는 가운데 중동 정세마저 불안해지는 것이 우리 경제·안보에 미칠 영향에 초점을 맞췄다. 윤 대통령은 “중동 지역의 무력 분쟁과 전쟁은 국제 유가 상승을 불러오고,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으로 우리 국민의 물가 부담을 가중해왔다”며 “이미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가중될 경우 국내 금리에 영향을 미치면서 국민의 이자 부담도 증대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고물가와 이자 부담 증가는 국민의 실질 소득이 감소하는 효과를 가져오고, 경기 회복세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생활물가 안정 방안과 서민 금융 안전장치를 확실하게 마련하고, 동절기 대비 에너지 취약계층 지원도 철저하게 챙겨달라”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거듭 “낙관은 금물이다. 정부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민생경제와 국가안보의 측면에서 상황을 예의주시하라”고 당부했다고 이도운 대변인은 전했다. 윤 대통령은 외교부 등에는 “교민과 여행객의 안전 대책을 철저히 준비해주시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비공개 국무회의에선 이날부터 24일간 진행되는 국정감사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국정감사 때마다 불필요하게 기업인에 대한 증인신청을 많이 하는 관행에서 이제 벗어났으면 좋겠다”며 “국정감사가 기업인에게 불편함을 주고, 민폐를 끼치는 자리가 되면 안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기업인이라도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국회에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하지만, 그동안 기업인을 국감에 줄소환해 윽박지르거나 장시간 대기만 시키다가 정작 제대로 답변할 시간도 주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취지였다고 한다. 이와 관련 이도운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에게 ‘국민에게 설명한다는 마음으로 정부 정책을 알기 쉽게, 정확하게, 자신 있게 설명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이날 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청소년 불법 도박 문제에 총력 대응도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도박 빚을 갚기 위해 사채에 손을 대고 마약 배달, 보이스피싱 등 2차 범죄까지 연루되고 있어 사태가 심각하다”며 “청소년을 상대로 한 불법 도박 개장은 국가의 미래를 좀먹는 악질 범죄”라고 규정했다. 이어 법무부를 주축으로 교육부, 보건복지부, 방통위 등 관계 부처가 참여하는 범부처 대응팀 출범을 주문했다.
◇尹 “검·경 경쟁 말고 시너지 내야”=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한 수사준칙 개정안과 관련해 마무리 발언에서 “검·경은 오로지 국민만 생각하고 상호 협력하에 국민의 안전과 신속한 권리 구제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검찰과 경찰은 국민 앞에 서로 경쟁하지 말고 각자의 장점을 살려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수사준칙 개정안은 문재인 정부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해 경찰이 보완 수사를 전담하도록 했던 원칙을 폐지하고, 검찰도 보완 수사와 재수사를 맡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은 내달 1일부터 시행된다.
현일훈ㆍ박태인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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