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 교육권·교사인권으로 바꾸고 명시적으로 정의해야"

장재완 2023. 10. 10.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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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교육연구소, 실질적 교육권 보장을 위한 해법 모색 토론회 개최

[장재완 기자]

 사단법인 대전교육연구소(소장 성광진)가 10일 오후 대전 기독교연합봉사회관에서 개최한 '실질적 교육권 보장을 위한 해법 모색' 토론회. 사진은 발제를 하고 있는 이상우 경기 금암초 교사.
ⓒ 오마이뉴스 장재완
 
교권이라는 용어는 학생인권의 대척점으로 잘못 인식될 위험이 크기 때문에 '교사의 교육권' 또는 '교사의 인권'이라는 용어로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교육법에 교사의 교육권을 명시적으로 정의해야 교육이 바로 설 토대가 마련된다는 주장이다.

사단법인 대전교육연구소(소장 성광진)는 10일 오후 대전 중구 문화동 기독교연합봉사회관에서 '실질적 교육권 보장을 위한 해법 모색'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최근 석 달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잇따라 발생한 학교 현장 비극의 원인은 무엇인지 성찰하고, 법령 개정과 민원 대응 시스템 개선만으로 실질적인 교육권 보장이 이루어질 수 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가장 먼저 경기 금암초 이상우 교사(전 전교조 교권기획국장)가 '지금은 교사의 교육권 보장이 필요한 때'라는 제목으로 주제발제를 했다. 이 교사는 지난달 국회에서 의결한 '교권 보호 4법'의 내용을 살펴보고, 권위적이고 추상적인 '교권'이라는 용어를 왜 '교육권'과 '교사 인권'으로 바꿔야 하는지 그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이 교사는 "대한민국 법률 어디에도 교권에 대한 정의가 없다. 교권이란 용어는 학생인권의 대척점으로 잘못 인식될 위험이 크기 때문에 이제는 교권이란 용어를 폐기할 때가 되었다"며 "그동안 교권은 권위적이고 애매모호한 용어로 사용되어 도리어 교육 발전의 저해 요소로 작용했다. 국가기관과 교육청도 교권이라는 구태의연하고 관습적인 용어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교권 대신에 '교사의 교육권'과 '교사의 인권'으로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교사의 교육권은 학생의 학습권 실현을 위한 법적 권한으로 학생인권에 반대되지 않는다"며 "교사의 교육권 실현을 위해선 실질적인 교육활동 보호가 가능해야 한다. 교육법에서부터 교사의 교육권을 명시하고 정의해야 교육이 바로 설 토대가 마련된다"고 강조했다.

교육권 침해는 학생과 학부모뿐만 아니라 상급기관, 관리자, 동료교사, 기타 외부의 부당한 간섭으로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교육권의 개념부터 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 교사는 "구체적으로 상위법에서 '교육법규에 따른 교원의 수업권, 교육과정 결정권, 교재 선택 활용권, 강의내용 편성권, 교육방법 결정권, 성적 평가권, 학생생활지도권, 학생징계 요구권' 등 학생의 학습권 보장을 위한 교사의 권한을 명시할 때 교육의 전문성과 자율성이 구체적으로 보장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또한 그는 "근원적인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정서적 위기에 처한 학생을 대상으로 교육당국과 지자체가 협력하여 상담과 심리치료를 진행하고, 부모 교육을 체계적이고 실효성 있게 실시하며, 해당 가정에 대한 폭넓은 사회복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육의 본질 무엇인지 진지하게 성찰해야"
  
 사단법인 대전교육연구소(소장 성광진)가 10일 오후 대전 기독교연합봉사회관에서 개최한 '실질적 교육권 보장을 위한 해법 모색' 토론회.
ⓒ 오마이뉴스 장재완
 
주제발제에 이어 5명의 패널이 나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초등교사 대표로 참여한 조현희 전교조대전지부 정책실장은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대한민국 교사의 오늘'이라는 주제로 논의를 이어갔다.

조현희 교사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녹색병원이 지난 9월 5일 발표한 '2023 교사 직무 관련 마음 건강 실태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실태조사 결과, 전체 설문 응답자 3505명 중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답한 교사가 무려 16%였고, '극단적 선택을 위한 구체적 계획을 세운 적이 있다'는 응답도 4.5%에 달했다며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학교에서의 신체적·언어적 폭력 피해가 여교사에게 더 집중된다는 점, 그리고 유치원과 초등학교, 특수학교 교사가 상대적으로 더 많은 스트레스와 폭력에 시달린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하면서 "교육의 공동체성 확보를 위해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지정토론자로 나선 신정섭 호수돈여고 교사는 '교육권 보장, 디테일이 필요하다'라는 주제로 교육권 보장을 위한 구체적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근본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으로 "교육권 관련 법령의 개정, 민원 대응 시스템의 개편, 학부모의 인식 개선, 과도한 경쟁교육 철폐, 교사-학생-학부모의 관계 회복 등 다섯 가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신 교사가 제시한 대안 첫째는 지난 9월 교권 보호 4법이 개정되었는데 시행 과정에서 실효성을 높일 수 있도록 지속적이고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고, 둘째는 학교장(원장)이 갈등 조정 및 해결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연수 과정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셋째는 부모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자녀의 입학 단계에서 교사의 교육권과 생활지도권 등과 관련한 학부모 연수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며, 넷째는 과도한 경쟁교육으로 인해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아동이 많은 만큼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차별받지 않고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사회구조를 만드는 일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끝으로 신 교사는 교사의 교육권과 학생의 인권, 그리고 학부모의 권리를 '적대적 모순'으로 인식하지 않으면서 상생할 수 있는 방도를 찾는 일에 국가와 교육당국이 나서야 한다고 제시했다.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문서영씨는 교사가 민원을 혼자서 감당하지 않는 여건 조성과 교사의 자율성 보장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학교는 별로 달라진 게 없고 오히려 교사의 업무만 과중해진 것 같아 안타깝다"고 진단하면서 ▲학교 관리자가 대응팀을 만들어 학부모 민원 전담 처리 ▲성적 지상주의를 과감히 떨쳐버리고 아이들이 개성과 끼를 발산할 수 있도록 창의성을 길러주는 교육, 사람됨을 강조하는 인성교육, 협동심과 사랑을 먼저 가르치는 교육으로 전환 ▲수업의 자율성이 보장되어 선생님이 추구하는 교육, 즉 창의성 있는 교육 보장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잇따른 교사의 죽음 앞에 모두가 죄인"이라며 "교육의 본질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성찰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용애 대전교육연구소 연구위원은 실제 독일에서 공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외국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학부모들의 자식 교육에 대한 과몰입과 과잉보호가 학생들의 자립심과 인생 면역력을 떨어뜨린다. 학교 교육을 소비자(학부모, 학생)와 서비스 담당자(교사) 간의 거래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으며, 전교생이 손모내기를 하는 것으로 유명한 충남 홍성의 홍동중학교 박신자 교장은 '호혜와 우정, 환대와 보살핌의 학교공동체가 답'이라는 주제로 홍동중학교의 사례를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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