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40억 받고 2천억 포기했다?... 이화영 "X"
[김종훈 기자]
▲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35대 경기도지사(2018.7.-2021.10.) 재임 시절 초대 경기도 평화부지사 이화영(전 17대 국회의원). |
ⓒ 경기도 제공. |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공판에서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방북을 위해 경기도가 최소 2000억 원 상당의 쌀 10만t을 지원한다고 약속했지만 쌍방울의 300만 불 대납 이후 이러한 요구가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10일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 신진우)는 뇌물 및 외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부지사 49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선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 회장과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열렸다.
검찰은 안부수 아태협 회장을 상대로 경기지사 직인이 찍힌 경기도 공문을 제시하며 "2019년 6월 공문은 이전 공문과 달리 경기도가 쌀 10만t 규모의 협력 사업을 진행할 의사가 있다고 추가됐다"며 "신아무개 경기도 평화협력국장이 쌀 10만t을 줄 것이니 북한 상부에 이재명의 방북을 허락해 달라는 것 아니었냐"고 물었다. 이에 안 회장은 "그 연락을 받고 이화영과 신 국장과 회의를 했다"면서 검찰의 질문에 동의한다는 뜻으로 답했다.
이어 검찰은 "그런데 2019년 7월 이후 쌍방울이 북에 300만 불을 건넨 뒤 쌀 10만t 제안이 없어졌다"며 "이는 방북 비용이 해결됐기 때문 아니냐"라고 물었다. 안 회장은 "그렇다"며 "300만 불이 갔으니 저한테 오는 독촉이 사라졌다"라고 말했다.
손으로 X자 만들며 헛웃음 지은 이화영... 변호인 "말도 안 된다"
피고인석에 앉아 검찰과 안 회장의 문답을 가만히 지켜보던 이 전 부지사는 두 손으로 X자를 만든 뒤 헛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러면서 변호인을 향해 귓속말로 무언가 이야기를 건넸다.
이날 공판 종료 후 <오마이뉴스>를 만난 이 전 부지사 변호인 김광민 변호사는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쌀 10만t 부분은 안부수 회장이 됐든 누가 됐든 거기에 대한 명확한 진술들이 없었던 걸로 알고 있다. 이화영 부지사도 그렇고 신 국장도 그렇고. 아까 검사도 얘기했지만 현실성 없는 제안이라고 다 아는 거다. (북미) 하노이 회담이 빠그라지면서 남북 대화 채널도 너무 없어지다 보니 실무진 수준에서 이런 것도 해보자, 저런 것도 해보자는 차원에서 나온 의견으로 보인다. 경기도에서도 구체적으로 논의한 건 없었던 걸로 알고 있다. 이런 취지였는데, 신문에서 안부수 회장이 갑자기 거기에 대해서 너무 구체적인 진술을 해버리니까 이 전 부지사 입장에서는 이게 속된 말로 '검사랑 짜고 들어와서 얘기한 게 아니냐'는 느낌이 있어서 헛웃음이 난 걸로 보인다. 이 전 부지사는 '말도 안 된다' 이런 식의 얘기만 했다."
'쌀 10만t - 300만 불 대체론'이 선듯 이해하기 힘든 점은 검찰의 증인신문 과정에서도 노출됐다. 검찰은 안 회장 신문 과정에서 쌀 10만t의 가격이 최소 2000억 원이라고 계산했다. 물류비용까지 포함하면 5000억 원 이상이 들 것으로 예측했다. 그런데 검찰 주장대로라면 북이 쌍방울로부터 300만 불(약 40억 원)에 이르는 대북 지원금을 받은 뒤 최소 2000억 원에 이르는 10만t의 쌀 지원을 포기했다는 의미다.
우리 정부 차원에서 북한에 쌀을 지원한 것은 지난 2010년이 마지막이었다. 정부는 당시 국내 쌀 5000t을 무상으로 지원했는데, 약 40억 상당이었다.
- 검찰 "쌀 20kg가 5만 원 대다. 4만 원으로 잡아도 10만t이면 2000억 원이다. 한국에 있는 걸 옮겨서 가져가야 하는데, 물류비용만 쌀값 이상이다. 얼마가 드는지 알 수 없는 규모다. 5000억 원이 들 수 있는데. 과연 경기도는 이를 어떻게 했을까.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드는데."
- 안부수 "이화영에게 물류비가 엄청나게 드는데, 준비될 수 있겠냐고 물었다. 육로로 갈 수도 있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으니, (북에) 10만t을 꼭 이야기를 해라. 우리가 준비돼 있다고 말하더라."
- 검찰 "경기도 직인이 찍힌 공문을 통해 경기도가 쌀 10만t을 준다고 북 제의를 한 건데, 경기도 도지사 방북에 대한 대가라 생각했나?"
- 안부수 "그때 당시에는 그렇게 생각 못했다. 나중에 쌀 10만t은 어떻게 됐냐고 물으니 말이 없었다."
두번째 추가 구속영장 발부, 조만간 결정
한편 13일이 구속기간 만료일인 이 전 부지사의 구속 연장 여부가 조만간 결정될 예정이다. 이미 한차례 추가 구속영장 발부로 1년째 구속상태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는 이 전 부지사는 다시 추가 영장이 발부될 경우 구속기한이 최대 1년 6개월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28일 뇌물 등 혐의로 이 전 부지사를 구속한 검찰은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하면서 지난 4월 추가 구속영장을 청구해 받아낸 바 있다. 지난달 28일 검찰은 제2병합사건(증거인멸교사) 관련 2차 구속영장 추가 발부를 희망한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 전 부지사와 같이 재판에 넘겨진 방용철 쌍방울 부회장의 경우 보석신청이 받아들여져 이날 수의 대신 정장을 입고 피고인석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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