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디 주니어 대선 무소속 출마…"바이든·트럼프 모두 망칠 것"
미국의 정치 명문가인 케네디 가문의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69)가 9일(현지시간) 민주당에서 탈당해 내년 대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민주당 출신이어서 재선에 도전하는 조 바이든(80) 대통령에게 불리할 것이란 전망 속에, 다소 거친 우익 행보를 보여온 만큼 도널드 트럼프(77) 전 대통령의 지지 기반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AP통신에 따르면 케네디 주니어 후보는 펜실베이니아주(州) 필라델피아 국립헌법센터에 모인 지지자 수 백명 앞에서 무소속 출마 선언을 했다. 그는 연설을 통해 "공항, 호텔, 거리 등 어디를 가나 사람들은 내게 이 나라는 역사적인 변화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걸 상기시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에도 이 나라에 무소속 후보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다르다"며 "이번에는 무소속 후보가 승리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민주당과 공화당, 기업과 언론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새로운 독립선언문'을 만들겠다고도 했다.
케네디 주니어는 1963년 피살된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조카이자, 1968년 역시 총격에 사망한 로버트 케네디 전 상원의원(케네디 전 대통령의 동생)의 아들이다. 하버드대를 졸업한 뒤 환경 분야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정계에 입문했다.
그는 민주당에 몸담으면서도 음모론자, 극우주의자, 보수주의자들과 친분을 유지한 '정치 이단아'다. 특히 코로나19 백신이 안전하지 못하고 예방 효과가 없다는 주장을 펼쳤고, 백신 의무화 정책을 나치 독일의 전체주의에 빗대 논란이 됐다.
그의 이번 무소속 출마는 내년 11월 미 대선의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 지난주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서 그는 바이든 대통령(38%), 트럼프 전 대통령(40%)과의 3자 가상대결에서 14%의 지지율을 얻었다. 이와 관련, 폴리티코는 "그가 당선될 가능성은 없지만, 1992년 대선에서 득표율 19%를 기록한 기업가 출신 로스 페로 후보 이후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무소속 후보"라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주 갤럽 여론조사 결과에선 '민주·공화 양당이 제 역할을 못 하고 있으며 제3당이 필요하다'고 답한 응답자가 60%를 넘었다. 이처럼 기성 정치에 대한 미 국민의 실망이 크고, 케네디 가문의 일원으로서 그의 지명도가 상당하다는 점이 이런 전망의 근거다. 그는 이날 유세에서 "(바이든과 트럼프) 둘 모두의 구상을 망치는(spoil) 것이 내 의도"라고 말했다.
케네디 주니어를 지지하는 슈퍼팩(무제한 정치자금 기부단체)인 '미국의 가치 2024'에 따르면 이미 1700만 달러(약 230억원)의 선거자금이 모였다. 이번 무소속 출마 선언을 계기로 앞으로 1000만 달러(약 136억원)가 더 모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의 출마 선언에 형제자매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이들은 이날 "케네디 주니어가 바이든 대통령에 대항해 제3의 후보로 출마하기로 한 결정은 미국에 위험하다"며 "그는 아버지와 같은 이름을 공유할지 모르지만, 같은 가치관·비전·판단력을 공유하진 않는다. 오늘 발표는 매우 슬픈 일"이라고 비판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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