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도서관 11월 30일 운영 종료... 항의글만 140건 넘게 올라와
[정수희 기자]
▲ 대치도서관 입구에 도서관 운영 종료를 알리는 안내 문구가 붙여있다. |
ⓒ 정수희 |
지난 1999년에 개관한 대치도서관은 대치동 은마아파트 복지상가 2층에 자리 잡고 있으며 자료실과 집중열람실, 문화교양관 등을 갖추고 있다. 특히 근처에 학원가나 아파트가 많아서 접근성이 좋고 소장 중인 도서도 5만 권이 넘는다.
현재도 이용자 수, 대출 권수는 물론 자체적으로 기획ㆍ운영하는 독서문화 강좌 개설수가 많은 곳으로 전국구 규모로 유명하고, 다년간 문화체육관광부 수상을 하며 지역도서관의 모범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곳이다.
이러다 보니 이곳을 이용하는 주민들은 대치도서관 폐관 소식에 도서관 존치를 바라는 탄원서와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탄원서에는 "대치도서관은 임대차 계약 종료에 따른 폐관이라고 주장하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라면서 "강남구청 측이 굳이 도서관을 운영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협의가 결렬됐고 일방적으로 폐관을 통보하기에 이른 것이다"라는 주장이 담겼다.
이어 "담당 공무원들의 안일한 행정으로 경솔하게 폐관 통보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강남구청 '구청장에게 바란다' 코너에는 도서관 폐관을 반대하는 항의 글이 140건 넘게 올라왔다.
한 민원인은 "교육의 중심지 대치동 한복판에 공공도서관 건물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는 것도 속상한데 있는 도서관마저 없앤다니 말이 안 된다"라면서 "수많은 유동 인구가 대치도서관을 이용해 왔는데 이마저도 사라진다면 아이들은 집 가까이서 도서관을 이용할 수 없게 된다"라고 적었다.
또 다른 주민은 "도서관 등의 공공공간은 없애기는 쉬워도 다시 세우기는 어렵다. 재고를 부탁드린다"라면서 "일반적인 도서관의 역할(책 대여 반납, 상호대차, 열람실 이용)을 넘어서 사교육이 넘쳐나는 동네에서 공공성과 교육성을 동시에 가지는 공간의 존재는 동네의 오아시스라고도 볼 수 있다"라며 도서관 필요성을 역설했다.
"아이들을 위해 대치도서관 폐관 다시 생각해 달라"
아이 셋을 키우고 있다는 한 워킹맘은 "대치도서관은 아이들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문화 시설이자, 맞벌이 부부에게는 필수적인 시설"이라며 "초등 4학년부터는 방과 후 돌봄을 이용할 수 없기에, 초등 고학년은 학원으로 내몰아야 하는게 현실이고 특히 방학 기간에는 특히 아이들이 갈 곳이 없다"라고 하소연했다.
▲ 강남구청 홈페이지 ‘구청장에 바란다’에 대치도서관 폐관을 반대하는 수 많은 민원글이 올라와 있다. |
ⓒ 강남구청 홈페이지 캡쳐 |
강남구청 "임대인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 훼손 법적조치할 것"
이에 대해 강남구청은 '주민들이 알고 있는 건 사실과 다르고 임대인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에 대한 법적조치를 시사했다.
강남구청 문화도시과는 "대치도서관은 2007년 이후 임대인의 요구로 12개월, 24개월 단위로 전세 계약을 연장해 운영해 왔고 2023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12개월로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라면서 "그런데 올해 3월 8일 임대인으로부터 전세 계약 해지 통보를 유선으로 받았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주민을 위한 문화사업임을 감안해 임대차 계약 기간을 연장해 달라며 수차례 유선 통화 및 공문을 통해 임대인에게 요청했지만 2023년 6월 21일 임대인 측에서 내용증명을 통해 대치도서관의 열람실 무료 운영으로 은마상가 내에서 독서실을 운영하는 임대인의 타 임차인들의 지속적인 항의 및 운영난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23년 12월 31일까지 임대차 계약을 종료한다는 문서를 통보받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임대인이 구청이 도서관 운영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사를 밝혀 협의가 결렬됐고 일방적인 폐관을 통보받았다고 주민들한테 이야기하는데 이는 엄연한 허위사실 유포고 명예 훼손이기 때문에 법률 검토를 받아 법적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강남구는 2023년 3월 임대인으로부터 전세 계약 해지 통보 받은 후 대치동 인근에서 도서관으로 운영할 수 있는 임대 건물을 알아보았으나, 170평에 달하는 면적 및 도서관 특성상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도서관 운영을 할 수 있는 임대 건물의 확보가 어려워 도서관 이전이 성사되지 않았다.
한편, 노동도시연대 남궁정 사무국장은 "애초 공공도서관을 상업건물에 계속 임차하고 있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도 있지만 임차계약 종료 등 상황은 충분히 예견될 수 있는 것인데 무대책으로 폐관하겠다는 지자체의 태도와 관점이 너무 아쉽다"라면서 "'임대인이 안 된다고 하니 어쩔 수 없네요'라고 체념하면 그만인가, 거기서 멈추면 강남구의 모든 민간 임차 공공시설도 같은 운명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마포구에서 도서관 예산을 30% 삭감하고 작은도서관 지원을 중단해 물의가 빚어지고 있는데 행여 그런 흐름이 강남구에서도 이어지는게 아닐지 걱정이다"라면서 "지역 내 귀중한 공적 공간이자, 주민 삶의 질에 밀접한 영향을 주는 도서관을 하루아침에 사라지게 하는 지자체의 결정은 제고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덧붙이는 글 | 강남내일신문에도 게재합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