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 생각하라" 美도 신경쓴다…하마스보다 센 헤즈볼라 '변수'

이승호 2023. 10. 10.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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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들은 (분쟁에 가담하기 전) 두 번 생각하라.” "

지난 8일 레바논 남부 다히예에서 한 헤즈볼라 지지자가 팔레스타인 국기를 들고 가지지구 내 팔레스타인 독립을 지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와 이란을 향해 이스라엘 사태에 개입하지 말라며 이처럼 경고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간 전쟁 발생 이틀 만에 세계 최대 규모 항공모함 제럴드 포드함과 전함 5척을 이스라엘 인근 동부 지중해로 이동시켰다는 사실을 밝히면서다. 미 공군은 이스라엘 인근에 F-35 스첼스 전투기와 F-15, F-16 전투기, A-10 공격기 등 항공력도 증강했다. 이와 관련, 미 국방부 당국자는 “이번 태세 강화는 이란과 헤즈볼라, 그리고 현 상황을 악용해 분쟁을 확대하려는 지역 내 다른 대리자들에게 억지력 있는 신호를 보내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참전 막으려 안간힘


미국이 이처럼 신경을 곤두세우는 건 헤즈볼라가 참전할 경우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전쟁의 양상이 크게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은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북쪽에서 ‘제2의 전선’을 만들 것이란 또 다른 전략적 질문을 마주하고 있다”고 짚었다. 하마스에 맞서 남부 가자지구에서 전쟁을 벌이는 이스라엘로선 북부 접경지대에서 헤즈볼라가 참전할 경우 남북 양쪽에 전선을 갖게 돼 매우 불리한 입장에 처할 수밖에 없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 역시 “헤즈볼라는 세계에서 가장 숙련된 무장단체”라며 “참전할 경우 2000년의 '제2차 인티파다'(팔레스타인 저항운동) 이후 가장 큰 전쟁 피해를 보고 있는 이스라엘에 훨씬 큰 타격을 주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마스보다 훨씬 강력한 적


9일(현지시간) 레바논과 이스라엘 국경 마을 카프르 킬라에서 한 남성이 팔레스타인과 헤즈볼라 깃발을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스라엘 입장에서 헤즈볼라는 하마스보다 훨씬 강력한 적이다. 1983년 창설된 헤즈볼라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이슬람 시아파 무장단체다. FP는 "헤즈볼라는 매년 이란으로부터 수억 달러의 군사지원을 받고 다양한 대함 순항미사일과 지대공 미사일까지 보유하고 있다"며 "레바논 정규군보다 더 강한 전력을 가졌다"고 전했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공군 기지와 보병부대를 겨냥할 수 있는 정밀 유도미사일도 보유한 것으로 파악된다.

실전 경험도 풍부하다. 지난 2006년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군인 납치를 계기로 34일간 벌어진 전쟁에선 레바논에서 1000여 명, 이스라엘에서 150여 명이 숨졌다. 이후 헤즈볼라는 이 전쟁에서 이스라엘에 빼앗긴 골란고원을 탈환하겠다며 여러 차례 이스라엘과 전투를 벌여왔다. 지난 2011년 발생한 시리아 내전에도 참전하는 등 국제전 경험도 있다.

정치적으로도 레바논 내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헤즈볼라는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일부와 남부 지역을 장악하고 실질적으로 통치하고 있다. 레바논 의회에서도 상당수 의석을 차지했다. WSJ은 “지난 주말 미 국무부가 레바논 정부에 연락해 헤즈볼라가 이번 전쟁에 개입하지 않도록 설득하라고 촉구했지만, 레바논 정부는 헤즈볼라에 영향력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내부비난 의식? 아직은 얌전


9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레바논 북부 국경지대에서 이스라엘군이 전차에서 헤즈볼라 측을 향해 포를 발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이미 ‘제한적인’ 교전을 벌였다. 지난 8일 헤즈볼라는 골란고원 내 이스라엘 점령지를 향해 로켓과 박격포를 쏜 뒤 배후를 자처했다. 이튿날 이스라엘은 레바논에서 국경을 넘어오는 무장 세력들을 사살하고 헤즈볼라 초소 여러 곳을 파괴했다.

다만 헤즈볼라는 아직 이스라엘과 대규모 전투를 벌이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진 않다. WSJ은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전차 부대가 레바논 국경으로 돌진하는 동안에도 상대적으로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만약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에 대한 대규모 공격을 계획했다면, 애초 하마스와 동시에 공격해 기습 공격에 따른 이익을 기대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FP는 “헤즈볼라는 2011년 시리아 내전 참전 후 레바논 경제가 파탄 나면서 지지율 하락을 경험했기에 내부 비난을 의식할 수 있다”며 “현재로썬 이스라엘의 강경한 대응을 피하면서 하마스와의 연대를 과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한 이후에 전투를 벌이려는 의도적 행동이란 분석도 있다. 지상전 과정에서 많은 팔레스타인 민간인 사상자가 나올 것이고, 이로 인한 대중의 분노가 확산하고, 이란의 승인하에 전쟁에 뛰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하버드대 벨퍼센터의 무함마드 알리야 선임연구원은 “지금 당장은 확전의 결정권은 분명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이란 최고 지도자)의 손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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