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못 미쳤던 이강인의 AG, 한국축구가 거는 기대
[이준목 기자]
한국축구의 차세대 에이스로 꼽히는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은 지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하여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24세 이하 축구대표팀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대회 3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이강인은 아시안게임 내내 축구대표팀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스타플레이어였다. 이미 2019년 U-20 월드컵 준우승과 골든볼(최우수선수), 2022 카타르월드컵 16강, 유럽 5대 빅리그(스페인-프랑스)에서의 활약 등 검증된 업적과 위상에서 자타공인 독보적인 선수였기에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 9일 오후 파주NFC(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 열린 한국 축구대표팀 소집훈련에서 이강인이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6위인 축구대표팀은 13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튀니지(29위), 17일 오후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베트남(95위)과 잇달아 맞붙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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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홍호의 해피엔딩, 이강인의 활약상
결과적으로 황선홍호는 목표했던 금메달을 따내며 해피엔딩에 성공했지만, 이강인 개인의 활약상만 놓고보면 솔직히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한 게 사실이다.
이강인은 지난 8월 22일 소속팀 일정중 왼쪽 대퇴사두근 부상을 입으며 아시안게임 출전이 불발될 가능성까지 거론되기도 했다. 다행히 약 한달여간의 재활 끝에 부상을 회복하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경기를 통해 그라운드로 복귀했으며, 지난달 21일 항저우 현지에서 황선홍호에 합류했다.
조별리그 첫 2경기를 건너 뛴 이강인은 바레인과 3차전(3-0 승)에서 처음 선발로 나섰으나 단 36분만 소화하고 교체됐다. 황선홍호가 이미 2경기만에 16강진출과 조 1위를 확정한 상황이라 이강인이 무리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이강인은 토너먼트에서도 단 한번도 풀타임을 소화하지 못했다. 키르기스스탄과의 16강전(5-1 승)에는 선발로 나서서 후반 15분에 교체되었고, 중국과의 8강전(2-0 승)에서는 벤치에서 시작하여 후반 중반에야 교체로 투입됐다. 우즈베키스탄과의 준결승전(2-1 승)부터 다시 선발로 복귀했으나 59분에 그쳤고, 마지막 일본과의 결승전(2-1 승)에서는 72분을 소화한게 가장 긴 시간이었다.
이강인은 아시안게임 내내 몸상태가 완전하지 못했다. 황선홍 감독은 대회 기간에도 로테이션을 단행하여 선수 관리에 신경썼고, 이강인의 출전 시간을 조절하며 무리수를 두지 않았다. 다행히 이번 황선홍호에서 이강인의 포지션인 2선은 역대 최고라고 할만큼 스쿼드가 두터웠고, 이강인 없이도 경쟁자들이 돌아가면서 맹활약을 펼쳐준 탓에 이강인의 부진은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황선홍호는 아시안게임에서 무려 27골을 폭발시키며 역대 단일 국제대회 팀 최다득점 신기록을 수립했다. 그러나 정작 에이스로 기대했던 이강인이 기여한 공격포인트는 5경기에 출전하여 '제로(0)'이었다. 대회 득점왕을 차지한 정우영이 8골을 터뜨린 것을 비롯하여 조영욱(4골), 백승호(3골), 홍현석(3골) 등 여러 선수들이 고르게 맹활약을 펼친 것과 비교된다.
물론 이강인도 간간이 번뜩이는 패스와 축구센스를 보여준 장면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팀플레이에 녹아들지 못하며 당초 기대했던 '게임체인저'로서의 존재감은 미미했다는 평가다.
이강인이 이번 대회 참가로 얻은 가장 큰 소득은 역시 병역혜택이다. 이강인을 비롯한 주축 선수들 다수가 병역특례를 얻게 되면 공백기 없이 안정된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특히 이강인처럼 유럽에서 경력을 쌓고 있는 선수들에게 병역 문제는 가장 큰 부담이 될수 있었는데 이강인은 불과 22세라는 어린 나이에 일찌감치 이를 해결하면서 앞으로의 해외 커리어에 큰 호재를 맞게 됐다. 올시즌 이강인을 영입하면서 그의 아시안게임 차출을 끝까지 주저했던 소속구단 PSG도 이강인의 병역 해결 소식에 바로 축하 메시지를 전하며 반색했다.
하지만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병역혜택은 앞으로 이강인의 축구인생에서 더 크고 새로운 도전의 시작에 불과하다. 당장 이강인은 2주간의 아시안게임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다시 성인 A팀에 차출되어 쉼없이 국가대표 A매치 경기를 소화하는 강행군을 이어가야 한다. 위르겐 클린스만 대표팀 감독은 "이강인을 이번 튀니지-베트남과의 10월 A매치 2연전에서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클린스만호는 내년 열리는 아시안컵에서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강인을 손흥민-김민재 등과 함께 대표팀의 성적을 좌우할 핵심 전력으로 평가하고 있다. 여기에 2024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황선홍 감독 역시 이강인을 올림픽에도 데려가고 싶다는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병역혜택 문제가 해결된 상황에서 올림픽 차출에 소속구단의 협조를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그만큼 이강인이 한국축구와 각급 대표팀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이강인은 소속팀 PSG에 돌아가면 곧바로 험난한 주전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올시즌 프랑스리그로 진출한 이강인은 선수단 물갈이와 본인의 부상 등의 여파로 PSG에서 아직 확실하게 자리를 잡지 못했다. 소속팀 PSG도 올시즌을 앞두고 리오넬 메시와 네이마르의 연이은 이적, 킬리앙 음바페의 이적파동 등으로 혼란을 겪으며 시즌 초반 리그 3위-UCL 뉴캐슬전 대패 등 불안정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강인 또한 아시안게임 우승 직후 곧바로 스페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임대 이적설이 나올만큼 팀내 입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클린스만 감독도 이를 지적하면서 "이강인은 소속팀에서 완벽한 주전이 아니다. 대표팀에서 많은 시간을 소화하고 기량을 증명하는 것이 선수 커리어를 위해 좋다. 운동장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도록 도와주고 싶다"는 복안을 밝히기도 했다.
궁극적으로 한국축구가 미래의 이강인에게 거는 진정한 기대치는, 박지성-손흥민을 잇는 대표팀의 차세대 에이스 역할일 것이다. 한국축구 역대 에이스 계보를 잇는 박지성(2002 한일월드컵)과 손흥민(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은 국제대회에서 호성적을 달성하며 병역혜택을 받고, 이후 유럽무대에서 안정적으로 승승장구하며 세계적인 선수의 반열까지 올랐다.
이강인은 어쩌면 동나이대의 박지성-손흥민보다도 더 유리한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선배들보다 더 이른 나이에 프로팀-대표팀에서 모두 재능을 인정받아 유럽 5대 빅리그-월드컵-올림픽 등 최고 수준의 무대들을 모두 경험했고 20대 초반에 병역문제까지 해결했다.
하지만 동시에 이강인은 아직은 더 성장하고 증명해야 할 선수이기도 하다. 이강인은 국민과 축구계의 기대를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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