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시신에 십자가 놓고 기도한 국군 이야기....김홍신 “완벽한 복수는 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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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7월1일 대통령 취임식 당일, 폭탄 배낭을 메고 휴전선 철책을 넘은 북한군이 국군에 사살당했다.
당시 해당 부대의 소대장은 북한군 장교의 시신 옆에 십자가를 두고 기도했다.
해당 일화는 소설가 김홍신이 소대장으로 복무하며 직접 겪은 일이다.
아버지 한서진은 1971년 육군 소위로 복무하면서 휴전선을 넘어 침투해 사살된 북한 장교 시신 옆에 십자가를 꽂고 기도하여 국가보안법과 반공법 위반 혐의로 처벌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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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복무 시절 직접 겪은 이야기 토대
애도다운 애도 이야기하고파
1971년 7월1일 대통령 취임식 당일, 폭탄 배낭을 메고 휴전선 철책을 넘은 북한군이 국군에 사살당했다. 당시 해당 부대의 소대장은 북한군 장교의 시신 옆에 십자가를 두고 기도했다. 죽으면 한 줌 흙에 불과한데 미워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소대장은 그 일로 보안대에 끌려가 심문을 받았다.
해당 일화는 소설가 김홍신이 소대장으로 복무하며 직접 겪은 일이다. 해당 일화로 중심으로 소설 ‘죽어 나간 시간을 위한 애도(해냄)’를 펴냈다. 직접 겪은 위 내용에 허구를 더했다. 소설이 나오기까지 무려 52년이 걸렸다. 군사독재 시기여서,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느라, 소설 트라우마에 빠져서….
김홍신 작가는 지금껏 원고지와 만년필을 고집한다. 국내 첫 밀리언셀러 ‘인간시장’을 비롯해 137개 작품을 손으로 썼다. 수년간 두문불출하며 장편소설에 몰두하면서 요로결석 수술만 수차례 받았고, 허리디스크, 근육마비로 고통받았다. 그 때문에 2007년 ‘김홍신의 대발해’ 이후 7년간 장편에서 손을 뗐지만, 집필을 ‘자기와의 싸움’으로 간주하고 때마다 다시 펜을 잡았다. 2015년 ‘단 한 번의 사랑’, 2017년 ‘바람으로 그린 그림’ 그리고 올해 ‘죽어 나간 시간을 위한 애도’를 펴냈다. “요즘 좌우 갈등이 너무 심해져 제 소설이 갈등을 덮는 받침이 됐으면 하는 마음”도 집필에 영향을 미쳤다.
소설은 주인공 한서진의 딸 자인이 아버지의 유고를 읽으며 아버지의 삶을 추적하는 액자식 구성으로 쓰였다. 아버지 한서진은 1971년 육군 소위로 복무하면서 휴전선을 넘어 침투해 사살된 북한 장교 시신 옆에 십자가를 꽂고 기도하여 국가보안법과 반공법 위반 혐의로 처벌당한다. 고문 후 수감까지 당한 그는 복수만을 생각하는 존재로 변질된다.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진행한 출간간담회에서 김홍신 작가는 소설 제목을 ‘적인종’으로 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주인공이 빨갱이로 몰리는 걸 상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말을 고민하다가 적인종이라고 했다”며 “당시만 해도 빨갱이 취급은 가장 잔혹한 형벌이었다. 살아있어도 살아있는 게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저자가 밝힌 소설의 핵심은 용서와 진심이 어린 애도다. 소설은 주인공이 당한 고초를 길게 서술하면서 가해자를 용서하는 대목은 상대적으로 짧게 다루는데 이와 관련해 저자는 “용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한 게 아니다. 내가 행복해지는 방법이고, 내가 살 길이기에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치인 시절) 누군가가 가짜뉴스로 나를 공격할 때도 난 그를 위해 기도했다”며 “그를 미워하면 그의 노예로 산다고 생각해 오히려 기도를 해버렸다”고도 말했다.
3년 뒤면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지 50주년을 맞는다. 그는 “지금까지 137권의 작품을 냈고, 앞으로 140권을 넘길 것”이라고 전했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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