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이·팔 '전면전'을 불러온 하마스는 누구?
국제 사회 고립이 '전쟁' 도발의 원인?
외신 "이란이 배후" 이란 "이번엔 아냐"
지난 7일 새벽 기습 공격을 감행해 수많은 이스라엘인의 목숨을 빼앗은 팔레스타인 무장 테러단체 ‘하마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등 외신은 극우로 치닫는 이스라엘 정부 스스로 하마스라는 '괴물'을 키웠으며 테러 배후에 이란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1987년 아메드 야신이 설립한 하마스는 본래 ‘이집트 무슬림 형제단’에 뿌리를 두고 있는 정치조직이다. 설립자 야신은 1960년대 후반부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등에서 자선 활동과 정치 활동을 병행하던 이슬람 지도자로, 이집트 무슬림 형제단의 팔레스타인 지부에 소속돼 있었다.
그는 1987년 팔레스타인에서 대대적인 봉기(제1차 인티파다)가 일어나자 지지자들과 함께 하마스를 설립했다. '이슬람 저항 운동을 뜻하는 하마스(Hamas)는 설립 당시 또 다른 조직인 팔레스타인 이슬람 지하드(PIJ)에 맞서는 게 목표였다.
당시 팔레스타인 내 주류 강경 세력이었던 지하드와 결을 비슷하게 가져간 야신은 하마스가 지하드의 입지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하며 기회를 모색했다. 야신은 1988년 이스라엘의 격멸과 팔레스타인 사회 설립을 요구하는 대국민헌장을 발표하며 팔레스타인들에게 하마스라는 이름을 각인시켰다.
하마스는 설립 초기 미성년자를 동원한 자살 테러로 악명을 떨치는 바람에 팔레스타인 내부에서도 인기가 높지 않았다. 하지만 2000년대부터 주류 세력으로 떠올랐다. 2003년 하마스를 제거해달라는 이스라엘 정부의 요구를 팔레스타인 정부가 들어주지 않자, 이스라엘 정부는 팔레스타인 정부청사를 공격하고 당시 팔레스타인 대통령이었던 야세르 아라파트를 자택에 구금하며 강경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이를 기점으로 하마스의 주가가 높아졌다. 이스라엘의 공격이 시작되자 팔레스타인인들은 당시 온건파였던 파타에 등을 돌리고 강경파인 하마스에 지지를 보냈다. 이에 힘입어 2006년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하마스는 압도적으로 승리하며 가자지구에서 실질적인 통치자로 등장했다.
'강경 본색'의 하마스가 집권하자 이스라엘과 가자지구에선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2006년 6월엔 이스라엘군이 해변에 포격을 가해 수십명의 팔레스타인들이 죽거나 다쳤고, 2008년 연말에는 가자전쟁이 일어나 양측에서 수천명의 사상자를 냈다. 2012년에 벌어진 이스라엘의 미사일 포격과 2014년 7월의 가자지구 분쟁도 모두 하마스 정권과 이스라엘 정부와의 악연으로 이루어진 사건이다.
하마스는 1997년 미국으로부터 ‘테러단체’로 지정되며 국제 사회의 공식 지원은 받지 못했다. 이들의 자금은 주로 팔레스타인 국외 거주자나 개인 기부자들의 기부금으로 충당됐으며, 2020년대 들어서는 서구의 일부 이슬람 자선단체가 사회복지 단체를 통해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마저도 미국 재무부가 제동을 걸어 하마스의 자금줄은 최근 막힌 상태다.
하마스가 집권한 2006년에 이집트와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과 맞닿아 있는 국경을 폐쇄했으며 5백만명에 육박하는 팔레스타인들은 지리적으로 고립된 채 국제 지원에만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2021년 카타르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팔레스타인에 수억 달러를 지원했지만, 오래된 빈곤을 해결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때문에 이번 공격의 이유 중 하나로 이들의 자금 문제가 거론된다. 극심한 빈곤을 겪고 있는 팔레스타인이 경제제재 등을 겪으며 궁지에 몰리자 하마스가 들고 일어났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이란은 이런 열악한 하마스의 자금 사정을 이용하고 있다고 의심 받고 있다. 시리아 내전에서 하마스와 같은 입장을 취한 이란이 몇해 전부터 하마스에 대대적인 금전적 지원을 하고 있다는 것이 WSJ의 설명이다.
WSJ에 따르면 이란은 2020년부터 연간 1억 달러(약 1350억원)를 팔레스타인 무장 조직에게 지원하고 있으며 지난 8월부터는 전쟁 무기와 군사 협력 지원도 병행하고 있다. 이번 테러에도 이란이 깊숙이 관여했다고 국제사회가 합리적 의심을 하고 있는 이유다.
최근 급물살을 타던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간의 관계 정상화 길목에 하마스가 고춧가루를 뿌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AP통신은 사우디와 이스라엘 간의 국교 정상화를 누구보다 싫어하는 이란이 하마스를 부추겨 이들의 거래를 막아섰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2020년 당선된 이후로 줄곧 ‘메가딜’이라 불리는 이스라엘-사우디 관계 정상화 협의에 공들여왔다. 바이든 정부가 원하는 대로 이스라엘·사우디·미국 간의 3자 협력이 이루어지면 미국은 사우디를 통해 이란과 중국을 동시에 견제할 수 있고, 이스라엘의 안보를 더욱 튼튼하게 만들 수 있다.
반면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국교가 정상화되면 팔레스타인과 이란은 외교적 고립을 피할 수가 없다. 더 나아가 사우디가 튼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에 다른 중동 국가들이 합세 한다면,중동 사회에서 이란의 영향력은 급격히 추락하게 된다.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는 하마스와 이란이 손을 잡고 테러를 일으켰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란 정부는 8일 성명을 통해 해당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주유엔 이란대표부는 “팔레스타인이 취한 단호한 조치는 불법 시온주의 정권이 저지른 지난 70년 간의 억압적인 점령과 극악무도한 범죄에 대한 완전한 방어”라며 “그러나 이번 테러에 이란은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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