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습 한번에 인질 한 명 처형"…이스라엘 '인질 방패' 딜레마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 지구를 포위하며 압박하고 있지만, 하마스에 붙잡혀간 ‘인질 방패’로 인한 딜레마에 빠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이날 하마스의 아부 우바이다 대변인은 아랍 매체들에 보낸 영상 성명에서 “팔레스타인 민간인의 집을 표적으로 삼은 이스라엘의 새로운 공습이 가해질 때마다 이스라엘 인질 중 한 명이 처형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는 “우리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투에 대한 모든 가능성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고 오랫동안 지속할 준비가 되어 있다”라고도 했다.
50년 만에 국토가 무방비로 뚫리는 굴욕을 당한 이스라엘은 이날까지 가자지구에 보복성 미사일 폭격을 단행했다. 앞서 전쟁을 선포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는 끔찍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며, 이는 중동 전체를 바꾸게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집트 전략사상연구센터의 칼레드 오카샤 소장은 아랍 매체 알가드TV에 “큰 모욕감을 느낀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의지를 꺾기를 원하며, 가자지구 북동쪽 최대 15㎞까지 제한적인 지상 침공을 감행한 뒤 가자지구 도시들에 대규모 포격을 가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동시에 네타냐후 정부는 인질을 구출해와야 하는 딜레마에 직면했다. 앞서 7일 이스라엘 지상 침투 작전에 성공한 하마스는 100명 넘는 이스라엘 민간인을 가자지구로 끌고 갔다. 인질 중엔 어린이와 여성, 노약자 등도 다수 포함됐다.
WSJ는 “네타냐후와 그의 참모들은 이번엔 납치된 사람의 숫자가 너무 많아서 하마스가 일부 인질을 처형하고 일부는 '인간 방패'로 사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도 “인질들을 협상을 통해 데려오면 하마스의 전례 없는 침공에 잘못된 선례를 남기게 되고, 구출 작전을 하려해도 인질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하마스 측은 9일 발표에서 “밤새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이스라엘인 4명이 죽었고, 이들을 지키고 있던 팔레스타인인들도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폭격이 아닌 지상 침투 작전을 시도할 경우, 납치된 이들보다 더 많은 사상자가 나올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인간 방패’는 하마스를 비롯한 이슬람 무장 세력이 이스라엘을 압박하기 위해 써온 주특기 전술이다. 이에 더해 하마스는 소셜미디어(SNS)를 활용한 심리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 생존 인질들의 영상을 하나씩 공개하며 이스라엘 대중들의 공포를 자극할 가능성도 있다.
하마스는 2006년에도 이스라엘 병사 길라드 샬리트(당시 19세) 한 명을 끌고 가 5년 동안 인질극을 벌이며 이스라엘을 괴롭혔다. ‘샬리트 구출 작전’은 이스라엘 대중의 폭넓은 지지를 받았고, 이스라엘 정부는 2011년 그를 빼오기 위해 1027명의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하마스에 넘겨야 했다. 2008년엔 친이란 무장 단체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병사 시신 2구를 인도하는 조건으로 생존한 헤즈볼라 대원 5명을 넘겨받은 전례도 있다.
이와 관련 아쉬라프 아즈라미 전 팔레스타인 포로 담당 장관은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은 이전에 50명의 군인을 잃을까 봐 두려워했지만, 이제는 수천 명이 죽고 다쳤다”라면서 “결국 지상전을 위한 대규모 군대를 투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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