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정지? 우리가 먼저 왔잖아" 난동에 마비된 응급실

경찰이 출동했지만 B씨의 막말 이어져
1시간 넘게 이어진 항의에 응급실 마비돼

자신들보다 늦게 응급실에 도착한 심정지 환자를 의료진이 먼저 진료했다는 이유로 1시간 가까이 난동을 부린 여성이 고소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0일 강원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밤 사우나를 하다 쓰러진 남성 A씨가 강원도 내 한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상태를 살펴본 의료진은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권하는 등 초진 진료를 끝냈다.

응급의료법은 응급의료를 방해한 자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응급진료는 선착순이 아니다. 응급 증상에 따라 의료진 판단으로 진료의 우선순위가 정해진다. [사진출처=연합뉴스TV]

그 뒤 심정지 환자가 응급실로 실려 왔다. 의료진은 심장이 멎은 환자를 살려내기 위한 응급조치를 바로 실시했다. 의료진이 치료에 몰두하는 사이 앞서 내원한 남성의 보호자로 온 여성 B씨가 돌연 항의하기 시작했다.

B씨는 의료진에게 "당신들 15분 동안 방치했지. 방치했잖아. 갑자기 쓰러져서 구급차 타고 여기 왔다"며 "그랬더니 뭐 심정지 환자가 와서"라면서 소리를 질렀다.

응급 진료 선착순 아니야 …의료진 판단 따라 우선순위 달라져

자신들보다 늦게 응급실에 도착한 심정지 환자를 의료진이 먼저 진료했다는 이유로 1시간 가까이 난동을 부린 여성이 고소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응급의료법은 응급의료를 방해한 자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응급진료는 선착순이 아니다. 응급 증상에 따라 의료진 판단으로 진료의 우선순위가 정해진다. 보건복지부 고시에 따르면, 심정지 환자는 응급 진료 최우선인 1등급으로 분류된다. 당시 의료진은 이런 사실을 B씨에게도 고지했다.

그러나 B씨는 막무가내였다. 설명을 들은 B씨는 "그냥 말조심해라. 너 의사면 환자 앞에다 놓고, 어쩜 의사 선생님이 저렇게 말을 한 번도 안 지니, 보호자한테"라며 계속해서 항의했다. 이런 항의는 1시간 넘게 이어졌고, 결국 의료진은 112에 신고했다.

경찰이 출동했지만 B씨의 막말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B씨는 "말조심하라. 어쩜 의사가 보호자한테 한 마디도 안 지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B씨의 항의는 1시간 넘게 이어졌고, 다른 환자들은 대기해야만 했다. 정작 A씨는 정밀 검사에서 별 이상이 없었고, 다른 병원으로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간 동안 다른 응급실 환자들은 진료를 받지 못했다. 정작 A씨는 정밀검사에서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곧 다른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에 병원 측은 B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강원 속초경찰서에 고소했다. 이 병원 응급의학과 의사는 "(대부분) 불평 정도로만 끝나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며 "안 좋은 환자를 방치할 수 없다"고 전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