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곽노정 사장 "메모리 반도체, 스페셜티 제품으로 혁신"

고객 요구 맞춰 차별화하는 것이 성장 동력

"그동안 범용 제품(Commodity)으로 인식돼 왔던 메모리 반도체를 고객별 차별화된(Customized) 스페셜티(Specialty) 제품으로 혁신하겠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창립 40주년을 맞은 10일 사내방송으로 방영된 'SK하이닉스 창립 40주년 특별대담'에서 이같이 말했다. 곽 사장은 "(범용 제품 중심의) 과거 방식을 벗어나서 고객을 만족시키는 회사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며 이같은 계획을 구체화하는 배경을 밝혔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가운데)이 창립 40주년을 맞아 사내 구성원들과 대담을 진행, 회사 미래 비전을 이야기하고 있다. / [사진출처=SK하이닉스 뉴스룸 갈무리]

메모리 반도체 업계는 최근 인공지능(AI) 시대로 접어들면서 AI 학습 범위가 확장되고 빅테크 기업들이 요구하는 메모리 스펙이 다변화하는 과제를 맞이했다. SK하이닉스는 이에 고대역폭메모리(HBM)3를 세계 최초로 양산하고 다음 세대 제품인 HBM3E도 개발하는 등 AI용 메모리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간 메모리 사업은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기술 개발을 마친 뒤 빠르게 양산 체제를 갖춰 고객에 대량으로 제품을 공급하는 소품종 대량생산 체제였다. 하지만 챗GPT 등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 이같은 산업 흐름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함과 동시에 빅테크 기업의 AI 서비스가 회사별로 차별화되면서 메모리 스펙 역시 다양해지고 있다.

곽 사장은 이에 내년에 양산될 HBM3E 이후에는 초기 단계부터 AI 사업을 하는 고객과 긴밀한 협업 속에 메모리 스펙을 구성해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설계와 생산 방식은 물론, 마케팅 등 산업 전반에 큰 변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메모리는 계속해서 고객 요구에 맞춰 차별화돼야 한다"며 "이것이 우리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며 말했다. 또 "앞으로는 고객이 원하는 스페셜티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며 "이러한 변화가 우리에게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곽노정 사장이 이천, 청주, 용인 시대로 나아갈 회사의 미래 모습을 설명하고 있다. / [사진출처=SK하이닉스 뉴스룸 갈무리]

한편 곽 사장은 이날 SK하이닉스 구성원 3명과 대담 형식의 여러 논의를 나눴다. 반도체 미래 기술 전망과 관련해서는 메모리와 중앙처리장치(CPU), 시스템 반도체 간 경계가 없어지고 기술적인 융합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 앞으로 메모리 활용 범위가 넓어질 것이라며 "메모리에 연산 기능을 넣는 프로세싱 인 메모리(PIM) 같은 제품이 고도화하고 퀀텀 컴퓨팅(양자역햑 현상을 활용해 기존 컴퓨터보다 빠르게 복잡한 문제를 처리하는 양자 계산 방식) 쪽에도 들어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회사 미래와 관련한 질문에선 기존에 사업 거점을 둔 이천과 청주뿐 아니라 2027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들어설 생산시설을 통해 사업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삼각축이 완성되면 이천과 청주, 용인을 기반으로 세계적인 반도체 메가카 될 것"이라는 설명도 했다.

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