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흉기난동' 최원종, 정신감정 요구 "조현병 가능성 있다"
'분당 흉기 난동범' 최원종(22)이 법정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으나 범행 당시 정신상태에 대해 정확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재판부에 정신감정을 신청했다.
10일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2부(강현구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2차 재판에서 살인·살인미수·살인예비 혐의로 기소된 최원종은 공소사실을 인정하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그러나 최원종의 변호인은 "범행 당시 피고인에게 조현병이 의심될만한 정상이 있어 정확한 진단과 판단이 있어야 한다"며 재판부에 정신감정을 신청했다. 변호인은 "2020년 조현성 성격장애로 진단받은 적이 있는 피고인이 망상증세 속에 범행한 것으로 미뤄볼 때 범행 당시 망상장애나 조현병 발병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재판 직전에 신청해 검토 시간이 필요하다며 증거서류와 수사 기록 등을 검토한 후 정신감정 채택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검찰은 앞서 최원종을 기소하면서 참고인 22명과 전문의 자문을 종합해 최원종이 피해망상에 몰두해 주변 환경에 대한 경계심과 불안감을 갖고 자기 자신을 보호하는 수단으로 극단적인 공격성을 보였다면서도 심신미약 상태에 빠져 범행을 저지른 것은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검찰은 최원종이 주식 투자를 하거나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학업능력을 갖춘 점, 범행 수일 전 '심신미약 감경'을 한 차례 검색한 점 등을 그 근거로 들었다.
검찰은 2020년 '조현성 인격장애(분열성 성격장애)' 진단을 받은 뒤 최근까지 3년간 아무런 치료를 받지 않고 홀로 살며 망상증세를 보이던 최원종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비슷한 증세를 겪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증세가 더욱 심해졌다고 판단했다.
최원종의 차에 치여 숨진 60대 여성의 남편은 재판이 끝나고 취재진에게 "반성문 썼다, 병이 있다는 이유로 법이 약해지면 이런 사건은 반복될 것"이라며 "흉악범죄 살인자에게 감경 없는 엄중한 처벌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차량 돌진으로 피해를 본 20대 여성의 유족은 최원종이 정신감정 신청을 한 것에 대해 "예상했기 때문에 특별히 와닿지 않는다"라며 "예전과 다른 판결이 나올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20대 피해자의 유족은 이날 재판에서 최원종에게 법정 최고형을 내려달라며 가족과 지인, 피해자의 친구 등 294명이 서명한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최원종은 지난 8월 3일 오후 5시 56분 성남시 분당구 AK플라자 분당점 부근에서 모친 소유의 모닝 차량을 몰고 인도로 돌진해 5명을 들이받고, 이후 차에서 내려 백화점에 들어가 9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이로 인해 차에 치인 60대 여성과 20대 여성이 숨졌고, 이 밖에 또 다른 무고한 시민 5명이 중상, 7명이 경상을 입었다.
다음 재판은 오는 26일 열린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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