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중동서도 숨은 큰 손…"하마스 손에 '북한제 무기' 포착"

강태화, 이세영 2023. 10. 10.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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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북한산 무기를 사용해 이스라엘을 공격하고 있다는 정황이 확인되고 있다. 북·러 정상회담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을 위한 핵심 무기 지원국으로 부상한 북한이 ‘두번째 전선’이 될 조짐을 보이는 중동에서도 전쟁 지원의 ‘큰 손’ 역할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8월 주요 군수공장들을 시찰하고 "전쟁준비의 질적수준은 군수산업발전에 달려있다"며 무기 생산능력의 제고를 독려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8월 11~12일 전술미사일 생산공장과 전술미사일 발사대차 생산공장, 전투장갑차 생산공장, 대구경 조종방사포탄 생산공장 등을 현지지도했다고 14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산 F-7 고폭 파편 로켓 식별”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는 10일 군사 전문 블로거 ‘워 누아르’를 인용해 “하마스 대원 중 한 명이 북한에서 제작된 85㎜ F-7 고폭 파쳔 로켓을 소지한 것이 식별됐다”고 보도했다.

유명 블로거 '워 느와르'가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게시한 하마스의 무기. 사진 속 무기는 북한에서 생산한 것으로 추정되는 F-7인 것으로 추정된다. 워 느와르 X 캡쳐

F-7은 로켓추진유탄(RPG) 발사기로, 우회로를 통해 하마스 등에 대량으로 유통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실제 이날 공개된 무기는 과거 북한이 공개했던 F-7과 동일한 모양인 것으로 파악된다.

미 국방정보국(DIA) 출신 브루스 벡톨 엔젤로주립대 교수는 RFA에 “하마스가 이전부터 북한 F-7을 사용해왔다”며 “이번 전쟁에서 F-7뿐 아니라 다른 북한 무기들도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마스 조직원(사진 왼쪽)이 조작하는 대전차 미사일과 북한에서 2014년 실시한 시험 발사. 중앙포토


‘스모킹건’ 없다지만…중동은 北 '핵심 고객’

북한의 F-7이 하마스로 흘러들어간 경위는 불투명하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에선 북한산 무기가 이란을 거쳐 하마스로 전달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아슈켈론 시내에서 무장정파 하마스의 로켓 공격을 받은 차량이 불타고 있다. EPA=연합뉴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9일(현지시간) 전화브리핑에서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과 관련한 이란의 역할과 관련 “‘스모킹건(smoking gun·확실한 증거)’은 아직 찾지 못했다”면서도 “이란은 하마스를 다년간 지원해왔다”고 말했다.

이란은 오랫동안 북한의 주요 무기 밀수출 대상국이었다. 백톨 교수는 “이스라엘은 북한의 무기가 이란을 거쳐 하마스·헤즈볼라로 향하고 있다고 파악하고 있다”며 “2014년에도 북한은 하마스에서 수십만 달러를 받고 107ㆍ122mm 다연장 로켓 발사기, 통신 장비 등을 제공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전했다. 이란을 거쳐 전달된 북한산 무기가 하마스 무장의 원동력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실제 2009년에도 북한산 지대지미사일 등 35톤의 무기를 실은 화물기가 태국에서 적발됐는데, 당시 파악된 무기의 행선지는 이란이었다. 또 2017년엔 이스라엘의 군사정보 사이트 ‘데브카 파일’은 북한이 대전차 미사일 ‘불새-2’ 1500여대를 중동에 밀수출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밖에 하마스는 가자지구를 둘러싼 이스라엘의 ‘분리 장벽’을 돌파하기 위해 이집트 시나이반도나 이스라엘 남부 사막으로 빠져나가는 땅굴을 다수 건설했다. 2014년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의 땅굴 30여개를 확인했는데, 당시 확인된 하마스 땅굴의 구조와 형태는 한반도 비무장지대의 땅굴과 유사한 형태인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하마스 조직이 땅굴로 이동하는 모습. Debkafile 홈페이지 캡처

이스라엘 비난한 北… "국제정세 기회로 인식"

북한의 노동신문은 지난 9일 “이스라엘이 살인만행을 저질렀다”며 “이스라엘의 거듭되는 살인만행은 국제사회의 비난과 규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입장을 밝히면서 무차별적인 선제 공격을 가하고 이스라엘인 인질에 대한 살해 협박을 벌이는 하마스의 만행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 9일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가자지구에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10일 통화에서 “북한과 이란 등 중동 국가와의 무기 거래는 이미 오래 전부터 상호 의존·보완적 성격을 가지고 진행돼 왔다”며 “북한 미사일 체계의 근본이 된 스커드 관련 기술을 포함한 다양한 첨단 군사기술 분야에서 북한과 이란은 상호 기술 이전과 재이전 과정을 거치며 양측 모두의 기술 고도화를 달성해왔던 전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류 의원은 이어 “하마스는 또 이번에 이스라엘의 방공망을 뚫기 위한 대량의 폭격을 비롯해 이스라엘인 인질을 볼모로 한 위협과 협박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며 일종의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며 “실전에서 어떠한 무기 체계를 활용해 어떤 전략을 적용하는지 등 역시 북한이 유사시 택할 전략·전술을 다양화하고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임을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우크라이나에 이은 중동에서의 긴장이 심화되는 과정에서 북한산 무기가 핵심 수단으로 부상하는 상황에 대해 북한 스스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낼 기회의 창으로 인식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지금까지 북한은 무기 등을 불법 공급하면서도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으며 과도한 개입을 경계해왔지만, 이번 상황을 계기로 북한이 불법 무기 공급자로서의 위상을 오히려 공식적으로 과시하며 기존의 북한식 외교 기조까지 변화시킬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고 말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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