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대신 좀 씻겨주면 좋겠다" 그 소원 이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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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정 기자]
누구나 너무 피곤한 날 이런 생각을 한 번씩은 해봤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 누가 대신 씻겨줬으면 좋겠다.' 나도 바쁜 하루를 보내고 집에 들어올 때면 종종 이런 생각을 하곤 했다. 그래서 한 번 해봤다.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면서 우리 사회의 목욕탕 문화가 잠시 사라졌었다. 나도 코로나가 심했던 시기에는 당연히 목욕탕에 가지 않았고 그로부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올해에도 목욕탕에 가지 않았다.
3년 간이나 발길을 끊고 나니 왠지 가기가 새삼스러워졌달까. 웃기는 얘기지만 옷을 벗고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게 좀 어색해졌고, 몇 시간씩 탕에 들어갔다 때를 미는 과정이 생각만 해도 진이 빠졌다. 같이 갈 사람이라도 있으면 좋았겠지만 그것마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니, 내 마음 속에서 목욕탕은 점점 멀어졌다.
그러나 내 마음과는 다르게 몸은 목욕탕을 원했다. 몸이 찌뿌둥한 것이 탕에 들어가고 싶어 진지하게 원룸 화장실에 욕조 설치를 고민하기도 했었다(물론 이 생각은 기각되었다)
그러던 중 발견한 것이 바로 1인 세신숍이었다. 1인 세신숍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여럿이 모이기를 걱정하는 분위기가 생기면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나는 이전에 목욕탕을 다닐 때에도 세신을 받아본 적은 없었기 때문에 걱정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탕에 들어가는 경험을 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을 만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한 번 체험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내가 처음 방문할 때만 해도 우리 지역에 1인 세신숍이 없었기 때문에 버스를 타고 가장 가까운 타 지역으로 갔다. 앞서 말했듯 세신을 받아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1시간에 7만대의 가격이 싼 건지 비싼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손 하나 까딱 하지 않고 목욕을 마칠 수 있다는 점에서 한 번 맡겨보기로 하였다.
▲ 1인 세신숍 개인 욕조. 1인용이니 목욕탕 욕조보다는 작다. |
ⓒ 세신숍 사진 제공 |
목욕탕은 1인용 욕조와 세신을 할 수 있는 침대와 목욕용품들이 있었고, 들어가기 전에 개인 락커가 있는 탈의실이 있었다. 욕조에는 이미 따뜻한 물과 입욕제가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냥 옷을 벗고 바로 탕에 들어가 약 20분 간 있으면 된다고 안내를 받았다. 욕조에는 나무 책상이 있어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볼 수 있었고, 카운터에서 주문한 차를 올려두고 마실 수 있었다.
욕조는 1인용으로 164cm인 내가 무릎을 조금 구부리고 들어가기에 딱 맞았다(여성 전용 세신숍이었기 때문에 크기가 그렇게 큰 욕조를 사용하지 않는 것 같았다). 욕조이기는 했지만 오랜만에 따뜻한 물에 목을 담그니 정말 기분이 좋았다. 열탕에 들어온 것처럼 멍해지고 생각이 없어지는 것이 정말 개운해 탕에만 더 오래 있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
20분이 지나자 목욕관리사(세신사)분이 들어와 목욕용 침대로 나를 안내해주셨다. 그 뒤로는 그냥 관리사분의 손에 나를 맡기면 된다. 엎드렸다가 바로 누웠다가 하면서 알아서 나를 잘 정리해주신다. 세신 중에는 공중목욕탕과는 다르게 노래가 나온다. 내가 간 날 들었던 음악은 몇 개의 피아노 클래식과 뉴진스의 하입보이였다.
▲ 1인 세신숍 목욕베드. 목욕탕 세신 공간을 떼어 놓은 것 같다. |
ⓒ 세십숍 사진 제공 |
다 씻고 나오면 탈의실에는 몸을 말릴 수 있는 기계, 드라이기, 스킨, 로션, 헤어 에센스, 빗, 고데기, 머리끈 면봉 등이 준비되어 있다. 그렇게 탈의실에서 옷을 입고 원하는 만큼 잘 정비를 하고 나오면 1인 세신숍의 코스는 끝난다. "누가 대신 씻겨줬으면 좋겠다"의 소원 수리가 완료되는 것이다.
장점은 함께 목욕을 하는 사람들을 신경쓸 필요가 없고, 소음 등에서 자유롭다는 것이다. 또 탕안에서 음료를 마시거나 영상을 보는 기존의 공중목욕탕에서 하기 힘든 일들을 할 수 있다. 말 그대로 가만히 있으면 남이 나를 씻겨주는 것이기 때문에 너무 피로하거나 전문가의 솜씨를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단점은 1인숍이기 때문에 탕이 아닌 욕조가 준비되어 있어 탕을 기대한 분들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그리고 신장이 크신 분들은 지점에 따라서는 욕조가 조금 불편할 수도 있으니 미리 연락해보고 방문하는 것을 추천드린다. 그리고 오히려 목욕관리사분과 단 둘이 있는 것이 어색한 분들에게도 추천드리지 않는다. 그것을 제외하면 별다른 단점은 없었고, 아주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다만 나는 동일한 가게에 두 번째 방문 시에는 기존에 이용했던 코스보다 2만 원이 더 저렴한 코스를 이용했는데 더 만족스러웠다. 차이점은 우유 세신의 유무였다. 모든 세신숍의 가격과 서비스 내용이 동일하지는 않다. 어느 세신숍이든 가격보다는 필요에 따라 코스를 선택해 이용하는 것이 좋다.
나는 이렇게 내 소원 중 하나인 누가 대신 좀 씻겨주기를 이루었다. 그리고 가장 좋은 것은 탕에 들어가는 즐거움을 다시 일깨워주었다는 것. 세상의 발전으로 소원을 이룬 참 감개무량한 경험이었다. 독자분들도 혹시 "아, 누가 좀 대신 씻겨주면 좋겠다" 싶을 때, 한 번 방문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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