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 처형 방송도 할 것” 하마스 협박… 이스라엘 ‘딜레마’
이스라엘 민간인 인질 최소 백명
교전 사흘째 양측 사망자 1600명↑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10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 억류한 이스라엘 민간인 인질을 처형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이스라엘이 완전 봉쇄 전략을 취하며 고사 위기에 직면하자 최후의 협상 카드를 꺼낸 것으로 분석된다. 이스라엘 정부는 지상 침공을 포함한 다음 공격 시나리오를 두고 내부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서 고민에 빠지게 됐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하마스 무장조직 알카삼 여단의 아부 오베이다 대변인은 이날 아랍 위성 뉴스 채널을 통해 성명을 내고 “이 시간부터 사전 경고 없이 민간인을 표적으로 삼는다면 적 민간인 인질 중 한 명씩 처형하겠다”며 “처형 장면은 그대로 방송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가자지구 공격 수위를 볼 때 적의 인질도 같은 정도로 위험에 처한 상황이 분명해졌다”며 “적의 폭격이 있거나 공격과 전투에 직면하게 된다면 인질 문제로 고민하거나 협상하지 않겠다”고 언급했다.
이 성명은 가자지구 완전 봉쇄에 착수한다는 이스라엘군(IDF)의 발표 후 몇 시간 뒤 나온 것이다. 하마스와 친(親)팔레스타인 언론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민간지역을 무차별 폭격하고 있다고 비난해왔는데, 이 같은 공습을 반복할 때마다 인질 한 명씩 처형하겠다는 뜻이다.
하마스는 지난 7일 가자지구 국경 철책을 넘어 이스라엘 22개 지역에 침투했다. 이들은 민간인들에게 총격을 가하고 사막에서 열린 음악 축제 행사장 등에서 민간인을 무차별적으로 납치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하마스에 끌려간 인질이 외국인을 포함해 150여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은 하마스 무장 세력이 사용하는 가자지구 지하터널과 기타 군사 기지에 분산 수용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자지구 공격 수위를 고심하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큰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 봉쇄 작전을 끝까지 진행하거나 지구 내 군사를 개입할 시 인질들이 처형되거나 인간방패로 사용될 수 있다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야 한다. 가자지구에 끌려간 인질 가족들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군사 작전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인질들의 생명을 보호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스라엘 내에서는 포로협상을 반대하는 여론이 큰 분위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인 대부분은 하마스 요구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전했다. 공격 고삐를 늦추고 포로협상에 응하게 되면 수천명의 팔레스타인인을 석방해야 하고 하마스에 선전상 승리를 안겨주게 된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집트를 중개자로 삼아 아이와 여성의 석방을 보장하기 위해 협상을 모색하고 있다고 WSJ은 이집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다만 일부 수감자 석방에 부분적 합의를 이뤄내더라도 하마스와 다른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가 자신들이 억류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수십 명의 이스라엘 군인을 넘겨줄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극우 내각 장관들로부터 하마스를 완전히 파괴하는 것이 인질을 구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은 전날 내각 회의에서 “인질 문제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지 말고 하마스부터 공격하라”고 촉구했다.
하마스 고위 당국자는 현지 매체 알자리자통신에 로이터통신에 “목적을 달성했다”며 이스라엘과의 휴전 협상 가능성을 열어놨다.
네타냐후 총리는 일단 강경 대응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날 아침 남부 국경지역 시장들과 만나 “이스라엘 대응이 중동을 바꿀 것”이라며 “하마스는 끔찍한 일을 겪게 될 것이며 (봉쇄 작전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무력 충돌이 계속되며 양측 민간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교전 사흘째인 이날 양측 사망자는 최소 1600명이다. 이스라엘 당국은 이날 하마스의 공격으로 인한 사망자가 900명 이상, 부상자는 2600명 이상이라고 발표했다. 하마스가 통치 중인 가자지구 보건부는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사망자 수가 680명까지 늘어났다고 알렸다.
이와 별개로 현지 매체 뉴스13은 하마스 무장대원 시신 1500구가 이스라엘 영토에서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지난 7일 이후 이스라엘 영토에 침투했다가 IDF에 사살된 이들이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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