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군면제 환호성과 말라가는 병역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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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의 한일전을 앞두고 유럽의 축구팬들은 한국을 응원했다.
금메달을 목에 걸면 병역 면제로 통용되는 '특례'를 받기 때문이다.
한국이 첫 축구경기에서 쿠웨이트를 9대 0으로 대파한 다음날 인도네시아의 한 축구팬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국은 우승하면 병역 면제라서 절대 한국을 만나면 안 된다"고 썼다.
군 면제 기회와 그 대상자가 늘어나는 데 반해, 병역 자원은 씨가 말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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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의 한일전을 앞두고 유럽의 축구팬들은 한국을 응원했다. 금메달을 목에 걸면 병역 면제로 통용되는 ‘특례’를 받기 때문이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한국 선수단에는 해외구단 소속 선수가 여럿 있었다. 독일 축구 전문매체 ‘키커’는 "한국이 결승에서 이기면 클럽도 이득을 본다"고 했다. 다른 나라 네티즌에게도 한국은 제1호 경계대상이었다. 한국이 첫 축구경기에서 쿠웨이트를 9대 0으로 대파한 다음날 인도네시아의 한 축구팬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국은 우승하면 병역 면제라서 절대 한국을 만나면 안 된다"고 썼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메달과 병역’이라는 주제를 확실하게 도마 위에 올렸다. e스포츠와 바둑 등이 정식 종목이 되면서 군 면제의 기회가 늘어났다. 일부 종목은 목표가 메달이 아니라 군 면제가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한국을 제외한 야구 종목 참가국 대부분은 아마추어로 구성돼 있다. 대표팀 승선이 곧 병역 면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름길인 것만은 분명하다. 해외에서도 경기력과 군 면제를 운운할 정도니 말 다했다.
군 면제 기회와 그 대상자가 늘어나는 데 반해, 병역 자원은 씨가 말라가고 있다. 한국군은 저출산 앞에 무방비 상태다. 18개월 복무를 기준으로 36만여명의 병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연간 26만명의 입대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20세 이상 남자, 입대 가용인구는 2025년 기준 22만여명에 그친다. 인구절벽 가속화로 입대 가용인구는 2040년 현재의 절반 수준인 14만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국방부는 예상하고 있다.
남자축구·남자야구 대표팀이 동아시아에서 금메달의 축포를 쏘아 올리던 때, 반대편 아시아 서쪽에서는 포탄과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축구 대표팀의 3연패, 야구 대표팀의 4연패는 분명 대단한 일이다. 함께 응원하고 함께 환호성을 질렀지만 동시에 저 멀리서 들려오는 비명을 외면하기도 쉽지 않다.
신냉전 구도하에서 지정학적 위기는 더욱 광범위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이스라엘·팔레스타인(하마스)에 이어 세계는 그다음에 터질 화약고가 어디일지 주목하고 있다. 대만해협일 수도 있고 아니면 이곳, 한반도일 수도 있다. 하마스의 기습 전술 성공을 평양이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1973년 도입된 예술·체육계 종사자의 군 면제 범위와 대상은 계속해서 변해왔다. 국위선양에 대한 보상 차원으로 만들어진 각종 병역 특례제도는 더 파격적인 변화를 각오해야 한다. ‘방탄소년단(BTS)이 그깟 공놀이 금메달보다 국위선양을 못 했느냐’라는 식의 소모적인 주장은 그만 할 때가 됐다. BTS도 야구대표팀도 모두 보물이요 자랑이다. 다만 국위선양이 군 복무 면제의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다. 국위선양으로 전 세계에 이름을 떨칠 인재는 앞으로 더 나올 것이다. 그때마다 군 면제 논란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예고된 소모전을 끝내기 위한 새로운 룰을 세울 때다.
김동표 이슈2팀장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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