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창조자 찾는 서구... '크리에이터'가 던지는 질문
[김동근 기자]
▲ 영화 <크리에이터> 포스터 |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세상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간다. 그래서 우린 종종 사람들을 최대한 간단하게 구분해 보려 애쓴다. 남녀를 구분해서 성향을 쓰기도 하고, 혈액형 같은 이해하기 쉬운 구분을 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MBTI 같이 조금 더 세분화된 구분법을 이용해 각자의 성향을 내세운다. 이런 구분 짓기는 너무나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는 사람들을 조금은 편하게 이해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렇게 상대방의 성향을 대략 이해하고, 나 자신의 성향도 상대방에게 인식시킴으로써 불필요한 충돌이나 오해를 없애고 좀 더 빠르게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생겨난 것일 것이다.
최근의 구분 짓기는 상대방을 좀 더 편하게 이해하기 위한 것이겠지만, 역사적으로 구분 짓기는 비극을 불러오기도 했다. 나치가 유대인을 구별해 폭력을 저지르기도 했고 흑인과 아시아인들은 차별을 받았다. 여전히 이런 구분 짓기는 유효하다. 과거처럼 폭력적인 방식은 아니지만 여전히 이런 구분은 암묵적으로 사회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런저런 차별과 구분 짓기에 대한 뉴스를 보다 보면 드는 의문이 있다. 왜 이렇게 구분을 짓는 걸 좋아할까. 같이 잘 살아갈 수는 없는 걸까.
구분 짓는 세계에 등장한 AI
영화 <크리에이터>는 AI의 등장 이후, 고도화된 AI를 어떤 존재로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가장 크게 충돌하는 부분은 AI라는 새로운 존재에 대한 인식이다. 미국을 포함한 서구에서는 AI를 적으로 간주한다. 미국 LA에 AI가 쏜 폭탄이 터지면서 많은 사람이 피해를 입었고, 그런 이유 때문에 AI는 그들에게 적이 되었다. 반면 아시아 지역에서 AI는 위험하지 않은 존재로 받아들여진다. 오히려 AI를 받아들이면서 같이 공생하는 사회를 만들어간다. 사람 몸의 일부를 기계가 대체하기도 하고, 때론 몸 전체가 로봇이지만 기억이나 정신만 인간의 것을 쓰기도 한다. 그래서 아시아에는 AI와 인간의 혼합형인 시뮬런트가 함께 살아가고 있다.
▲ 영화 <크리에이터> 장면 |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조슈아와 마야가 같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이 영화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가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로 대립하는 집단을 대표하지만 그들은 외모나 추구하는 가치에 의해 그 관계가 영향을 받지 않았고, 온전한 자신들만의 공간에서 평온한 삶을 이어가려고 노력 중이었다. 그러니까 구분 짓지 않는 삶을 통해 평온함을 만들어낸 것이다. 서구는 조슈아와 마야가 살고 있는 섬에 니르마타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과감하게 상륙작전을 펼치면서 이 둘의 평화는 깨져버린다. 다시 한번 강력한 구분 짓기 체제가 공생 체제를 무너뜨린 것이다.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조슈아가 수행하는 임무
영화는 이 일로 마야가 세상을 떠난 몇 년 후 조슈아의 모습을 보여준다. 어떤 그룹도 선택하지 않고 혼자 조용히 살아가는 그는 어느 날 서구에서 방문한 조직의 리더들에게 니르마타가 개발한 신종 무기를 찾아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이 만남에서 조슈아는 화면 속 마야와 똑같은 모습을 한 인물을 보게 되면서 다시 전장 속으로 돌아가게 된다. 조슈아는 이 임무에 참여하면서도 그 어떤 편도 들지 않았다. 외형적으로 서구의 무기와 옷을 입고 있지만, 머릿속은 자신이 사랑하는 마야만을 생각하고 있다.
서구의 군인들은 증오의 시각으로 아시아를 바라본다. 개개인이 겪은 경험도 과거 AI로부터 당한 상처나 희생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AI를 포용하는 아시아는 적국으로 간주된다. 반면 아시아에서는 침략하는 서구를 방어하기에 급급하고 가능하면 큰 확전으로 번지지 않기를 바란다. 아시아는 상대방을 적으로 생각하는 구분 짓기가 종료되고 모두가 어우러져 살아가는 세상이 만들어지길 희망한다. 하지만 영화 내내 서구와 아시아는 계속 강력하게 대립한다. 그래서 이들 간에 정치적인 합의점을 찾기가 더욱 어려워 보인다.
▲ 영화 <크리에이터> 장면 |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그 구분 짓기에서 희생당하는 건 결국 수많은 일반 사람들이다. 전쟁은 멈출 수 없고 거기엔 수많은 자원과 목숨이 희생된다. 안정적인 경제 발전이나 사회 발전은 꿈꿀 수도 없다. 마치 지금 벌어지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처럼 리더 집단들도 그 구분 짓기를 멈출 생각이 전혀 없다. AI라는 새로운 기술 혹은 인류의 등장은 그런 기술을 아직 인류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진중하게 자신의 말과 고민을 쏟아내는 영화
영화 <크리에이터>는 구분 짓기가 극대화된 사회를 보여주면서 최신 기술로 만들어진 AI의 모습을 보여준다. 아이의 모습을 한 그 AI는 악의가 보이지 않는다. 생각해 보면 영화 전체에 등장하는 AI와 시뮬런트들의 모습에서 비도덕적이거나 악의가 있는 모습은 등장하지 않는다. 결국에는 모든 문제들의 시초는 바로 인간들의 구분 짓기 때문인 것을 알 수 있다. 구분 짓기의 비극은 이 영화 속 세계 전체를 완전히 붕괴시켜 버리고 만 것이다.
조슈아는 AI 아이를 통해 자신의 아내를 찾으려 하고 아이는 그것을 돕는다. 영화 속 주인공인 두 존재는 처음에는 서로를 경계하지만 결국 같은 방향으로 나아간다. 영화는 결국 인간이 개발한 AI와 인간이 같이 공생하는 것이 좀 더 나은 선택인지를 두 존재를 통해 되묻는 것 같다.
영화 <크리에이터>를 연출한 가렛 에드워즈 감독은 <고질라> 나 <로그 원 : 스타워즈 스토리>에서 훌륭한 영상과 진중한 이야기를 만들어낸 적이 있다. 이번 <크리에이터>에서 등장하는 AI의 모습이나 거대한 우주선이 움직이는 모습이 무척 훌륭하다. 또한 이 영화가 던지는 이야기도 좋다. 새로운 존재의 등장을 각 국가가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고 구분 짓는지를 잘 보여준다. 조금 느린 이야기 전개에도 불구하고 우직하게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화면에 담았다.
구분 짓기는 여전히 현대에 해결되지 않는 문제다. 꾸준히 인간은 세부적으로 상대방을 구분 지으며 살아왔다. 그렇게 구분 짓기로 인한 혼란과 대립은 현대에 계속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AI 기술은 우리가 그 새로운 존재들을 어떤 식으로 봐야 할지를 고민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영화 <크리에이터>는 그 질문을 관객에게 진지하게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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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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