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퇴진 1인시위' 100회 벌인 시민, 소회 담은 책 펴내
[윤성효 기자]
▲ 김의곤 저 <한 시민의 정권을 향한 100일 투쟁기-에이 미친 놈아!> 표지. |
ⓒ 도서출판 더나은 |
"304명 생때같은 아이들 / 하늘의 별로 떠나보낸 지 얼마나 됐다고 / 또다시 너희들을 허망한 죽음으로 내몬 / 어른들의 안일과 무책임이 부끄러워 / 이젠 슬픔조차도 변명마저도 차마 / 드러내 보일 수가 없구나 // 그 골목에 아무것도 놓지 마라! / 허울 좋은 애도의 꽃도 놓지 마라! / 안전도 생명도 탐욕이 덮어버린 이 나라에 / 반성 없는 어른들 끝없이 원망케 하라! / 그리하여 아이들아 용서하지 마라! / 참담한 부끄러움에 울고 있는 우리를..."(미안하다, 용서하지 마라 중에서).
김의곤(60, 경남 함안) 시인이 지난해 발생한 10·29 이태원 압사 참사를 생각하며 쓴 시다. 그는 다른 시 '추모의 정석'에서는 "아직 우리의 추모는 끝나지 않았다 / 억울한 죽음의 이유를 밝힐 때까지 / 그 책임 분명히 물을 때까지 / 결코 끝낼 수가 없다"고 했다.
이들 시를 비롯해 그가 2022년 10월 18일부터 올해 3월 28일까지 토·일요일을 빼고 100일 동안 창원대로 입구 쪽 소계광장에서 '윤석열 퇴진'을 내걸고 아침마다 1인시위를 벌이면서 썼던 글(시)을 모은 책이 나왔다.
책 제목은 <에이 미친 놈아!>(도서출판 더나은 간)로, '한 시민의 정권을 향한 100일 투쟁기'라는 부제가 달렸다.
'함안 의병'을 자처하는 김 시인은 지난해 가을부터 올해 봄까지 윤석열 대통령 퇴진 구호를 내걸고 출근 시위를 100회 동안 벌였다. 그는 출근 시위를 마친 후 의식을 치르듯 매번 사색과 성찰의 글을 썼고 이를 아는 사람들에게 공유했다.
출판사는 "지금도 어디에선가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싸우고 있을 시민들에게 힘을 보태고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김의곤의 백일 투쟁기 출판을 기획했다"고 소개했다.
출판사는 지난 8월 말, 텀블벅을 통해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해 서적 출간을 위한 최소 비용을 모았다. 목표 금액보다 훨씬 많은 212%를 달성하면서 책을 내게 됐다.
▲ 김의곤 시인이 창원대로 입구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을 때 모습이다. |
ⓒ 김의곤 |
책 제목이 된 '에이~ 미친 놈아!'라는 시는 김의곤 시인이 올해 2월 2일 아침 1인시위를 할 때 마주쳤던 상황을 담은 글이다.
앞서 그가 윤석열 퇴진 팻말을 들고 1인시위를 할 때 트럭을 몰고 가는 사람과 종종 마주쳤다. 하루는 그 운전자가 창문을 내리고 "에이 미친 놈아"라고 했다. 운전자는 김 시인이 반응할 겨를도 없이 짱돌 같은 인사만 남기고 지나갔다. 그러나 김 시인은 떠나는 운전자를 향해 "좋은 하루"를 외쳤다.
그런데 2월 2일 아침, 운전자가 김 시인을 향해 멋쩍게 손을 흔들어 보이며 눈을 맞췄다. 이에 대해 김 시인은 "기다리는 봄만큼이나 기분 좋은 변화다. 새털 같은 유대이든 날개짓임은 분명하다"라고 회상했다.
출신 1인시위 소감을 담은 글을 매일 썼던 것에 대해, 그는 "처음엔 분노였으나 나중엔 수양이었고 100회가 가까워질수록 단단하게 차오르는 굳은 결의를 확인할 수 있었다"라며 "매일 한 꼭지씩 우려내야 했던 시위 소회는 한두 시간짜리 문예 백일장 같은 부담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기를 쓰고 지켜냈던 건 함께 걸어왔고, 손잡고 걸어갈 사람들에게 소심한 죽비라도 되고 싶었고 무엇보다도 내가 피하지 않고 나아갈 길을 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책을 낸 이유에 대해 그는 "여전히 윤석열 퇴진 전선에서 분투하는 수많은 애국시민에게 지치지 말자는, 결코 포기하지 말자는 독려와 응원의 비둘기로 날리고 싶다"라고 설명했다.
'어쩌다 출간'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그는 "여전히 난망하기 짝이 없는 현실은 투쟁을 멈추지 말라 요구하고 있다"라며 "이런 시기에 조심스레 내어놓는 저의 졸고가 이미 저에게는 단지결의(斷指決意) 같은 만인과의 약속이 되었고 어떤 이들에겐 지친 마음 다잡고 다시 나아가게 하는 자그마한 채근이라도 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싶다"라고 했다.
다음은 김의곤 시인이 쓴 '사즉생 생즉사(死卽生 生卽死)'의 전문이다.
사즉생 생즉사(死卽生 生卽死)
십자가를 매고
골고다를 오르듯
그가 무대에 오른다.
이 무대가 피할 수 없는
집행관들의 못질과
가까워지는 길임을 알면서도.
지쳐 보이나 담담하고
단호한 결기는 서슬이고
사자후는 불 바람이다.
나를 짓밟고 넘을지라도
민생과 국민은 짓밟지 마라
민주주의를 훼손치 마라
이미 만신창이인 그가
남김없이 모든 것을
던져서 나아가려 한다.
각골하라! 그의 포효를
외면하지 마라! 그의 고난을
온전히 우리를 던져야
그도 살고 우리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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