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이-팔 분쟁 확대 가능성… 정부, 리스크 관리 철저히"(종합)
중동 분쟁, 국제 유가 상승… "우리 국민 물가 부담 가중, 긴밀히 대응해야"
청소년 도박 중독에 "철저한 수사·단속… '범부처 대응팀' 조속히 출범" 지시
윤석열 대통령은 10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에 대한 수천발 로켓포 공격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며 이번 사태가 국제 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중동 분쟁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할 경우 금리 등 국내 물가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분석하며 경제 리스크에 대한 정부 차원의 철저한 관리를 지시했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금융 시장은 물론 교민과 성지순례객을 포함한 현지 체류 한국인 안전까지 실시간으로 점검 중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해 "중동 지역의 무력 분쟁과 전쟁은 국제 유가 상승을 불러오고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으로 우리 국민들의 물가 부담을 가중시켜 왔다"며 "정부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대외 불안정 요인에 긴밀히 대응하고 민생 어려움이 가중되지 않도록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사태의 장기화, 국제 분쟁으로의 확전 가능성을 꺼냈다. 윤 대통령은 "이란과 해즈볼라가 하마스를 지지하고 미국을 비롯한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이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지지하고 나서면서 이번 사태가 국제 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고 내다봤다.
무엇보다 중동 내 분쟁 확대로 인한 국제 유가 급등이 국내 금융 시장에 미칠 여파를 우려했다. 국제 유가 상승으로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경우 국내 물가와 금리에도 영향을 미쳐 서민들의 이자 부담까지 늘어날 수 있어서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중동 사태까지 겹치면서 대외경제 불안 요인이 커질 수 있다"며 "결국 고물가와 이자 부담 증가는 국민들의 실질 소득이 감소되는 효과를 가져오고, 경기회복세도 제약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관계부처는 국내외 경제 금융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해 경제 불안정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대통령실과 정부 역시 국제 유가 흐름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팔 분쟁 직후 중동 정세 불안이 확대되면서 국제유가는 4% 넘게 급등했다. 분쟁이 장기전으로 전환할 경우, 유가 상승에는 가속도가 붙을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여기에 미국 국채금리까지 급등하면 미국 경기의 전반적인 부담이 커질 수 있고, 결국엔 국내 시장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팔 충돌 직후 금융 시장 등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전날 최상목 경제수석은 기자들과 만나 "각별한 경계심을 갖고 있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우리 경제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언급했다. 특히 국제 유가 급등 우려에 대해서는 "최근 유가 흐름이 아직 높은 상황이지만 그래도 불확실성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이번 분쟁의 영향으로 불확실성이 커질 것 같기는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가 부분이 저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대통령이 말씀했듯 '비용상승 인플레'의 영향이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건 대외 여건이기 때문에 저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국내 기업이나 가계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유류세 부분도 있고 몇 가지 국내 제도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가계나 기업들의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있을지 여부는, 저희가 유가 흐름이나 전개 상황을 봐서 대처하겠다"며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준비하겠다는 말에는 그런 모든 면이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교민들의 안전 대책 수립도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가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는 만큼 외교부가 중심이 돼 관계부처는 교민과 여행객의 안전 대책을 철저히 마련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외교부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에 있는 우리 국민을 대피시키기 위한 비행기가 이날 현지에 도착할 예정이다. 주이스라엘 한국대사관은 이스라엘에 머무는 성지순례객이 36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날 민생과 관련해서는 청소년 도박 중독을 언급하며 정부의 '총력 대응'을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초, 중, 고등학생 19만여명이 '도박 위험집단'이라는 조사 결과가 발표돼 큰 충격을 주고 있다"며 "인터넷 방송, 게임, SNS 등으로 청소년들의 일상 깊숙이 침투한 온라인 불법 도박은 청소년들의 정신과 미래를 파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은 불법 도박 및 연계 범죄에 대해 철저한 수사와 단속을 해주기 바란다"며 "법무부를 주축으로 교육부, 보건복지부, 방통위 등 관계부처가 모두 참여하는 '범부처 대응팀'을 조속히 출범시켜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10월 가을을 맞아 예정된 전국 축제와 관련해서도 "각종 안전 사고에 철저히 대비해달라"고 당부했고, 이날부터 시작하는 국정감사에 대해서는 "각 부처는 내년 정부 예산안을 비롯한 각종 정책에 관해 쉽고 정확하게 설명해주시기 바란다"고 전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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