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 달아보겠다"...고철 신세 '괴산 가마솥' 다시 끓어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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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공모 400건 접수…‘경관조명’ ‘실패박물관’ 제안
무게 43t에 달하는 충북 괴산 초대형 가마솥에 야간 경관 조명이 설치될 전망이다.
10일 괴산군에 따르면 충북도와 괴산군은 괴산읍 동부리 고추유통센터 광장에서 16년째 방치 중인 대형 가마솥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한다. 괴산 주민이 많이 찾는 동진천 산책로와 연계해 가마솥 주변에 야간 경관 조명을 달 계획이다. 군민 성금과 군비 등 5억원을 들여 만든 이 가마솥은 대표적인 예산낭비 사례로 꼽힌다. 솥이 워낙 크다 보니 밥 짓기 등 활용도가 떨어져 2008년부터 사용하지 않고 있다.
충북도는 가마솥 활용을 위해 8월 11일부터 지난달 23일까지 전국 공모를 진행해 아이디어 400여 건을 접수했다. 당초 심사를 거쳐 최우수상 1명, 우수상 2명, 장려상 3명을 선정할 예정이었으나, 기준 점수(90점) 미달로 최우수상은 없었다. 대신 우수상 2건과 장려상 7건을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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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민 성금 등 5억원 들여 건립, 16년째 방치
괴산 가마솥은 김문배 전 괴산군수가 2003년 “군민 화합을 도모하자”는 취지로 만들었다. 가마솥을 제작하는데 들어간 주철만 43.5t에 달한다. 거푸집이 터지는 등 여덟번 실패 끝에 2005년 7월 완성했다. 상단 지름 5.68m, 높이 2.2m, 둘레 17.8m, 두께 5㎝로 국내에서 가장 크다. 솥뚜껑에는 쌍용이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는 모양과 거북 12마리, 무궁화를 조각했다. 솥뚜껑을 열려면 기중기를 동원해야 한다.
군은 2007년까지 동짓날과 괴산고추축제 기간 등에 대형 가마솥을 활용했다. 동지팥죽을 끓이고, 창포물 끊이기 등 행사를 했다. 2007년 8월 괴산고추축제 행사 기간에 옥수수 6000여 개를 한꺼번에 삶아 군민과 관광객에게 건넸다. 밥 짓기는 솥 내부 온도 차가 커서 바닥은 타고, 위에는 설익는 바람에 실패했다. 이런 행사도 2008년부터 아예 중단돼 애물단지 신세로 남아있다.
군 관계자는 “예산 낭비 사례로 꾸준히 비판을 받고 있지만, 아이디어 공모 소식이 알려지면서 최근 방문객이 늘었다”며 “야간 경관조명을 설치하면 가마솥을 보러오는 사람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괴산=최종권 기자 choi.jong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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