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학점 복학생, 가을 야구 시험도 부탁해
대체 선수로 돌아와 두자릿수 승리를 따냈으니 A학점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가을 야구 시험'이 남았다. KT 위즈 윌리엄 쿠에바스(33)와 두산 베어스 브랜든 와델(30)의 어깨가 무겁다.
KT는 올 시즌 우승후보 중 한 팀으로 꼽혔다. 그러나 6월 4일까지 최하위에 머물렀다. 부상자가 많았고, 믿었던 선발진이 무너졌다. 하지만 달라진 KT는 2위까지 치고올라가며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지었다.
그 중심에는 쿠에바스가 있다. 2019년 KT 유니폼을 입은 쿠에바스는 3시즌 동안 32승을 올리며 꾸준하게 활약했다. 그러나 지난해 2경기만 뛰고 팔꿈치 부상으로 팀을 떠나야 했다. 하지만 올 시즌 새로 영입한 보 슐서가 부진하면서 쿠에바스가 지난 6월 돌아왔다.
이미 기량이 검증된 쿠에바스에게 여러 팀에서 영입을 제의했지만, 쿠에바스는 KT와의 의리를 택했다. 돌아온 쿠에바스는 한층 더 성숙한 기량을 뽐냈다. 올 시즌 18경기에서 12승 무패 평균자책점 2.60을 기록했다. 이강철 감독의 주문대로 패스트볼 비중을 낮추고, 슬라이더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게 먹혔다. 팔꿈치가 아프지 않아 직구 평균 구속(시속 145.8㎞)도 2021년과 비교해 1㎞ 정도 빨라졌다.
쿠에바스는 승률왕 기준인 10승을 넘어서 KBO리그 5년 만에 처음으로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선발투수가 100% 승률로 승률왕에 오른 건 쿠에바스가 처음이다. 쿠에바스는 "KBO리그 역사에 내가 이름을 남길 수 있다는 것에 영광"이라고 말했다.
두산도 외국인 선수 교체 효과를 톡톡히 봤다. 지난 6월에 합류한 왼손투수 브랜든이 11승 3패 평균자책점 2.58을 기록했다. 지난해(11경기 5승 3패 평균자책점 3.60)보다 훨씬 나아진 성적이다. 라울 알칸타라와 와델, 곽빈으로 이어지는 1~3선발을 앞세운 두산은 2년 만의 가을 야구를 눈 앞에 두고 있다.
브랜든은 한 팀에서 두 번이나 시즌 도중에 영입되는 진기록을 세웠다. 지난해엔 아리엘 미란다의 대체선수로 왔고, 올해는 딜런 파일 대신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두산 역사상 대체선수가 10승 이상을 거둔 건 브랜든이 최초다. 불펜투수로 뛰다 영입된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대만에서 선발로 던지다 합류한 덕분에 훨씬 좋은 성적을 냈다. 이미 한 차례 한국 무대를 경험한 것도 도움이 됐다.
브랜든은 "마운드에서 최대한 오래 던지려고 노력했을 뿐이다. 야수들의 도움 덕에 승리를 많이 쌓았다"고 했다. 양의지와의 호흡에 대해선 "게임 계획은 쉽다. 공짜로 볼넷을 주지 말고, 빠르게 스트라이크를 잡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간단하지만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선발투수의 비중이 큰 포스트시즌에서는 둘의 활약이 더욱 절실하다. 쿠에바스는 '빅 게임 피처'다. 2020년과 2021년에 3경기에 선발로 나서 2승 무패 평균자책점 2.20을 기록했다. 포스트시즌로 기록으로 남진 않지만, 2021년 정규시즌 1위 결정전에선 이틀 쉬고 나와 7이닝 무실점 역투를 펼친 적도 있다. 그는 "코칭스태프가 내 역할을 결정하겠지만, 어디서든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브랜든은 "포스트시즌에서 나간다는 생각만으로도 흥분된다. 2018년 마이너리그에서 포스트시즌을 한 적이 있다"며 "11월 중순에 야구를 한 적은 없다. 추위를 좋아하진 않지만, 경기에 집중하면 신경 쓸 틈이 없다. 그때까지 경기를 한다면 우리 팀이 잘 하고 있는 거니까 괜찮다"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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