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연속 PO 탈락' 정관장, 이름 바꾸고 새출발할까
[양형석 기자]
지난 2005년 출범한 V리그 여자부에는 한 가지 징크스(?)가 있다. 바로 4시즌 연속 봄 배구 진출에 실패한 구단은 5번째 시즌에 플레이오프 무대에 복귀한다는 것이다.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2011-2012 시즌부터 2014-2015 시즌까지 4연속 봄 배구 진출에 실패했다가 2015-2016 시즌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GS칼텍스 KIXX도 2014-2015 시즌부터 2017-2018 시즌까지 하위권을 전전하다 2018-2019 시즌 5년 만에 플레이오프에 올랐다.
하지만 V리그 여자부에도 '네 시즌의 법칙'을 깬 유일한 팀이 존재한다. 바로 2016-2017 시즌을 끝으로 최근 6시즌 동안 한 번도 봄 배구 무대에 나서지 못했던 정관장 레드스파크스(구 KGC 인삼공사)다. 정관장은 알레나 버그스마와 발렌티나 디우프(부스토 아르시치오), 엘리자벳 이네 바르가(KPS 체믹 폴리스) 등 리그 최고의 외국인 선수들을 보유하고도 번번이 봄 배구의 문턱에서 좌절했다.
V리그 출범 후 첫 8번의 시즌 동안 3번의 챔프전 우승을 차지하며 초창기 V리그의 명문으로 군림하던 정관장은 최근 11번의 시즌에서 단 두 번 밖에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했다. 만약 정관장이 이번 시즌마저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지 못하면 KBO리그의 롯데 자이언츠가 '암흑기' 시절에 기록했던 7시즌 연속 가을야구 탈락과 타이를 이룬다. 그 어느 시즌보다 정관장의 봄 배구 진출이 간절한 이유다.
▲ 지난 4월 어깨수술을 받은 이소영은 시즌 개막 복귀를 목표로 비 시즌 동안 재활에 매진했다. |
ⓒ 한국배구연맹 |
정관장은 전통적으로 투자에 인색한 구단이었다. 2007년 국가대표 세터 김사니와 2018년 보상선수 출혈이 필요 없는 B등급 FA 최은지(GS칼텍스)를 데려온 것을 제외하면 FA 외부영입도 거의 없었다. 국가대표 주전 리베로 김해란(흥국생명)은 트레이드로 영입했고 팀 내 최초로 3억 원의 연봉을 돌파했던 한수지(GS칼텍스)는 FA보상선수 출신이었다. 정관장의 팀 내 기조는 FA영입이 아닌 '육성과 외국인 선수의 활용'이었다.
실제로 정관장은 마델라이네 몬타뇨를 시작으로 조이스 고메즈 다 실바, 헤일리 스펠만, 알레나,디우프 등 외국인 선수에게 40% 이상의 높은 공격점유율을 책임지게 했다. 문제는 정관장의 마지막 우승을 이끈 '몬타뇨 시대'가 끝난 후에는 외국인 선수에게 무리할 정도로 높은 점유율을 맡기고도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무리 뛰어난 외국인 선수를 보유하고 있어도 국내 선수의 적절한 지원 없이는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이를 깨달은 정관장은 2020-2021 시즌이 끝나고 투자를 시작했다. FA시장에서 최대어로 꼽히는 '공수겸장 아웃사이드히터' 이소영을 3년 총액 19억 5000만 원이라는 거액을 주고 영입한 것이다. 하지만 정관장은 이소영을 거느리고도 2021-2022 시즌 32경기에서 15승 17패의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다. 정관장은 2022-2023 시즌을 앞두고 외국인 선수를 옐레나 므라제노비치(흥국생명)에서 엘리자벳으로 교체하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정관장의 새 외국인 선수 엘리자벳은 정관장이 치른 정규리그 36경기 중 35경기를 소화하며 41.3%의 점유율과 42.95%의 성공률로 무려 1015득점을 올렸다. 여자부에서 1000득점 이상이 나온 것은 몬타뇨(2011-2012 시즌, 1076득점)와 조이스(2013-2014 시즌, 1009득점)에 이어 역대 3번째였다(공교롭게도 3명 모두 정관장 소속이었다). 하지만 정관장은 엘리자벳의 대활약에도 19승 17패를 기록하며 봄 배구 진출이 또 한 번 좌절됐다.
이적 후 두 시즌 만에 팀의 주장을 맡은 이소영은 전 경기에 출전해 37.18%의 공격성공률과 49.49%의 리시브효율로 457득점을 올리며 공수에서 맹활약했다. 정호영과 박은진으로 구성된 젊은 미들블로커들의 활약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정관장은 시즌 내내 이소영과 짝을 이뤄 활약할 주전 아웃사이드히터를 구하지 못했다. 박혜민과 이선우, 고의정(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등이 돌아가며 활약했지만 누구도 이소영의 확실한 파트너가 되지 못했다.
▲ 아시아쿼터 메가왓티가 아포짓 스파이커로 자리 잡으면 고희진 감독의 시즌 운영은 한결 수월해진다. |
ⓒ 정관장 레드스파크스 |
정관장은 시즌이 끝난 후 커다란 악재가 생겼다. 어깨 통증을 참아가며 시즌을 완주하는 투혼을 발휘한 주장 이소영이 지난 4월 오른쪽 어깨 수술을 받은 것이다. 이소영은 시즌 개막 복귀를 목표로 재활에 매진했지만 정관장과 고희진 감독으로서는 이소영 없이 시즌 초반을 보내는 것도 각오해야 한다. 정관장이 지난 8월 도로공사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빠르고 재치 있는 아웃사이드히터 김세인을 영입한 것도 이소영의 부재에 대비한 것이다.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서 3순위 지명권을 얻은 정관장은 185cm의 좋은 신장을 가진 인도네시아 국적의 아포짓 스파이커 메가왓티 퍼티위를 지명했다. 메가왓티는 지난 6월에 열린 아시아 여자배구 챌린지컵에서 인도네시아를 준우승으로 이끌며 베스트 아포짓 스파이커상을 받았을 정도로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메가왓티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대표팀의 아포짓 스파이커로 활약했던 이선우와 정관장의 오른쪽을 책임질 예정이다.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서 아포짓 스파이커를 선택한 정관장은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는 186cm의 신장을 가진 미국 출신의 아웃사이드히터 지오바나 밀라나를 지명했다. 물론 V리그의 외국인 선수는 아포짓 스파이커 일색이지만 케니 모레노와 에밀리 하통, 메디슨 리쉘처럼 아웃사이드히터 중에서도 좋은 선수들이 적지 않았다. 정관장에서는 밀라나가 이소영과 정관장의 쌍포로 활약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정관장의 최대장점은 190cm의 정호영과 187cm의 박은진, 그리고 성인배구 22년 차의 베테랑 한송이로 구성된 강력한 미들블로커 라인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한송이가 풀타임 주전으로 나서기는 쉽지 않은 만큼 정호영과 박은진이 주전으로 책임감을 가지고 더 좋은 활약을 해줄 필요가 있다. 정관장이 도로공사나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처럼 중앙의 점유율을 높인다면 정관장의 공격은 훨씬 다양해질 수 있다.
정관장은 지난 8월 12년 동안 이어오던 'KGC인삼공사'라는 팀명을 '정관장 레드스파크스'로 변경했고 지난 9월 20일 한국배구연맹의 승인을 받으며 이를 공식화했다. 갑작스런 팀명 변경에 팬들의 혼란과 반발이 심했던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시즌 정관장이 좋은 성적으로 7시즌 만에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봄 배구 경기가 열리게 만든다면 팬들의 반발은 얼마든지 환호로 바꿀 수 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성직자는 잘못된 권력자 비판해야... 침묵은 본분 저버린 것"
- 퇴원길 첫 지원 유세 이재명 "국민의 무서움 확실히 증명해 달라"
- 이동관, '언론장악 기술자'라더니 도처에 파열음
- 연금이나 받으며 팔자 좋게 사는 꿈, 와장창 깨졌다
- [박순찬의 장도리 카툰] 진짜뉴스
- '무척 심각'한 정부·여당, 황당함 넘어 짜증 난다
- 한우에 전복? 터무니없는 구매 목록을 그냥 둔 이유
- 일주일만에 '가능'으로 뒤집힌 방심위 가짜뉴스 심의... "윗선개입"
-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사망자 1300명... 지상군 투입 임박?
- 노벨 경제학상, 노동시장 '남녀 격차' 연구한 골딘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