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주’ 약속했던 클린스만 감독…이제 와서 “해외서 활동 해야” 말 바꿔

강동훈 2023. 10. 10. 08: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골닷컴] 강동훈 기자 =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축구대표팀 감독은 지난 3월 취임 당시 기자회견에서 “당연히 한국에 거주하겠다”고 약속을 내걸었다. 하지만 부임 7개월이 지난 현재 약속을 어긴 것도 모자라 “국제적인 시야를 넓히기 위해선 해외에서 활동해야 한다”며 말을 바꿨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9일 오전 파주 축구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진행된 미디어 간담회에서 ‘잦은 외유’ 논란에 대해 “축구대표팀 사령탑이라면 국제적인 시야를 넓혀야 하므로 해외에서 활동해야 한다”고 반박하며 “지속적으로 제가 해오던 업무수행 방식대로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3월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한 후 취임 기자회견 당시 계약서에 국내 상주 조건이 포함됐냐는 질문에 “그렇다. 대부분 시간을 한국에서 지낼 것”이라고 망설임 없이 답했다. 그러면서 “코치들만 유럽 현지에서 유럽파 선수들의 경기를 관전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화상회의를 통해 논의를 나눌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클린스만 감독은 그러나 정작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이래로 줄곧 미국에 있는 자택과 유럽에서 생활을 이어왔다. 실제 지금까지 그가 국내에서 머문 기간은 70일이 조금 넘는다. 그마저도 3월과 6월 A매치 평가전 기간을 제외하면 반으로 줄어든다. 급기야 9월 A매치 평가전(웨일스·사우디아라비아)부터는 명단 발표 기자회견을 없애고 보도자료 한 장으로 갈음했다.


국내 상주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서 ‘잦은 외유’와 ‘근무 태만’ 논란에 휩싸인 클린스만 감독은 스스로 불신을 키웠고, 결국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특히 국내에서 뛰는 선수들을 지켜보면서 새로운 원석을 발굴해야 할 시기에 당연히 발탁할 유럽파 경기만 관전하고, 또 해외 언론에서 패널 활동을 하거나 국제축구연맹(FIFA) 기술분석위원과 유럽축구연맹(UEFA) 자문위원을 겸하면서 축구대표팀과는 실질적으로 관계가 없는 각종 행사에 참가하고 있어 여론은 더 악화됐다.

이에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달 중순 9월 A매치 평가전이 끝난 직후 독일 뮌헨으로 건너갈 예정이었지만,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귀국했다. 그러나 그마저도 불과 닷새 만에 다시 출국하며 공분을 샀다. 이후 곧바로 미국에 있는 자택에서 글로벌 매체 ‘ESPN’ 토크쇼에 패널로 등장해 들끓는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축구대표팀 역할 및 업무수행 방식과 기존에 국내 팬들이나 미디어가 익숙해져 있는 방식은 아주 다르다”고 비판 여론을 반박하더니 “축구대표팀 사령탑이라면 국제적인 시야를 넓혀야 하고, 해외에서 활동해야 한다”고 확고한 자신의 철학을 밝혔다.


그러면서 “결국 축구대표팀은 국제 경기를 치러야 한다. 특히 메이저 대회는 주로 해외에서 열린다. 상대국은 어떻게 경기를 준비하고 치르는지 파악하고, 주로 해외 리그에서 뛰는 상대국 선수들이 어떤 활약을 펼치는지 지켜봐야 한다”며 “국제적으로 넓은 시야를 가져야 한다. 해외에서 돌아다니면서 분석하고 준비하는 게 맞다. 계속해서 제 업무수행 방식대로 운영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더 많이 머물 것을 예고했다.

물론 클린스만 감독이 해외에서 업무를 이어가면서 뚜렷한 성과를 냈다면 수긍할 법도 한 말이다. 하지만 지난 7개월을 돌아 봤을 때 수긍할 수 있냐고 되물으면 전혀 그렇지 않다. 당장 부임 후 A매치 6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1승(3무2패)에 그칠 정도로 성적이 좋지 못하다. 특히 5득점에 그치면서 저조한 공격력 문제와 6실점을 기록하며 불안한 수비 문제가 끊임없이 지적됐다.

여기다 클린스만 감독은 매번 소집할 때마다 직접 선수들을 지켜보지 않은 티가 났다. 일부 선수들의 활용법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논란이 끊이질 않았고, 경기력이 좋지 못한 선수를 발탁해 의문을 낳기도 했다. 경기력과 성적이 좋지 못한 것은 둘째치고, 국제적으로 시야를 넓혀서 현재까지 축구대표팀에 큰 도움이 됐던 것도 사실상 전무하다.

클린스만 감독은 그러나 도리어 “개인적으로 영국 런던에 대한축구협회(KFA) 사무소를 하나 차리는 것도 하나의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며 “축구대표팀의 주요 선수들이 유럽파다. 유럽에 사무소를 차린다면 더 쉽게, 지속적으로 선수들을 관찰하고 상황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유럽에서 생활을 더 이어가길 원한다는 뜻을 강하게 내비쳤다. 부임 당시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180도 달라졌고, 모순적인 행동만 이어가고 있다.

사진 = 대한축구협회

Copyright © 골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