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더레코드]강하늘 "사랑은 의리죠, 노력없이 편한 관계"

이이슬 2023. 10. 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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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강하늘 인터뷰
코미디 영화 '30일' 정열役
내향형 집돌이…휴식은 연기 동력

손끝만 스쳐도 싫다. 한때는 영화처럼 만나 영화 같은 사랑을 했지만, 서로를 견디다 못해 '남남'이 되기로 한 커플이 있다. 이별을 한 달 앞두고 이들은 동반 기억상실증에 걸린다. 배우 강하늘(33·김하늘)은 지난 3일 개봉해 6일 연속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키고 있는 영화 '30일'(감독 남대중)에서 지성·외모를 겸비했지만, 연인 앞에서 찌질한 정열을 연기했다. 그는 자연스러운 코미디로 관객을 웃긴다. 유머를 넘어 공감을 유발하는 연기는 힘이 넘친다. 다양한 장르,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부지런히 누비는 강하늘. 코미디도 믿고 보는 '강스카이'다.

배우 강하늘[사진제공=티에이치컴퍼니]

최근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강하늘은 "영화 '30'일 대본을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읽었다"며 "막힘 없이 읽힌 대본은 출연하게 되는 게 징크스처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운명처럼 영화와 만났다"고 떠올렸다.

'30일'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을 물으니 클리셰를 깨는 설정이 좋았다고 답했다. 강하늘은 "좋아하는 코미디는 '데드풀'(2016)처럼 꺾어주는 영화다. '이게 뭐야?' '장난인가?' 하는 이상한 외줄 타기에 끌린다. 감독님도 좋아하셔서 그 지점을 찾아가려고 했다"고 말했다.

강하늘은 미혼이다. 강아지와 싱글 생활을 즐기고 있다. 혼자가 편하다는 그에게 결혼은 멀고도 가까운 일이다. 그는 "주변에 결혼한 친구들이 많다. 알콩달콩한 부부도 있지만, 매일 싸운다는 친구들도 있다. 결혼의 그림은 모두 다르다"고 전했다. 이어 "그걸 아는 나이기에 시나리오가 더 와닿지 않았나"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나는 혼자 산 지 오래돼서 누군가와 같이 산다면 불편할 수도 있겠다. 화장실 등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가 있겠구나, 생각하게 만드는 시나리오였다"고 했다.

아직 운명의 상대를 못 만났다는 강하늘은 "결혼에 대한 생각이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결혼한 친구들이 말하기를 '운명의 상대가 나타난다' '만나게 된다'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그가 바라는 배우자상은 확고했다. 그는 "집에서 함께 아무것도 안 하고 있어도 괜찮은 사람. '나가자, 나가자' 안 해도 편하고, 집에서 재미있게 쉴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강하늘이 생각하는 사랑은 '의리'다. 그는 들뜬 열정보다 아가페적 사랑을 꿈꾸는 듯했다. 가족, 반려견에게서 느끼는 사랑을 이성에게서 발견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랑에 설렘과 의리, 둘 중의 하나를 고르라면 '의리'예요. 의리를 믿는 편이에요. 설렘은 오래 안가잖아요. 노력 없이 편안한 관계가 사랑 아닐까요. 우리 집 강아지를 봐도, 나한테 그가 잘 보이려 하지 않고 저도 그렇잖아요. 부모님이나 동생도 그렇고. 제가 정말 사랑하는 친구들과도 그런 사이죠. 사랑이란 감정은 서로 노력하지 않아도 편한 감정 아닐까요."

배우 강하늘[사진제공=티에이치컴퍼니]

평소 남동생을 아끼고 살뜰히 챙기기로 유명한 강하늘이지만 그가 집에 방문하면 긴장 상태가 된다고 털어놨다. 평소 정리 정돈이 몸에 밴 그는 손님이 집을 찾는 게 썩 유쾌하지 않다고 했다.

"청소가 취미는 아니지만, 일과랄까요. 모두 잠을 자잖아요? 그것과 같아요. 열 맞춰 물건을 정리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발에 뭔가 밟히면 물청소까지 해야 직성이 풀려요. 2~3일에 한 번씩 꼭 물청소 청소기도 돌려요. 바닥을 가리는 가구를 싫어해요. 먼지가 쌓이는 걸 못 보니까요.

MBTI(성격유형검사)에서 I(내향형)라고 강조했다. 일이 없으면 집 밖을 잘 나가지 않는 '집돌이'이기도 하다. 집에서 쉬면서 충전하는 스타일이다. 일할 때 쓸 에너지를 비축하기 위해서다.

"I(내향형)가 93% 정도 되는 확실한 I(아이) 예요.(웃음) 혼자가 좋고 편한데 연기는 나가서 하는 일이잖아요. 이제는 혼자 평정심을 유지하는 법을 찾게 됐어요. 그래서 홀로 있을 때 더 아무것도 안 하게 돼요. 휴식을 잘 즐기고 촬영에는 집중하자는 마음가짐을 갖게 됐죠. 이제 그 생활이 익숙해요."

강하늘은 "집 밖으로 나가면 지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게 원동력이다. 아름답게 끝내고 빠르게 집에 가서 편하게 쉴 수 있으니까. 퇴근 시간을 기대하면서 출근하는 기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렇게 되뇐다고 했다. "출근하면 열심히 하지만 나에겐 퇴근이 있다'. 나에게도 집이 있다. 나만의 굴이 있다."

강하늘을 나쁘다고 말하는 사람이 영화계에 있을까. 늘 밝은 미소로 반기고, 사석에서 마주쳐도 공석에서와 큰 차이 없이 상냥하고 소탈하다. 청춘 배우라면 누구든 가식을 장착하기 마련이지만, 그는 다르다. 강하늘은 '하늘'이란 이름처럼 미소는 눈부시고 얼굴은 쾌청하다. 마음씨가 고와 선행도 꾸준하다. 무엇보다 가장 큰 미덕은 프로페셔널하다는 점이다. 배우 박보검과 함께 '미담 제조기'라고 불리는 그는 "정정을 하고 싶다"며 호방하게 웃었다.

"정확히 말씀드릴게요.(웃음) 박보검씨는 착한 사람입니다. 제가 한 번인가 두 번 뵀는데, 그분과 이름이 같이 언급되는 게 정말 미안해요. 미안합니다. 진짜로요. 보검씨는 술·담배도 하지 않고 욕도 안 하고 정말 착해요. 저는 아이고…. 그저 제 마음가짐은 같은 공간에서 함께 보내는 시간 동안 얼굴 붉히는 일 없이 웃고 있다가 헤어지면 좋겠다는 것이죠. 촬영장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저는 술·담배도 하고 마냥 착하지 않아요. 친한 친구들과 만나면 욕을 하기도 해요. 다만 남들한테 피해 주지 말자, 만났을 때 편안하게 해주고 싶을 뿐이에요. 미담 제조기라니 가당치 않습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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