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보]지리산 인기 장터부터 동학운동 흔적까지 마주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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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지리산은 대한민국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해발 1915m의 산입니다.
21개 구간·20개 읍면·100여개의 마을이 지나는 지리산 둘레길을 걸으면 자연과 사람, 영호남의 역사와 마주할 수 있습니다.
지리산 둘레길 '덕산-위태' 구간은 경남 산청군 시천면 남명조식기념관에서 하동군 옥종면 위태마을까지 걷는 코스다.
중태마을엔 여행자들을 위한 '지리산둘레길 중태안내소'가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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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장·화전민터 등 볼거리 많아
편집자주 - 지리산은 대한민국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해발 1915m의 산입니다. 산맥이 전남·전북·경남에 걸쳐있는 민족의 영산(靈山)입니다. 21개 구간·20개 읍면·100여개의 마을이 지나는 지리산 둘레길을 걸으면 자연과 사람, 영호남의 역사와 마주할 수 있습니다. 총 길이 300km로 아버지 품처럼 넉넉한 지리산 둘레길을 소개합니다.
지리산 둘레길 '덕산-위태' 구간은 경남 산청군 시천면 남명조식기념관에서 하동군 옥종면 위태마을까지 걷는 코스다. 9.7km, 4시간이 소요되며 난이도는 '중'급이다.
남명조식기념관을 둘러보고 덕천강줄기를 따라 약 2km를 걸으면 덕산에서 가장 유명한 덕산시장이 나온다. 조선 중기 이후 삼장면과 사천면 일대를 '덕산동'이라 불렀는데 이곳에서 5일마다 덕산장이 열렸다. 지리산 주봉인 천왕봉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까지 자주 왕래하던 상거래 중심지였다. 지리산에서 캐온 각종 약초와 산나물, 밤, 곶감, 딸기 등이 인기였다.
덕산시장을 둘러보고 천평교를 지나 덕천강 지류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면 중태마을에 들어선다. 중태마을은 오래전부터 닥나무 껍질로 만든 한지인 '닥종이' 생산지로 유명했다. 현재는 닥종이를 거의 쓰지 않아 닥나무가 있던 자리에 감나무가 들어서 있다. 중태마을은 동학농민혁명 때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우금치 전투에서 패한 동학농민군 일부가 추격하던 관군에 맞서 이곳에서 장렬히 싸웠다. 당시 마을 주민들은 관군의 눈을 피해 농민군의 주검을 인근 골짜기에 가매장해 가족들이 찾아갈 수 있도록 했다. 농민군 시체가 가매장됐던 골짜기는 아직도 ‘가장골’로 불린다. 중태마을엔 여행자들을 위한 '지리산둘레길 중태안내소'가 마련돼 있다.
중태마을에서 약 3km의 고갯길을 오르면 유점마을에 다다른다. 산꼭대기 바로 밑에 위치해 있다. 과거 유기(놋그릇)를 만들던 마을이라 놋점골이라고도 불렸다. 현재 유기 만들던 흔적은 사라지고 1938년부터 안식교인들이 들어와 살고 있어 ‘안식교 마을’이라고도 칭한다.
유점마을에서 임도를 벗어나 산길로 접어들면 이번 코스에서 가장 난이도 있는 오르막인 '중태재'를 만난다. 중태재 해발고도는 약 400m로 경남 산청과 하동의 분수령이다. 덕산주민들은 소금을 구하기 위해 고개를 넘었고 하동사람들은 덕산장을 보기 위해 이곳을 왕래했다. 산청에서는 중태재, 하동에서는 위태재라 부른다. 고개에 오르면 과거 화전민들이 일군 다랭이 논밭의 흔적이 남아있다. 그 주변으로 대나무숲도 펼쳐진다.
중태재를 넘으면 이번 코스의 종착지인 위태마을이다. 이 마을은 과거 상촌으로 불렸다. 상촌의 본래 이름은 갈티마을이었다. 갈티라는 지명은 이곳에서 산청군 시천면 내공리로 넘어가는 고개 이름인 갈치(葛峙)에서 유래했다. 이 고개는 과거 덕산장을 찾는 장꾼들이 넘나들었다. 일제강점기땐 목탄(숯)을 실어 나르기 위해 차량 통행이 가능한 신작로로 정비됐다. 마을이 청암면에서 옥종면으로 편입되면서 옥종면 청룡리 상촌마을과 구분하기 위해 위태리로 부르게 됐다. 안몰·중몰·괴정지 등 여러 작은 마을로 이뤄졌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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