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시장은 함박웃음…우리사주조합은 울상

박형수 2023. 10. 10.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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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수요예측 19개사 가운데 16개사 상단 이상 공모가
상장 첫날 주가 급등에 공모주 청약 열기 뜨거워
우리사주조합 매각 가능한 상장 2년차 주가 공모가 밑도는 사례 많아

올해 3분기 기업공개(IPO) 시장에 훈풍이 불면서 기관 투자가 대상의 수요예측에서 공모가 희망범위 상단 이상에서 공모가를 확정하는 예비 상장사가 늘고 있다. 특히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에서 수조원대 증거금이 몰릴 정도로 IPO 시장의 열기가 뜨겁다. 다만 배정받은 공모주를 1년 후 팔 수 있는 우리사주조합은 높은 공모가가 그리 달갑지 않다. 상장 1년 후 주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사례가 많아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수요예측을 거친 19개사 가운데 넥스틸·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즈·파로스아이바이오 등 3개사를 제외한 16개사가 공모가 희망범위 상단 이상에서 공모가를 확정했다. 희망범위 상단 이상에서 공모가를 확정한 상장사 비율은 84.2%에 이르렀다. 공모가가 상단을 초과한 신규 상장사는 11개사였고, 상단에서 공모가를 확정한 신규 상장사는 5개사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3분기 상장한 19개사의 공모가 대비 시초가 평균 수익률은 81.8%로 2020년(53.3%)과 2021년(54.9%) 평균 수익률을 웃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장 첫날 주가 변동폭을 공모가 기준 최대 400%까지 확대한 이후 높은 수익성을 달성하면서 수요예측 경쟁률이 높아졌다"며 "올해 3분기 평균 수요예측 경쟁률은 1277대 1을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수요예측에서 희망범위 하단 이하로 공모가를 확정할 가능성이 작아지면서 대어급 공모주도 상장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 8월 파두가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데 이어 두산로보틱스도 성공적으로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했다. 두산로보틱스는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에서 33조원이 넘는 증거금을 모았다. 두산로보틱스는 공모가 2만6000원 대비 97.7% 오른 5만1400원으로 상장 첫날 거래를 마쳤다. 기업가치가 3조원 안팎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 서울보증보험과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시중자금이 IPO 시장으로 몰리면서 IPO 시장 열기가 뜨겁지만 새내기 상장사 직원들은 남의 일이다. 상장을 추진 중인 기업은 '근로복지기본법'과 '증권 인수업무 등에 관한 규정' 등을 근거로 우리사주조합에 공모주식의 20% 범위에서 우선적으로 배정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상장한 밀리의서재, 인스웨이브시스템즈, 시큐레터, 스마트레이더시스템 등은 우리사주조합에 공모주를 배정하지 않았다. 우리사주 배정에 따른 부작용을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앞서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등의 우리사주조합은 공모주 청약에 나섰다가 낭패를 봤다. 상장한 지 1년이 지나 보호예수가 풀린 후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면서 조합원이 모두 평가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9월부터 10월 사이 주식시장에 입성한 2년차 상장사 가운데 산돌, 핀텔, 모델솔루션, 이노룰스, 알피바이오, 오에스피, 비스토스, 플라즈맵, 샤페론, 더블유씨피 등은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산돌은 지난해 10월27일 공모가 1만8800원으로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보호예수 기간 만료를 앞둔 현재 주가는 8210원이다. 상장 당시 우리사주조합은 공모주 149만주 가운데 5만9600주를 배정받았다. 상장 당시 투자설명서상 직원 수가 64명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1인당 평균 1700만원가량 투자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말까지 우리사주조합은 5만9600주를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 직원들은 평균 1000만원가량 평가손실을 기록 중이다. 직원도 기업의 성과와 이익을 공유하는 취지로 시작한 우리사주제도가 오히려 직원들의 재산상 손실을 초래한 셈이다.

상장 초기 공모가 대비 수익률이 높은 신규 상장사는 직원 이탈을 우려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사주조합에 우선 배정한 물량은 1년간 팔지 못한다. 다만 회사 퇴직 때는 팔 수 있다. 2020년 상장한 SK바이오팜은 상장 초기 주가가 급등하면서 직원이 대거 이탈했다. 차익실현을 위해 퇴사한 직원이 수십명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7월2일 공모가 4만9000원에 상장한 SK바이오팜은 상장 직후 상한가 행진을 이어갔다. 상장 첫날 공모가의 2배 가격에 시초가를 형성한 후 상한가로 마감했다. 이후로도 상한가 행진을 이어가며 같은 달 7일 장중에는 26만95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상장을 준비 중인 예비 상장사 가운데 우리사주조합에 공모주를 배정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며 "우리사주 제도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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