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2금융]①PF정상화 펀드 시동…“규모 키우고 적극 구조조정해야”

유제훈 2023. 10. 10.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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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금융지주 등 참여 PF정상화펀드 가동
미봉책 될수도…연체율 '착시효과' 우려도
"지원 확대와 적극적 구조조정 필요"

제2금융권(증권사·저축은행·캐피털사)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부가 부실사업장 정리를 위해 약 2조원 규모의 배드뱅크를 조성하고, 사업장 재구조화 등을 위해 PF 대주단 협약을 가동했지만 잠재된 부실규모에 비해선 '조족지혈(鳥足之血)' 수준이란 평가가 많다.

업계선 위기의 근원이 부동산 시장 침체에 있는 만큼, 시장 회복기까지 금융회사들이 버틸 수 있는 '체력'을 만들기 위해선 과감한 지원 폭과 함께 적극적인 사업장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PF정상화펀드 가동…업계에선 '언 발의 오줌 누기'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부터 금융당국이 민간과 조성한 '부동산 PF 정상화 펀드'가 본격 가동된다. 이 펀드는 본 PF로 전환하기 전인 브릿지론 단계의 부실채권을 매입하는 한편, 부실 사업장의 재구조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이른바 부동산 PF판 배드뱅크(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이나 부실자산만을 사들여 이를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기관)인 셈이다.

펀드엔 5대 금융지주회사 등 민간이 팔을 걷어붙였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주도하는 캠코펀드는 약 1조1000억원 규모로 출발한다. 캠코가 각 5개 운용사에 1000억원씩을 출자하고, 각 운용사는 금융지주 등으로부터 1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받아 본격적인 부실 사업장 입찰 작업에 돌입한다. 각 업권별로도 자체 펀드를 조성 중이다. 저축은행권은 1000억원, 캐피털업권은 4000억원, 은행권(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이 6000억원씩을 마련할 예정이다.

연체율 '착시효과'…실제 위기는 더 클 수 있어

다만 업권에선 이번 펀드 규모가 실질적인 부실 규모에 비해선 '언 발의 오줌누기'가 될 수 있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개별 사업장의 규모가 작게는 수백억원, 많게는 3000억~4000억원에 이르는 만큼 이 펀드로 정리될 수 있는 사업장이 소수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제2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지난 상반기 말 기준 캐피털사 26조원, 저축은행 10조원, 증권사 5조5000억원에 달한다. 부실률 역시 캐피털사 3.89%, 저축은행 4.61%, 증권사 17.28%로 은행(0.23%) 등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이다. 더군다나 제2금융권의 경우 은행에 비해 신용도가 낮아 조달비용이 높기 때문에 고수익·고위험 자산인 브릿지론, 중·후순위 및 비수도권·비주거용 부동산금융 비중이 다소 큰 편이다.

특히 현재의 연체율이 '착시효과'일 수 있다는 점은 제2금융권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정부가 PF 대주단 협약 등 시장 연착륙 대책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연체 또는 연체위기 사업장에 대출 만기연장·이자유예에 나선데 따른 영향이란 지적이다.

제2금융권 한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보면 부실 사업장의 PF 대출 규모가 60조~70조원가량으로 추산되는데, 펀드로 조성한 2조2000억원은 새발의 피 수준"이라면서 "민간 출자로 구성된 캠코펀드는 유한책임조합원(LP)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만큼 내버려 둬도 시장에서 소화 가능한 물량만을 매입할 가능성이 크고, 업권별로 조성되는 펀드 역시 사실상 자사 사업장 중 유망한 곳만을 골라 매입하는 식으로 그칠 가능성이 있어 실질적으로 자금이 투입돼야 할 사업장에 영향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들어선 다수 사업장에 선순위로 참여, PF 시장의 '큰 손'으로 불리는 새마을금고가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 위기를 겪은 이후 부실 사업장에서 발을 빼는 등 자산축소에 나설 조짐이어서 시장 상황이 더욱 타이트해지고 있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예컨대 캐피털업권의 경우 PF 대출 시 후순위로 참여하는 비중이 약 40%에 이르는 상황이어서 선순위 금융기관인 새마을금고 등이 기한이익상실(EOD)을 선언하면 손실을 피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외 최근 '순살아파트' 사태도 PF 비중이 높은 제2금융권을 옥죄는 요소 중 하나다.

9월 위기설 반복될 수도…지원 확대·적극 구조조정 필요

업계선 이런 상태론 9월 위기설이 12월, 3월 위기설 등으로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조도형 신한자산운용 크레딧리서치팀장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PF리스크는 현재 정부 지원을 통해서 해소가 아니라 만기 연장, 유동성 지원 등을 통해 부실 확정 시점을 이연 중인 상황"이라며 "내년까지도 PF에 따른 금융 불안이 잔존하는 스트레스 상황이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과감한 지원과 적극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상황은 PF 대주단 협약을 통해 시간을 벌고 PF 정상화 펀드를 통해 사업장 구조조정에 생색을 내고 있지만 이런 상태는 지속되기 어렵다"면서 "펀드 규모를 큰 폭으로 확대해 부동산 시장 회복기엔 언제든 사업을 재개할 수 있는 사업장은 구제해야 하고, 사업성이 떨어지는 일부 지방 PF사업장이나 상업용 부동산 사업의 경우 과감히 털어내는 등 전반적인 사업장 구조조정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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