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가벗긴 여성 싣고 행진도… 하마스 납치 영상 ‘공분’

권남영 2023. 10. 10.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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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아이 가리지 않고 끌려가…납치 장면 담긴 영상 SNS에 쏟아져
하마스 “이스라엘 폭격하면 인질 처형”…‘인간 방패’ 우려 현실화
이스라엘 남부 음악축제장 인근에서 하마스에게 납치되는 이스라엘 여성(왼쪽 사진)과 그의 남자친구. SNS 캡처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무장대원들이 이스라엘 기습 공격 과정에서 민간인을 잔혹하게 살상하고 납치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 다수가 온라인에 공개돼 공분이 커지고 있다.

8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가자지구와 인접한 이스라엘 남부 나할 오즈 키부츠에 전남편과 두 딸이 있었던 여성 마이얀 진은 인터넷에 올라온 동영상을 통해 이들이 하마스에 붙들린 사실을 알게 됐다.

영상에는 하마스 무장대원이 다리에서 피를 흘리는 전남편과 흐느끼는 15살 맏딸 다프나, 8살 막내 엘라에게 말을 거는 모습이 담겼다. 이후 찾아낸 또 다른 영상에는 이들이 국경을 넘어 가자지구로 끌려가는 장면이 있었다. 진은 “그저 내 딸들을 집으로, 가족들에게로 보내 달라”고 애원했다.

이스라엘 음악 축제장에서 하마스의 공격을 피해 사람들이 차량에서 내려 달아나고 있다. SNS 캡처


이스라엘 주민 모셰 오르 역시 현지 매체인 채널12 방송 인터뷰에서 SNS로 공유된 사진에서 울부짖는 여자친구와 함께 가자지구로 끌려가는 형제의 모습을 봤다면서 울분을 토했다.

이 밖에도 거리에 널린 시신과 곳곳에 붉은색으로 그려진 하마스의 슬로건이 찍힌 사진과 동영상 등 당시 참상을 보여주는 수많은 자료가 SNS에 올랐다.

하마스에 붙들린 민간인의 모습이 담긴 영상. SNS 캡처


흐릿하게 처리된 한 영상에는 하마스 대원이 어린아이가 포함된 이스라엘 일가족을 인질로 삼은 뒤 거실에 모아놓고 “당신들을 죽이지 않겠다”며 서툰 영어로 소리치는 모습이 담겼다.

하마스 무장대원들이 나이가 지긋한 여성 노인을 골프카트에 태운 채 환호를 받으며 가자 거리를 행진하는 모습이 찍힌 영상도 있었다.

하마스의 인질이 돼 가자지구로 끌려가는 여성 노인. AP연합뉴스


손이 묶인 민간인 다수가 픽업트럭 뒤편에 빽빽이 태워진 채 끌려가는 모습이나 미라처럼 전신이 흰 천으로 감싸져 신원을 파악할 수 없는 누군가가 차량으로 운반되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스라엘 주요 언론은 관련 자료를 보도하고 있다. 채널12는 하마스 무장대원들의 습격을 받은 이스라엘 남부지역 주민들의 신고전화 녹음본을 그대로 방송했다.

하마스에 붙들린 민간인의 모습이 담긴 영상. SNS 캡처


인질로 삼을 민간인을 찾으려는 무장대원들이 집집마다 뒤지는 가운데 전화를 건 한 신고자는 “그들이 내는 소리가 들린다. 그들이 창문으로 침입하고 있다. 우릴 도울 사람은 누구도 없다”고 말했다.

두 살 아이와 함께 안전실에 숨은 채 무장대원과 대치하던 한 여성은 “제발 도움을 보내 달라”고 애원했다. 친척에게 전화를 건 또 다른 주민은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널 사랑한다. 널 사랑해”라고 했다.

하마스의 공격 이후 실종된 독일 여성 샤니 루크(22)로 추정되는 나체의 여성을 짐칸에 실은 트럭이 가자지구를 행진하는 충격적인 모습이 담긴 영상도 나왔다. 주변에 모여든 하마스 관계자들과 일부 주민은 축제인 양 환호했고, 어린 소녀에게 자동소총을 들려 목말을 태운 이도 있었다.

의식 잃은 여성을 트럭에 태워 행진하는 하마스와 그들을 향해 환호하는 군중. SNS 캡처
하마스 “이스라엘 폭격 시 인질 처형할 것” 위협

이런 가운데 하마스는 9일 이스라엘이 사전경고 없이 민간인 주택을 폭격할 경우 그 보복으로 이스라엘 민간인 포로를 처형할 것이라고 위협하고 나섰다. 당초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보복을 막기 위해 인질을 ‘인간 방패’로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는데, 우려가 현실이 된 셈이다.

AP,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아부 우바이다 하마스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민간인 주택을 사전경고 없이 공격할 때마다 이스라엘 민간인 포로 1명을 처형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바이다 대변인은 “사전경고 없이 우리 국민을 표적으로 삼는다면 유감스럽게도 우리가 붙잡고 있는 민간인 포로 중 한 명을 처형할 것임을 선언한다”고 했다. 그는 하마스가 이슬람 율법에 따라 이스라엘 포로들을 건강하고 안전하게 관리하고 있으며, 자신들은 이스라엘이 예고 없이 집 안에 있는 민간인을 폭격하고 살해하는 것을 규탄한다고 덧붙였다.

하마스는 지난 7일 이스라엘 남부 지역에 침투해 수백명의 민간인을 살해하고 일부는 인질로 잡아 가자지구로 끌고 갔다. 이스라엘 총리실 산하 정부 공보실은 약 150명의 인질이 가자지구에 붙잡혀 있으며 이들의 생사가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이 중에는 민간인 여성과 노인, 어린이가 다수 포함됐고 외국인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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