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당선무효 선거사범 '먹튀' 230억…19명은 또 출마했다

위문희 2023. 10. 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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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지역에서 2010년 6월 치러진 제5회 지방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A씨. 당선인 신분의 A씨는 곧바로 선거비용으로 지출한 8005만원까지 전액 국고로 돌려받았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대법원 판결까지 거쳐 당선무효가 확정됐고, 관할 선거관리위원회는 A씨에게 8005만원을 반환하라고 안내했다.

하지만 A씨는 반환금 납부를 미루면서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 2022년 지방선거에 연달아 출마했다. 결과는 모두 낙선이었지만, 세차례 선거에서 모두 득표율 10%를 넘기면서 선거에 지출한 3억 7910만원을 고스란히 돌려받았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사전투표 마지막날인 7일 서울 강서구 등촌제3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A씨처럼 공직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후보자에게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004년 이후 돌려받지 못한 선거보전금은 229억6500만원(올해 7월말 기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형석(광주 북구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중앙선관위로부터 제출받은 ‘선거비용 보전비용 반환현황’ 자료에 따르면 환수대상인 435명(총 439억 900만원) 중 123명(28.2%)이 현재까지 선거보전금을 반환하지 않았다. 이 가운데 50명은 국세징수법에 따른 소멸시효(5억원 이하는 5년, 5억원 이상은 10년)를 넘겨 35억3800만원은 국고 손실이 불가피하다.

2004년 3월 공직선거법(제265조의2)이 개정되면서 당선무효형이 확정된 경우엔 국가로부터 지원받은 기탁금과 보전비용을 다시 뱉어내야 한다. 당선무효자의 선거비용까지 혈세로 지원하는 것은 ‘선거공영제’ 취지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당선 여부와 상관없이 득표율이 15% 이상이면 100%를 보전받고 10~15%면 절반을 돌려받는다. 득표율이 10% 미만이면 선거비용을 보전받을 수 없다.

A씨처럼 국고에서 보전받은 선거비용을 ‘먹튀'하고도 선거에 또 출마한 사람은 123명중 19명이나 됐다. 이들중 선거에서 득표율 10% 이상을 넘긴 14명은 또다시 선거비용 12억3370만원을 돌려받았다.

이형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1일 광주시청 중회의실에서 열린 민주당-광주시 예산정책협의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이형석 의원은 먹튀 사례가 지속되는 이유로 현행법의 허점을 지적했다. 중앙선관위가 반환 안내를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반환하지 않을 경우 재산조회, 압류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지만, 당사자가 재산을 은닉하거나 빼돌릴 경우 징수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선거비용을 제대로 반환하지 않은 후보자의 선거 출마를 제한하거나 다른 선거의 선거비용 보전액에서 돌려받지 못한 보전금을 공제할 법적 장치도 없다.

이 의원은 “선거보전금을 반환해야 할 의무가 생겼는데도 반환하지 않으면서, 또 다른 공직선거에 재출마해 선거비용을 받는 것은 그야말로 염치불구”라고 지적했다. 21대 국회에서 선거보전금을 반환하지 않은 선거사범의 공직선거 출마를 제한하고, 인적사항을 공개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2건 발의돼있지만 소관 상임위에서 현재 계류된 상태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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