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 안세영과 손아섭의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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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밤 10시가 넘은 시각, 아시안게임 축구 결승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의 경기를 아시안게임 이전까지 제대로 본 적도 없었지만 결승전 한 경기만으로도 여자단식 랭킹 세계 1위라는 안세영이 어떤 과정을 거쳐 그 자리까지 올랐는지를 알 것 같았다.
안세영과 손아섭의 당시 친구들은 지금의 그들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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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밤 10시가 넘은 시각, 아시안게임 축구 결승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가 벌어지고 있었다. 스코어는 2대 1. 이기고 있었고 경기 흐름도 좋았다. 금메달이 눈앞에 있었다. 문득 채널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배드민턴 여자단식 결승이 한창이었다. 안세영이 중국의 숙적 천위페이와 싸우고 있었다. 1세트를 따내긴 했지만 2세트에선 큰 차이로 지고 있었다. 7대 13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기는 경기를 보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지만 도저히 채널을 다시 돌릴 수 없었다.
무릎에 이상을 느낀 안세영의 움직임은 비전문가가 보기에도 확실히 정상이 아니었다. 점프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스매시 기회가 왔을 때도 그저 하이클리어로 천위페이의 공격 강도를 약화시키는 데 주력했다. 상대의 스매시 공격이 닥칠 때는 몸을 던져 막아냈다.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앞으로 뒤로….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천위페이가 쳐낸 셔틀콕이 라인 바깥으로 떨어지곤 했다.
그동안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에서 안세영을 좌절하게 했던, 한때 그가 인터뷰에서 “절대 못 이길 상대라고 생각했다”던 천위페이는 조금씩 허물어졌다. 부상에도 불구하고 안세영이 마침내 금메달을 땄을 때 시청자로서 느낀 건 짜릿한 승리의 쾌감이 아니었다. 마치 한 편의 휴먼 다큐멘터리를 본 후 ‘휴~’하고 한숨을 내쉬는 느낌이었다. 그의 경기를 아시안게임 이전까지 제대로 본 적도 없었지만 결승전 한 경기만으로도 여자단식 랭킹 세계 1위라는 안세영이 어떤 과정을 거쳐 그 자리까지 올랐는지를 알 것 같았다.
고등학교 시절 코트 위에 모래를 채워놓고 맨발로 씨름판 같은 모래 위를 뛰어다니며 넘어오는 셔틀콕을 받아치는 훈련을 하고, 허리에 고무줄을 동여맨 채 네트 앞쪽으로 넘어오는 헤어핀 공격을 받아넘기는 훈련을 했다는 건 뒤늦게 알았다. 바닥에 몸을 던지며 상대의 공격을 모조리 받아넘기는 안세영의 배드민턴은 이런 훈련을 통해 탄생한 것이었다. 당시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좋은 성적의 비결에 대해 그는 “‘파이팅’이란 구호를 조금 더 크게 하고 한 발 더 내디뎠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곤 덧붙였다. “친구들도 (너는 훈련만 하면) 언제 놀 거냐 이렇게 물어보는데… 언젠가 친구들이 저를 부러워하지 않을까요?”
국내 스포츠계에서 친구들 얘기라면 빠지지 않는 또 한 명의 선수가 있다. 프로야구 NC다이노스에서 뛰고 있는 손아섭이다. 야구팬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는 ‘중3 손아섭의 다짐’은 그의 미니홈피 게시글이다. 손아섭은 PC방을 배경으로 촬영한 셀카와 함께 “친구들아 나 이제 운동한다. 커서 성공해서 좋은 모습으로 보자”라고 다짐한다. 비속어가 섞여 있고 맞춤법도 엉망이지만 야구팬들은 그의 중3 시절 다짐을 높이 평가한다. 그는 자신의 다짐대로 최선을 다했고 지금은 한국프로야구 역대 최다안타 기록을 향해 전진하고 있다. 야구선수로서 체격도 크지 않고 파워나 스피드가 특별히 뛰어나지도 않은 그가 그 기록을 깰 것으로 많은 팬이 기대하는 이유는 중3 시절 이후 그의 노력이 기록으로 증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안세영과 손아섭의 당시 친구들은 지금의 그들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아마 고개를 끄덕이고 있지 않을까 싶다. 그들의 친구는 아니지만 그들의 경기를 보면서 ‘열심히 하는 친구에겐 못 당한다’는 케케묵은 진실을 되새겼다. 묵묵히 기회를 노리고 노력하면 언젠가 그 과정이 빛날 순간이 반드시 온다는 메시지는 고리타분하지만 여전히 힘이 있다. 운동장에서, 교실에서 그리고 사무실과 공장, 일터에서 오늘을 버티고 있는 이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믿는다.
정승훈 디지털뉴스센터장 sh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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