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건강] 추위보다 먼저 온 독감… 코로나 백신과 동시접종 ‘효과·안전’
독감으로 인한 중증·입원 환자도 ↑
고령층 접종 4월까지 단계적 시행
고령층용 ‘고면역원성 백신’ 등장
인플루엔자(독감)의 장기 유행세가 심상찮다. 지난해 9월 내려진 유행주의보(외래 환자 1000명 당 의심자 4.9명)가 1년째 지속하더니 지난달 중순 유행 기준(6.5명)이 더 올라간 2023~24시즌 독감주의보가 새로 발령됐다. 인플루엔자나 코로나19 등 각종 호흡기 바이러스가 더욱 기승을 부리는 시기를 맞아 보건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최근 발표한 ‘호흡기감염병 표본감시’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이어진 인플루엔자 유행이 지난달 이후 상승세가 더 뚜렷해졌다.
9월 넷째 주(24~30일) 1000명 당 독감 의심 환자는 20.8명으로 지난 절기 같은 기간(4.9명)의 4.2배, 올해 유행 기준의 3.2배 수준을 나타냈다. 유행을 주도하는 연령대는 소아를 포함한 청소년층(7~18세)이다. 9월 마지막 주 의심 환자는 7~12세가 53.8명, 13~18세 31.8명, 1~6세 22.9명 순으로 유행주의보를 훌쩍 넘었다. 독감으로 인한 중증·입원 환자도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독감 고위험군은 폐렴 등 합병증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생후 6개월~13세, 임신부, 65세 이상, 면역저하자 및 기저질환자 등으로 당국은 적극적인 백신 접종을 권장하고 있다. 지난달 20일부터 해당 연령 어린이와 임신부 대상 무료 국가필수예방접종(NIP)이 시작됐다.
고령층 접종은 11일 75세 이상부터, 70~74세(16일), 65~69세(19일) 순으로 내년 4월 말까지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65세 이상의 1000명당 독감 의심 환자(9월말 기준 5.5명)는 아직 유행 기준을 밑돌지만, 겨울 유행이 본격화되고 가정에서 청소년 자녀들과 밀접 접촉이 이뤄질 경우 노년층도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 따라서 접종 일정 중 가급적 이른 시기에 독감 백신을 맞을 필요가 있다.
특히 고령층의 경우 ‘면역 노화’로 인해 면역 반응이 늦어지거나 충분한 강도를 유지하지 못할 수 있다. 지속적 변이가 발생하는 인플루엔자의 특성상 면역 노화가 있는 고령층에서는 이전에 겪은 독감 감염에 대한 항체의 기억력이 약해지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실제 고령층에서 독감 백신 접종 뒤 생성되는 항체는 건강한 성인의 40~80%에 불과하다. 또 국내 연구에 의하면 해마다 평균 2300여명이 독감으로 사망하며 이 중 약 80%가 고령층인 것으로 보고된다.
최정현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9일 “65세 이상은 독감에 걸릴 경우 심각한 합병증과 입원 위험이 높기 때문에 접종 시기를 놓치지 말고 꼭 맞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이번 절기 국내 독감 백신은 총 3000만명 분으로, NIP로 1121만명분, 민간 시장(병·의원에서 유료로 접종)에 약 1800만명분이 공급된다. NIP로 지원되는 독감 백신은 총 6개사 제품이다.
11개 제품이 보급되는 민간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고령층을 위한 ‘고면역원성 독감 백신’의 첫 등장이다. 고면역원성 백신은 인플루엔자 취약 계층의 면역 반응을 강화하도록 설계된 것이다. 인플루엔자 항원 투입 시 면역세포가 더 많이 접근하도록 유도하는 면역증강제(adjuvant) 함유 백신, 일반 백신보다 항원 함량을 4배 높인 고용량 백신, 바이러스 유전자 조각을 재조합해 만든 백신 등이 있다. 미국과 영국 호주 독일 등은 표준 백신보다 이런 고면역원성 백신 접종을 우선 권고하고 있으며, 스웨덴 덴마크 등 일부 유럽 국가는 접종을 지원하고 있다.
국내에도 지난해 9월 ‘MF59’라는 면역증강제 함유 독감 백신(플루아드 쿼드)이 65세 이상 대상으로 처음 허가받아 이번 절기부터 보급됐다. 다만 표준 백신보다 비싼 가격 탓에 아직 NIP로 지원되지는 않는다. 대한감염학회 ‘2023 성인예방접종 지침 개정안’에는 65세 이상에서 독감 예방 접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고면역원성 백신의 접종이 권고됐다.
여러 해외 연구를 통해 면역증강제 함유 백신은 표준 독감 백신 대비 고령층에서 월등히 높은 면역반응이 확인됐다. 국내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에서도 독감 백신 접종 전략을 면역증강제 함유 제품으로 전환할 경우 질병 부담이 유의미하게 감소하는 것으로 예측된 바 있다.
최 교수는 “개인 연령이나 면역 반응, 기저질환 유무 등을 고려해 가장 효과적인 백신을 선택하면 된다. 면역증강제 함유 백신 출시를 시작으로 국내에도 다양한 독감 백신이 도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싼 비용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효과적인 예방이 강조되는 만큼, 고령층의 경우 면역증강제 백신 접종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보건당국은 지난달 말 동절기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독감 백신과 동시 접종을 권고했다. 코로나19와 독감 백신을 함께 맞을 시 유효성과 안전성에 대한 국내외 연구가 지속적으로 확인됐다는 이유에서다. 노인, 12~64세 면역저하자. 요양병원 같은 감염취약시설 구성원 등 고위험군에게 적극 권고되며 65세 이상 독감 접종이 시작되는 19일부터 접종에 들어간다.
영국 연구에 따르면 65세 이상에서 면역증강제 함유 독감 백신과 코로나19 백신의 동시 접종 시 두 백신 간 ‘면역 간섭’ 없이 효과가 보존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 투여로 인한 이상 반응 등 큰 안전성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 후에는 병원에 20~30분 머물며 이상 반응 유무를 관찰하고 컨디션이 걱정된다면 의료진 상담을 통해 2주 간격을 두고 접종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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