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찬주의 바다와 기후변화] 동해에서 북극까지… ‘전례 없는 기후’의 해로 기록될 올해
녹아내린 북극 해빙·캐나다 산불…
이례적 기후 빨리 나타난 한반도
IPCC가 온난화 위험 큰 지역 꼽아
“평균기온 12도 강수량은 1300 독도는 우리땅” “오징어 꼴뚜기 대구 명태 거북이 연어알 물새알 해녀 대합실”. 박문영이 작사하고 정광태가 1982년에 불러 유행한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노래 가사 일부다. 2012년에 다음과 같이 바뀌었다. “평균기온 13도 강수량은 1800 독도는 우리 땅” “오징어 꼴뚜기 대구 홍합 따개비 주민등록 최종덕 이장 김성도”. 지구온난화로 나타나는 기후변화로 바뀐 기상과 해양생물을 반영했음을 알 수 있다. 기후변화를 잘 고려해 가사를 바꿨다는 점에서 전례가 없는 노래로 추정된다. 기후변화로 인한 전례 없이 생긴 현상은 노래 가사뿐만 아니라 기후에서도 나타난다.
지구온난화로 계절 변화나 해마다의 변화(연변화)와 같이 자연적으로 변하는 변동(자연변동성) 범위를 벗어나 과거 기후와 상당히 다르게 나타나는 기후를 ‘전례 없는 기후’라고 한다. 그 이후 전례 없는 기후가 지속되면 ‘전례 없는 기후 시기’가 도래했다고 한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 따르면 동해 전체 평균 봄철(3~5월) 해면수온이 처음으로 두 자릿수인 10도에 이르러 최근 40년(1981~2023년) 중 가장 높았는데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전례 없는 기후 시기가 도래했다고 할 수 있다.
전례 없는 기후 시기가 빠르면 기후변화 영향이 빨리 나타나게 되므로 ‘지구온난화 위험도’가 크게 된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2021년 발간한 6차 기후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전례 없는 기후가 비교적 빨리 나타나 지구온난화 위험도가 큰 지역이다.
같은 보고서에서 IPCC는 인간 활동으로 산업혁명 이전에는 관측되지 않았던 전례 없는 기후가 전 지구에 걸쳐 광범위하게 나타났음을 다음과 같은 예를 들어 제시했다. 1970년 이래로 대기 이산화탄소는 지난 80만년 동안 빙기와 간빙기 사이의 변화보다 훨씬 많이 증가했으며, 2015년 사상 처음으로 400ppm에 도달한 후 2019년에는 지난 200만년 동안 가장 높은 농도에 이르렀다. 북극 해빙은 2011~2020년 동안 연평균 면적이 1850년 이후 가장 작았고, 빙하는 1950 년대 이후로 전 지구에 걸쳐 감소했는데 이는 지난 2000년 동안 전례가 없는 일이다. 1900년 이후 전 지구 해수면 높이는 지난 3000년 동안에는 전례가 없었던 빠른 속도로 상승했고 지난 1세기 동안 바다는 과거 1만1000년 어느 시기보다도 빠른 속도로 온난화됐다. 최근 수십년 동안 표층 바다 산성도는 지난 200만년 동안 가장 높았다.
미국 항공우주국은 올해 여름이 관측이 시작된 1880년 이후로 가장 더웠다고 밝혔다. 필자가 속한 연구진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올해 바다는 대기보다 4개월 이른 3월 중순부터 관측 역사상 최고 수온을 기록한 이후 현재까지 매월 최고 수온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어 올해 여름뿐만 아니라 올해 연평균 수온이 관측 역사 이래로 가장 높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봄부터 캐나다 서부에서 산발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해 6월에 캐나다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은 캐나다 역사상 전례 없이 심각하다. 현재 700건 이상의 화재가 발생 중이며, 40% 이상의 화재가 통제 불능이라고 한다. 산불로 발생한 연기가 미국 뉴욕을 넘어 대서양을 건너 노르웨이까지 영향을 미쳤다. 일부 산불은 겨울까지 지속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이렇게 캐나다의 산불이 올해 유독 극심했던 이유는 기후변화로 심해진 가뭄과 병충해로 고사된 산림 면적이 넓어져 불이 빠르게 확산했기 때문으로 추정한다.
이외에도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과 하와이주 마우이섬 등 세계 곳곳이 산불로 심각하게 피해를 보았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대규모 산불로 발생하는 온실기체, 식생 변화 등이 다시 기후변화를 가속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산불이 기후변화의 결과이면서 동시에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 따르면 올해 7월 북극 동부 시베리아 북쪽 외해에 남한 면적의 70%에 달하는 거대한 얼음 구멍인 폴리냐가 생겼는데 이는 전례 없이 큰 규모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미국 해양대기청에 따르면 올해 여름 남극 해빙 면적이 평년보다 12% 이상 줄어 관측 역사상 가장 작다고 한다. 해빙 면적이 지속해 줄어드는 북극과 달리 남극에서 이렇게 급속하게 줄어든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60개 관측소의 지난 43년(1973~2015년) 연평균 지표기온으로 구한 전례 없는 기후는 대도시보다는 인구 증가가 빨랐던 경기도 수원, 충북 청주, 경북 구미 등에서 빨리 도래한다. 청주가 제일 빨라 2040년쯤에 나타나고 전남 해남에서 제일 늦어 2170년에 나타나 지역마다 상당히 큰 차이가 있다. 기후위기 대책을 세울 때 지자체마다 기후위기가 현실화하는 시기가 다름을 고려해야 함을 의미한다.
전례 없는 기후는 피해가 광범위하고 지속적이며 파괴적이라는 점에서 제대로 대비해야 한다. 그 대비는 과학에 기반해야 한다. 각계 전문가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 과학자는 어떤 연구를 어떻게 수행할지 결정하고, 행정 관료는 어떻게 지원하고, 공학자는 연구 결과를 어떻게 실용화할지 고민해야 한다. “그러면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고,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돌려드려라.”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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