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만 경고등?… 기업대출 1년 만에 60조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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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조이자 은행들이 기업대출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 같은 증가세는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조이면서 은행들이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기업대출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은 기업대출이 금융시장 불안의 뇌관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장 기업대출 증가는 은행 수익성에 도움을 주겠지만 부실이 커지면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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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조이자 규제 느슨한 기업 눈 돌려
부실 커지면 금융시장 불안 뇌관 ‘부메랑’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조이자 은행들이 기업대출로 눈을 돌리고 있다. 다만 과도한 ‘저(低) 마진 출혈 경쟁’이 부실화로 이어져 은행 건전성을 악화시키고, 금융시장 불안의 뇌관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756조3310억원으로 전월 대비 8조8420억원 증가했다.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지난해 9월 694조8890억원으로 가계대출(695조0830억원)보다 적었지만, 10월 700조원을 돌파하며 역전했다. 올해 들어 매달 꾸준히 증가하며 가계대출과 격차를 벌리고 있다.
이 같은 증가세는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조이면서 은행들이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기업대출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리은행은 임종룡 회장 취임 이후 2027년까지 기업대출을 30조원 늘려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하겠다고 밝히며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하나은행 등도 공격적으로 기업대출 강화에 나서고 있다. 기업대출 증가세는 최근 회사채 금리가 오르며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은행 대출을 찾고 있는 영향도 있다.
문제는 기업대출 부실에 대한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확산기에 대출을 확대한 기업들의 상환능력은 급격히 취약해지는 상황이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상장사 17.5%가 한계기업으로 조사됐다. 한국금융연구원도 부실기업 부채가 연평균 24%씩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신용이 낮은 기업은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아 대출금리가 오르는 현 국면에서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취약·경기 민감 업종으로 꼽히는 부동산업과 도소매업, 숙박음식업 등에 대한 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도 불안 요인이다. 이지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업부채 리스크와 여신 건전성 추정’ 보고서에서 부실기업 부채가 기업 부문 총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8년 5.3%에서 지난해 7.8%로 커졌다며, 업종별로 부동산업·운수업·건설업 부실이 특히 크다고 지적했다.
제2금융권에서도 기업대출 연체율 증가가 심화하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저축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5.76%로 전년 동기 대비 2.93% 포인트 증가했다. 상호금융인 새마을금고 기업대출 연체율 역시 8.34%로 같은 기간 2.73% 포인트 늘었다.
한국은행은 기업대출이 금융시장 불안의 뇌관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한은은 지난달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가계부채와 달리 기업부채는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높은 증가세를 지속했다”며 “자금조달비용 상승, 주택경기 둔화 등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관련 대출이 기업부채 증가를 주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장 기업대출 증가는 은행 수익성에 도움을 주겠지만 부실이 커지면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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