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의 인사이트] 교회가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청년들의 일침

이명희 2023. 10. 10.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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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고 굳어 희망을 보여주지 못하는 집단”…
5명 중 1명만 교회 신뢰하는 안타까운 현실

챗GPT, 목회자 위협하는 시대 질책 준엄하게 받아들이고
고통받는 이웃·사회와 공감하며 오늘을 사는 청년과 동행해야

“오늘날 청년들이 한국교회에 요구하는 바는 역설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교회를 향한 비난에 반응도 변명도 하지 않기를, 구제와 봉사를 전도와 교회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교묘히 이용하지 말기를, 사회적 참사에 대해 성경과 하나님의 뜻을 운운하며 섣부르게 해석하려 하지 말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주 국민일보가 ‘희망터치: 챗GPT와 다음세대’를 주제로 사귐과섬김과 공동으로 개최한 ‘2023 국민미션포럼’에서 3부 패널로 나선 김현아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사무국장의 일침이다. 그는 “청년들은 영화나 드라마 등 미디어에서 교회와 목사를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데 항의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사실 아니냐는 것”이라며 “교회와 목회자들이 계속해서 이러한 우리 사회의 시선과 평가를 받아들이지 않고 흐린 눈으로 모른 척할 때 사회성이 결여된 채로 점차 더 도태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30대 여성 국장의 입을 통해 청년들의 눈에 비친 한국교회의 민낯을 접한 300명가량의 목회자와 장로들은 적잖이 당황했다. 사회자의 말처럼 ‘뼈 때리는’ 일침에 장내가 숙연해졌다. 미디어에 넘쳐나는 기독교 희화화와 조롱에 억울해하고 항의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중견 목회자들의 반응과는 정반대되는 목소리였다.

올해 초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지앤컴리서치에 의뢰해 19세 이상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한국교회를 신뢰한다는 답변은 21%인데 반해 신뢰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74%에 달했다. 5명 중 1명만 교회를 신뢰하는 셈이다. 지난해 4월 국민일보와 사귐과섬김 코디연구소 조사 때(18.1%)보다는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낮다.

한국교회 신뢰도는 낮아지는데 챗GPT 등 첨단기술은 고유 영역으로 여겨졌던 성직자 역할마저 넘보고 있다. 이대로 가면 교회는 사라지고 로봇이 목사를 대신할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지난 6월 독일 바이에른주의 성바울교회에서 인공지능(AI) 목사가 설교를 했다. 챗GPT를 통해 구현된 AI 목사는 대형 스크린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40분간 설교하고 기도와 찬송을 이끌었다.

조성실 소망교회 목사(온라인사역실장)가 이날 국민미션포럼에서 소개한 종교 로봇의 확산은 충격적이다. 2019년 일본 교토의 고다이지 사찰에서는 안드로이드 로봇 관음상 ‘마인다(Mindar)’가 25분간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화두를 던지며 법요를 진행했다고 한다. 두 손을 합장하고 서 있는 로봇 앞에 승려들이 무릎 꿇고 엎드려 절하는 모습은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공상과학 영화가 현실로 다가왔음을 느끼게 했다. 소프트뱅크 로보틱스는 일본의 불교 장례식에서 염불을 외우는 로봇 ‘페퍼(Pepper)’를 개발했고 독일 개신교회는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축복기도를 해주는 로봇 ‘블레스유투(BlessU-2)’를 공개했다. AI가 지구를 더 잘 돌볼 것이라며 AI를 신으로 섬기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챗GPT를 기반으로 한 ‘초원AI(옛 주님AI)’가 이용자의 다양한 고민과 질문에 조언을 해주거나 성경구절을 보여주고 기도문까지 작성해주고 있다.

첨단기술에 밀려나 성직의 고유 영역까지 침범당하고 세상에 외면당하는 교회들이 설 자리가 있을까. 국민미션포럼에서 나온 답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외로움을 돌보는 영적 터치는 로봇이 할 수 없다는 것이다. AI가 과거 데이터를 이용해 목회에 도움을 주는 ‘목회 비서’는 될지언정 창의적 사고와 고도의 대인관계를 맺고 사회적 돌봄 기능을 수행하는 ‘목사’는 될 수 없다는 것이다.

AI의 일자리 위협 속에 한국교회는 세상이 원하는 교회, 청년들이 기대하는 교회로 바뀌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해답은 성전에 모이기를 힘쓰고 구제와 나눔에 힘썼던 초대교회에서 찾을 수 있다. 낡고 굳어버려 희망을 보여주지 못하는 집단이라는 오명을 벗고 고통받는 이웃, 사회와 공감하며 ‘다음세대’가 아닌 오늘을 살아가는 청년과 동행하는 매력적인 교회가 돼야 한다. 청년들이 신앙인임을 떳떳하게 자랑할 수 있도록 공적인 품위를 지켜야 한다.

이명희 종교국장 mh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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