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커지는 정부 역량만큼 규제 줄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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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규제에도 착시 효과가 있다.
규제는 큰 불편과 비효율 그리고 경쟁력 상실을 초래하는데 규제 철폐 효과는 눈에 안 보인다는 점이다.
경찰의 치안력 강화와 가로등 같은 인프라 확충이 사후적인 범죄 예방능력을 키워 통행금지와 같은 사전규제의 철폐를 가능하게 했다는 점은 우리에게 규제개혁의 큰 방향을 제시한다.
정부의 무능이 규제개혁을 늦출 핑계가 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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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규제에도 착시 효과가 있다. 규제는 큰 불편과 비효율 그리고 경쟁력 상실을 초래하는데 규제 철폐 효과는 눈에 안 보인다는 점이다. 반대로 공무원들은 규제가 없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온갖 부작용을 강조한다. 두려움은 커지고 효과는 눈에 잘 안 보이니 규제를 없애는 것이 쉽지 않다.
1982년 해제된 통행금지를 생각해 보자. 당시 많은 사람이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으나 자칫 통행금지 해제로 도둑이 많아지고 풍기가 문란해지는 것이 더 위험하다는 두려움이 컸다. 그런데 실제로 통행금지가 해제되고 보니 그런 두려움은 대부분 근거가 없거나 지나치게 과장됐다는 것이 드러났다. 통행금지 해제가 가져온 우리 사회의 역동성과 경쟁력 향상은 통행금지 시절에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다. 가상의 두려움이 보이지 않는 혜택을 늘 압도하게 마련이다.
우리나라가 규제개혁을 추진한 지 30년이 넘었다. 그러나 규제환경은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악화하는 추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이 발표하는 우리의 규제개혁 시스템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시스템이 잘 돼있으면 뭐 하겠는가. 성과가 잘 안 보인다. 기업이 느끼는 규제 체감도와 국내외 기업의 투자 추이, 국가경쟁력 지표에 따른 한국의 규제환경은 부정적이기만 하다. 일례로 2019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평가한 국가경쟁력 순위는 63개국 중 23위에 지나지 않는다. OECD의 상품시장 규제 지수는 38개국 중 33위다. 특히 서비스와 네트워크 부문에 진입장벽이 높고 정부의 기업 활동에 대한 개입이 심각하다는 세부 평가가 뒤따른다.
규제가 철폐되지 않고 계속 늘어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국회 입법이 눈덩이처럼 늘기 때문이다. 물론 시대적 흐름에 맞춰 새 법이 제정되고 기존 법을 개정하는 경우도 있으나 상당수 입법안은 규제를 늘리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정부 입법은 1102(17대)→1693(18대)→1093(19대)→1094(20대)개로 정체지만 의원 입법은 5728(17대)→1만1191(18대)→1만5444(19대)→2만1594(20대)개로 몇 년 사이에 3배 이상 급증했다. 정부 입법이 정체된 이유는 신설 규제에 대해 규제개혁위원회의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공무원들이 규제개혁위 심사를 받지 않으려고 국회의원의 도움을 받아 의원 입법으로 우회한다는 점이다. 의원 입법은 입법 과정에서 투명성과 정당성이 떨어지고 집행가능성과 전문성이 미흡하다.
기업과 시장의 경쟁력을 붙잡는 규제 대부분은 통행금지와 같은 사전규제다. 특히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이 규정하는 공공요금 규제, 진입과 가격을 규제하는 각종 사업법,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공기업에 대한 경영규제, ‘수도권 정비계획법’ ‘농지법’과 같은 수도권 규제, ‘상법’의 지배구조 관련 규제, ‘공정거래 및 독점규제에 관한 법률’에 따른 경제력 집중 억제 규제 등은 다른 국가에서 찾아보기 힘든 우리나라 특유의 사전규제이고 고질적 덩어리 규제다.
경찰의 치안력 강화와 가로등 같은 인프라 확충이 사후적인 범죄 예방능력을 키워 통행금지와 같은 사전규제의 철폐를 가능하게 했다는 점은 우리에게 규제개혁의 큰 방향을 제시한다. 정부 역량이 커진 만큼 사전규제를 사후 집행으로 바꿔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가 할 일은 처음부터 통행을 못하도록 사전규제하는 것이 아니고, 통행금지를 해제해 국민을 편하게 하고 사후적으로도 도둑 잘 잡아서 규제철폐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정부의 무능이 규제개혁을 늦출 핑계가 돼서는 안 된다.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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