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덕 교수의 바이블 디스커버리] <14·끝> 향수와 프루스트 현상

2023. 10. 10.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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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시대에는 향유 외에도 향수를 즐겨 사용했습니다.

주부들은 향수를 미용은 물론이고 파리나 모기처럼 높은 기온에 쉽게 번식하는 해충이 꾀는 것을 막고 집안 공기를 상쾌하게 하는 데 활용했습니다.

성경 시대에 사용된 향수나 향유의 종류는 먼 히말라야 지역에서 석회석 용기에 담아 수입한 값비싼 나드부터 알로에 베델리엄 컬머스 계수나무 시나몬 유향 몰약까지 다양했습니다.

성경 시대에는 향유나 향수를 제작하는 조향사들을 오늘날처럼 전문가로 대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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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시대에는 향유 외에도 향수를 즐겨 사용했습니다. 주부들은 향수를 미용은 물론이고 파리나 모기처럼 높은 기온에 쉽게 번식하는 해충이 꾀는 것을 막고 집안 공기를 상쾌하게 하는 데 활용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향연(Symposion)에서 남녀에게 맞는 옷이 있듯이 “남녀에게는 어울리는 냄새가 다르다”고 했습니다. 향수 사용의 남녀유별을 거론한 겁니다. “김나시온의 올리브 기름과 냄새가 여성의 향수보다 더 큰 즐거움을 안기고, 더욱 갈망하도록 만든다.” 이 발언 덕분에 아테네에서는 남성이 올리브 기름, 여성은 향수를 선호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유대인들은 남녀 구분 없이 향수를 사용했습니다. 여성이 가슴에 넣고 다니는 몰약(myrrh)을 남성은 분말 형태로 옷에 뿌렸고, 수염에는 기름처럼 발라 향기를 냈습니다. “뺨은 향기로운 꽃밭 같고 향기로운 풀언덕과도 같고 입술은 백합화 같고 몰약의 즙이 뚝뚝 떨어지는구나.”(아 5:13)

성경 시대에 사용된 향수나 향유의 종류는 먼 히말라야 지역에서 석회석 용기에 담아 수입한 값비싼 나드부터 알로에 베델리엄 컬머스 계수나무 시나몬 유향 몰약까지 다양했습니다. 올리브 기름에 말린 꽃가루나 향료를 첨가한 고급스러운 향유나 향수 제조법은 따로 전해지지 않습니다.

성경에는 하나님이 모세에게 특별한 향유와 향의 제조를 위한 레시피를 건넸다는 기록이 나옵니다.(출 30:22∼25, 34∼38) 올리브기름과 액체 몰약, 달콤한 향의 시나몬과 창포를 섞어 만드는 관유, 수액의 일종인 소합향과 풍자향, 조개류에서 얻는 나감향과 유향으로 만드는 특별한 향의 제조법이었습니다. 아쉽게도 현재로서는 실체를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두 가지 모두 성막에서만 사용하도록 제한해서 일반인은 접근할 수 없었고, 덕분에 어느 시점에 가서 레시피 역시 대가 끊긴 것으로 보입니다.

성경 시대에는 향유나 향수를 제작하는 조향사들을 오늘날처럼 전문가로 대접했습니다. 성경에 최초로 이름이 언급된 조향사는 성막과 다양한 비품들을 제작한 브살렐이었습니다.(출 37:29) 나중에는 왕궁에 조향사를 따로 두었는데 대개 여자 노예들이 도맡았습니다. 조향사들의 활동이 두드러진 것은 바빌로니아 포로기 이후였습니다. 주로 사제 가문 출신 조향사들의 활약이 커서 강력한 조합을 구성할 정도로 번창했습니다.(느 3:8) 당시 조향사들의 주된 임무는 예배 의식과 장례식에 필요한 향유와 화장품이나 의약품으로 사용되는 향유를 제작하고 분배하는 일이었습니다.

신경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 뇌는 5만개 이상의 향을 저장하고 구분한다고 합니다. 콧속 신경세포는 향기를 감지하는 즉시 감정과 기억을 처리하는 변연계에 신호를 보냅니다. 시각이 형성한 기억과 달리 후각신경계와 관련된 기억이 감정기억까지 동반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덕분에 우리는 무슨 향기를 맡든지 그것을 구분할 수 있고, 거기에 얽힌 추억과 감정을 동시에 떠올리게 됩니다.

특정 향과 연관된 과거의 기억과 감정이 함께 떠오르는 것을 프루스트 현상이라고 부릅니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홍차에 적신 마들렌 과자 향기 때문에 어린 시절을 회상했다고 해서 유래한 말입니다. 그런데 성경은 이보다 오래전부터 향과 기억의 신경학적 관계를 알고 있었는지 우정을 향과 연계해서 설명합니다. “기름과 향이 사람의 마음을 즐겁게 하나니 친구의 충성된 권고가 이와 같이 아름다우니라.”(잠 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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