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문제 절박… 해법 못 찾으면 국가도 교회도 사라진다”

박효진 2023. 10. 10.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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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아동 돌봄 입법 청원’ 나선 감경철 저출생대책국민운동본부장
저출생대책국민운동본부 본부장을 맡고 있는 감경철 CTS기독교TV 회장이 지난 6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에 있는 CTS 본사에서 아동 돌봄 시설을 교회 내 설치해 ‘주중에는 돌봄, 주일에는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하는 입법 청원 서명운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한국은 지난해 합계출산율 0.78명을 기록했다. 이대로 저출산이 가속화되면 “한국은 2750년 국가가 소멸할 위험이 있다”는 저명한 인구학자의 경고는 문제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준다. 한국교회도 인구 위기로 치명타를 입고 있다. 주일학교 문이 닫히고 예배당에서는 아기 울음소리를 듣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이 시대 우리 교회는 무엇을 해야 할까.

‘생육하고 번성하라’(창 1:28)는 하나님의 말씀보다 자기중심적인 문화를 맹종하고 따라가는 세대를 향해 구약의 선지자처럼 2006년부터 출산장려를 외쳐온 이가 있다. 저출생대책국민운동본부 본부장을 맡고 있는 감경철(80) CTS기독교TV 회장이다. 감 회장은 지난 7월부터 CBS와 공동 캠페인을 펼치며 아동돌봄시설을 교회 내에 설치해 ‘주중에는 돌봄, 주일에는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하는 입법 청원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다. 지금까지 전국 3300여 교회, 30만여 명이 동참했다.

다음은 지난 6일 서울 동작구 CTS 본사에서 감 회장과 나눈 일문일답.

-입법 청원에 나서게 된 배경과 의미는.

“오래전부터 저출산 위기론에 대해 강조해 왔지만, 정계나 교계의 많은 지도자가 공감은 하면서도 진전이 없었다. 엄청난 예산 투자와 다양한 정책을 시행했지만 표면적인 대책에 불과했고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 정책들은 오늘날 대한민국을 세계 최저 출산율로 이끌었다.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국가도 교회도 사라질 수 있다는 절박감을 느끼고 광야에서 외치는 자의 심정으로 나섰다. 기감, 예장 합동 통합 백석 등 23개 교단이 서명운동 동참을 결의했다. 한국교회가 한마음 한뜻으로 협력하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국교회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저출생 극복 운동이 우리 사회에 갖는 의미는.

“우리 민족은 늘 깨어있는 국민과 기독교인들이 앞장서 위기를 극복해왔다. 일제강점기 3·1 운동과 IMF 외환위기 당시 금 모으기 운동이 그러하다. 기독교인의 애국 운동은 나라와 민족을 살리는 마중물이 됐다.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인구 절벽의 위기도 신앙의 선배들이 마주한 국가적 위기와 다르지 않다. 교회가 앞장서는 저출생 극복 운동은 우리 사회를 섬기는 교회의 공공성을 확립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저출생 극복의 실제적 대안으로 내세운 ‘아동 돌봄’에 대해 설명해 달라.

“저출생 배경에는 교육과 보육 그리고 주거, 직업 등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아이를 돌보고 교육하는 것은 민간영역에서도 충분히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 종교시설, 특히 교회는 우리 사회의 가장 가치있는 인프라이다. 교회는 전국의 읍면동, 작은 섬마을까지 없는 곳이 없다. 한국교회가 문을 열어 유휴공간을 활용하고 헌신적인 성도들의 돌봄이 더해진다면 온 마을이 함께 아이들을 양육하고 돌보는 구조가 형성될 것이다.”

-‘아동 돌봄 입법청원’ 서명운동으로 어떤 변화를 기대할 수 있나.

“교회에서 아이들을 돌보려고 해도 현재의 법체계에서는 쉽지 않다. 종교시설에서는 오직 종교행사만 가능하도록 제한돼 있고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법적 기반도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서명운동은 주중에는 아동 돌봄터로 교회 시설을 활용하고 주일에는 예배할 수 있도록 법령을 개정하기 위함이다. 교회가 나서서 공백을 메우고 ‘영유아 돌봄 네트워크’를 구축하면 저출생 극복의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입법 청원 발의를 위해 국회와는 어떻게 논의되고 있나.

“지난 9월 18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20만 명의 서명 용지를 스캔한 축쇄본 6권을 이채익(국민의힘), 김회재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전달했다. 이번 정기국회에 발의되도록 절차를 밟고 있다. 각각 정치적 이념은 달라도 저출생 문제 앞에서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지난해 출대본을 설립했다. 1년 소회를 밝힌다면.

“출대본은 저출생 극복을 위해 지난해 8월 기독교 불교 원불교 등 범종교계가 주축이 돼 정치 경제 교육계와 함께 출범했다. 저출생 관련 실무자와 학자, 정부 관계자 등을 초청해 세미나와 포럼을 여러 차례 갖고 현황을 분석하며 실제적인 대안들을 꾸준히 제시했다. 1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출대본 1주년 기념식을 갖고 아동 돌봄을 위한 종교의 역할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CTS기독교TV의 회장으로도 오랜 기간 다음세대 부흥을 강조해왔다.

“가난하고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다. 서울이라는 험지에 와서 세상을 빨리 경험했다. 어려움 속에 사업가로 살아가며 ‘나는 재벌이 되기보다 나라의 미래를 이끌 다음세대를 위해 한 알의 밀알이 되어보자’고 다짐했다. 오래 전에 CTS영유아문화원(2006년)과 NGO ‘생명과 희망의 네트워크’를 발족했고 ‘출산장려국민운동본부(2010년)를 출범시켰다. 또 ‘CTS다음세대지원센터’를 설립해 영유아 돌봄 서비스 지원과 기독교 대안교육 기반을 마련했다. 최근에는 정부 기관과 각 지자체와 협력해 지역 밀착형 키즈카페 개소와 돌봄 교사 육성 등 다음세대 부흥을 위한 전방위 사역을 이어가고 있다.”

-향후 계획을 말해달라.

“100만명을 목표로 하는 서명운동을 통해 이번 정기국회 회기에 종교시설 내 아동 돌봄이 가능한 법령 개정이 이뤄지도록 노력할 것이다. 한 가지 바람은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초저출생의 위기에 대해 한 달에 한 번씩 설교해 주시면 성도들의 인식 변화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출대본 사역을 위해 함께 기도해 주시기를 간곡하게 부탁드린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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