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만화를 사랑하는 내 아버지께 바칩니다
‘무빙’ 작가 강풀의 성장 스토리
한국형 히어로 드라마 ‘무빙’으로 전 세계 시청자를 사로잡은 강풀(48·아래 사진) 작가의 고백이다. 그의 아버지는 고 강성구 목사다. 강 목사는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서 작은 개척교회를 시무했다. 강풀은 “때론 목사 아들이라는 주변의 시선이 부담스럽고 부유하지도 않았지만 아버지는 가족끼리 사랑하며 좋은 환경에서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해주셨다”고 회상했다. 유튜브 더 미션 채널 ‘박기자 수첩’에서 전한 강풀 작가와 아버지, 무빙에 얽힌 뒷이야기다.
전 세계가 한국형 슈퍼 히어로에 반했다. 무빙은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과거의 아픈 비밀을 숨기고 살아온 부모들이 시대와 세대를 넘어 닥치는 거대한 위험에 함께 맞서는 액션 히어로물이다.
2015년 누적 조회 수 2억뷰를 돌파한 강풀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무빙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 디즈니+와 훌루(Hulu)에서 최다 시청작으로 등극했다. 강풀 작가에 대한 세계적 관심도 뜨겁다.
강풀의 본명은 강도영이다. 대학생 때 자취를 하며 덜 더러워지는 색의 옷을 입고 다녔는데 전부 풀색이라 친구들은 그를 ‘강풀’이라 불렀다. 그렇게 강풀은 탄생했다.
강풀은 상지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 후 박재동 화백의 신문 만평을 접한 뒤 만화가의 꿈을 키웠다. 대학까지 나온 서른 즈음의 아들이 만화가의 길을 가겠다고 하면 말릴 법도 한데, 강 목사는 보증금 15만원에 3.9㎡(1.2평)짜리의 작업실을 얻어주며 아들에게 “힘내라”는 말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만화를 배운 뒤 출판사, 잡지사, 신문사 등 400여 곳에 이력서를 냈지만 그의 만화를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오프라인 만화가로 길이 열리지 않자 강풀은 2002년 컴퓨터로 만화를 그리는 웹툰 작가로 데뷔하게 된다. 20년 전만 해도 웹툰은 비주류 영역이었다. 그러나 특유의 섬세하고 따뜻한 감성을 가진 그의 만화에 사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강풀은 “때론 웹툰 ‘아파트’와 ‘타이밍’에 귀신이 나와 목회자인 아버지의 눈치가 보였다. 하지만 아버지는 ‘네가 창작하는 것도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깊은 감동을 받았다”며 “가족의 응원 덕분에 한 번도 힘들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고 고백했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무빙은 원작자 강풀이 직접 대본 집필까지 참여해 더욱 화제가 됐다. 강풀은 “만화에서 풀지 못한 서사를 드라마에서 더 풀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웹툰과 달리 드라마 무빙에는 강풀의 기독교적 시각이 곳곳에 드러난다. 3화에 등장하는 정육점 가게 아들이 입고 있는 티셔츠에는 ‘예수사랑교회’가 적혀 있고, 10화 김두식(조인성)과 이미현(한효주)이 데이트하는 벚꽃길 옆 교회 담벼락에는 ‘전 교인 봄맞이 야외 예배’ 현수막이 의도적으로 걸려 있다. 또 길 잃은 어린 양처럼 숙소를 찾아 헤매는 장주원(류승룡)에게 황지희(곽선영)는 교회 종탑 십자가만 보고 길을 찾아가라고 안내한다. 장주원이 주택을 침입해 도망가는 장면에서도 주기도문을 외우며 가정예배를 드리는 장면도 담겨있다.
강풀은 무빙 전반에 흐르는 선한 정서에 대해 “착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저는 성악설과 성선설 둘 중 하나를 택하라면 성선설을 믿습니다. 성경에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롬 8:28)는 말씀이 있는데 가장 좋아하는 말씀입니다. 함께 힘을 합쳐 무엇인가를 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늘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 역시 다른 사람들과 한 발짝씩 나아가는 게 좋습니다.”
강풀은 웹툰 연재 전 마지막 장면까지 대사가 안 나오면 작품을 게재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데도 무빙은 처음으로 결말을 바꾼 작품이다. 애초에 무빙은 어두운 결말로 설정했다. “강풀 작가의 작품에는 늘 착한 사람만 나온다”는 선입견을 탈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5년 무빙 연재 중, 암 투병 끝에 소천한 아버지의 죽음이 결말에 큰 영향을 미쳤다.
강풀은 “아버지가 소천한 뒤 우울한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며 “가족적인 지금의 결론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그리고 무빙의 마지막 화에 ‘이 만화를 사랑하는 내 아버지께 바칩니다’라고 적어 놓으며 아버지를 추모했다. 어쩌면 강풀에게도 늘 자신을 위해 무릎 꿇고 기도하는 목회자 아버지가 히어로이지 않았을까.
강풀은 “남은 만화가 인생을 걸고 초능력자 시리즈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꼭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은 만화로 “예수님의 어린 시절을 그리는 것”이라며 “크리스천만을 위한 작품이 아닌, 사랑이 넘치는 예수님의 이야기를 꼭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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