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신앙 청년 타임슬립… 이용도 목사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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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무언(是無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은 채 그저 기도로 주님의 뜻을 따르겠다는 굳은 결의를 뜻하는 말이다.
1930년대 초 한국교회의 영적 부흥을 이끌었던 이 목사의 신앙과 삶을 재조명한 창작 뮤지컬 'BACK TO 1931 : 시무언 이용도'가 가을이 무르익어가는 요즘, 성도들의 걸음을 공연장으로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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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무언(是無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은 채 그저 기도로 주님의 뜻을 따르겠다는 굳은 결의를 뜻하는 말이다. 무언 겸비 기도 순종을 좌우명으로 삼으며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실천하다 서른셋의 나이에 생을 마친 고(故) 이용도(1901~1933) 목사의 호이기도 하다. 1930년대 초 한국교회의 영적 부흥을 이끌었던 이 목사의 신앙과 삶을 재조명한 창작 뮤지컬 ‘BACK TO 1931 : 시무언 이용도’가 가을이 무르익어가는 요즘, 성도들의 걸음을 공연장으로 이끌고 있다.
이번 공연엔 눈에 띄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그동안 손양원 주기철 목사 등 한국 교회사를 통해 잘 알려진 목회자와 순교자들이 문화 콘텐츠로 소개된 바 있지만 이 목사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뮤지컬이 만들어지기는 처음이다. ‘바보 사랑’ ‘라스트 챈스’ 등 대중성을 띤 뮤지컬을 제작하며 사랑받아 온 극단 세븐파이프(Seven Pipe·대표 배경호)가 제작한 첫 번째 기독교 창작 뮤지컬이기도 하다.
최근 서울 강남구 윤당아트홀에서 열린 뮤지컬 쇼케이스 현장에서 만난 배경호 대표는 “코로나19 직전 이용도 목사의 서간집을 접하면서 그의 이야기가 공연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시대적 메시지로 울림을 줄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제작 배경을 밝혔다.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도 독특하다. 기독교 역사 인물을 다루는 작품들이 일반적으로 주인공이 살았던 과거 시점을 배경으로 진행되는 반면 ‘시무언 이용도’는 현대인의 눈으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타임슬립’ 방식을 취한다. 주인공인 대학생 주아(이다은 이현희 분)가 1931년 평양으로 시간여행을 하게 되고 그곳에서 이 목사를 만나며 신앙이 성장해가는 스토리를 담았다.
“세상은 넓고 해야 할 일은 많지. 멈춰서는 안 돼. 뒤처지면 안 돼.”(주아)
극은 학업 취업 성공의 굴레에 갇혀 현재를 살아가는 20대 청년의 분주한 삶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막을 연다. “뮤지컬이 이 목사의 삶을 재조명하지만 진짜 주목해야 하는 것은 현시대를 사는 청년 박주아와 그가 만난 하나님”이라는 배 대표의 역설이 뇌리에 꽂히는 대목이다.
신비한 현상을 겪으며 1931년으로 시간여행을 떠나 부흥회가 한창인 평양의 예배당에서 이 목사를 마주한 주아는 “너 어디 있느냐”는 선언적 메시지에 영적 찔림을 느낀다. 이 목사의 선포는 거침없이 이어진다.
“오늘날 예수를 믿노라 하는 자 껍데기로 예수를 믿어 헛되이 교회당을 찾아다니니, 예수의 생수를 마신 자 별로 없다.”(이 목사)
이 목사의 일침은 주아가 “등록금 걱정하는 내게 예배 안 빠지고 헌금 생활 잘하면 해결될 거야”라고 독백하는 장면과 겹치며 잘못된 신앙관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 크리스천들의 현실을 꼬집는다. 주아 역을 맡은 배우 이다은은 “주아처럼 나 또한 모태신앙인이다. 모태신앙을 ‘못된 신앙’이라 부르는 ‘웃픈’ 현실을 마주하는 청년 크리스천”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작품 속에서 신앙과 삶의 변화를 겪는 주아를 통해 세상이 아닌 하나님을 의지하며 살아갈 수 있음을 청년들이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황해도 금천에서 태어나 독립운동을 펼치다 수차례 옥고를 치른 이 목사는 1931년부터 감리교 순회 부흥사로 활발하게 사역을 펼치며 세속화와 비복음적인 교회의 모습 등을 비판하고 기도 운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바보 사랑’으로 호흡을 맞췄던 배우 이윤성(이 목사 역)과 이다은, 뮤지컬 ‘루쓰’에서 나오미 역을 맡았던 배우 엄태리(송봉애 역) 등 2030세대 크리스천 배우들이 호흡을 맞췄다. 지난 2일부터 전석 무료로 진행 중인 공연은 오는 28일까지 윤당아트홀 무대에서 만날 수 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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