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 가자 장벽 집결…팔 주민 12만명 공포의 탈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치하고 있는 이슬람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양측 간 무력 충돌이 사흘째인 9일 격화되고 있다. 양측 누적 사망자가 1200여 명에 달한 가운데 ‘전쟁’을 선언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군 투입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IDF) 대변인은 지난 8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우리의 임무는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위협할 군사적 능력을 갖추지 못하도록 확실히 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하마스가 더 이상 가자지구를 통치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변인은 “한 번에 이처럼 많은 이스라엘 국민이 살해된 적은 없었고, 9·11 테러와 진주만 공습을 하나로 합친 것과 같다”며 이같이 경고했다.
앞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8일 “악의 도시에서 하마스가 있는 모든 곳, 하마스가 숨어 있는 모든 곳, 활동하는 모든 곳을 폐허로 만들 것”이라며 강력한 보복 공격을 경고했다.
8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 당국자들은 이스라엘군이 24~48시간 안에 가자지구에서 지상 작전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했다. 요이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9일 “가자지구 전면 봉쇄를 지시했다”며 “전기도, 식량도, 연료도 없을 것이며 모든 것이 닫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미 CNN은 이날 이스라엘 무장병력의 이동 사실을 전하면서 가자지구 내 ‘대학살(carnage)’이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선 1993년 미국 등의 중재로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자치권을 인정한 오슬로 협정 이전으로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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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전기·식량 중단”…CNN “지상작전 땐 대학살 우려”
변수는 하마스와 이슬라믹 지하드 등 무장단체들이 납치해 가자지구에 억류하고 있는 최소 130여 명이 넘는 민간인(외국인 포함)과 군인들이다. 이스라엘이 공세를 본격화할 경우 하마스는 이들을 ‘인간 방패’로 내세울 수 있다.
양측의 무력 충돌이 이어지면서 인명 피해는 급증했다. 9일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하마스의 로켓 및 침투 공격으로 이스라엘 사망자는 700명을 넘었다. 외신 등을 종합하면 태국(12명 사망, 11명 인질), 미국(9명 사망, 7명 실종), 네팔(11명 실종), 우크라이나(2명 사망), 프랑스(1명 사망, 수명 실종) 등의 외국인도 수십 명이 포함됐다. 미국인 인질 보도도 나왔다.
남부 레임 키부츠의 음악축제 행사장 주변에서는 무려 260구의 민간인 시신이 무더기로 발견돼 이스라엘을 충격에 빠뜨렸다. 스푸트니크통신에 따르면 하마스 군사조직인 알 카삼 여단은 8일 밤늦게 수도 텔아비브 벤구리온 국제공항과 남부 도시 아슈켈론에 로켓을 발사했다. 이에 맞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내 1000개 목표를 보복 공격했고, 팔레스타인 보건부에 따르면 560명이 사망했다.
부상자도 속출해 양측 보건부에 따르면 5200여 명(이스라엘 2300여 명, 가자지구 2900여 명)이 다쳤다.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대거 피란길에 올랐고,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8일) 오후 9시 기준 12만3538명이 이동했다”고 밝혔다. 가자지구엔 세종시보다 조금 넓은 면적(360여㎢)에 237만 명이 밀집 거주하고 있다.
이와는 별개로 양측은 9일 가자지구 주변 7~8곳에서 교전을 벌였다. 하마스 측 대변인은 “대원들은 아직도 이스라엘에서 싸우고 있다”고 주장한 반면,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가자지구 장벽 주변 지역의 통제권을 회복했다”고 밝혔다. 레바논 남부에 근거지를 둔 무장세력 헤즈볼라도 이날 레바논 및 시리아 접경지역인 골란고원의 이스라엘 점령지 셰바 팜스에 로켓과 박격포를 쐈고 이스라엘도 포격으로 맞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날에 이어 8일에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통화하고 지원을 재차 약속했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은 2017년 취역한 ‘수퍼 핵 항모’ 제럴드 포드 항모 전단의 동지중해 이동을 명령했다. 또 이 지역에 F-35 등 전투기 편대를 증강 배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 하마스와 헤즈볼라 소속 익명의 고위 관계자들을 인용해 이란 안보 당국자들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계획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보도했다. 또 2일엔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열린 한 회의에서 하마스의 대규모 공격작전을 이란이 승인했다고도 전했다.
하지만 9일 AFP통신에 따르면 나세르 카나니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이란의 역할과 관련된 의혹 제기는 정치적 이유에 바탕을 두고 있다”며 “팔레스타인은 이란 정부의 도움 없이도 자국을 지키고 스스로의 권리를 회복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과 의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 주도로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이슬람 수니파 국가 간의 이른바 ‘중동 데탕트’가 추진 중인 가운데 시아파 맹주인 이란이 이를 막기 위해 하마스를 지원했다는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앞서 가지 하마드 하마스 대변인은 8일 “이란은 팔레스타인과 예루살렘이 해방될 때까지 우리 전사들과 함께하기로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김상진·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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