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성차별 연구한 개척자" 노벨경제학상에 美골딘(종합)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클로디아 골딘 미국 하버드 대학 교수는 노동시장 내 성별 격차 문제를 역사적 관점에서 연구하며 스스로도 경제학계의 '유리천장'을 깬 인물로 평가된다. 그는 200년 이상의 미국의 데이터를 수집, 시간에 따라 노동시장에서 여성이 겪는 불평등이 어떻게, 왜 변화해왔는지를 분석·규명해온 대표적 노동경제대가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9일(현지시간) 2023년 노벨 경제학상 발표문에서 "골딘 교수는 수세기에 걸친 여성 소득, 노동시장 참여에 대한 포괄적 설명을 사상 처음으로 제공했다"면서 "여성의 노동시장 결과와 관련한 우리의 이해를 진전시킨 공로를 인정해 상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경제사학자이자 노동 경제학자인 골딘 교수는 1990년대의 저서 '성별 격차 이해' 등을 통해 기존 연구에서 사실상 간과돼온 여성 노동자들의 차별 문제에 주목했다. 또한 경구 피임약이 여성의 경제활동과 결혼에 미치는 영향,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남성보다 높아진 이유 등을 규명하면서 여성 노동경제학을 천착하는 대표적 경제학자로 주목받았다.
과거 오랜기간 여성과 남성 간 임금격차는 교육 수준의 차이에 기인해왔으나, 이제 고소득 국가 대다수에서 여성의 교육수준이 남성보다 훨씬 높은 상황이다. 대신 골딘 교수의 연구는 첫 아이 출생 때 임금 격차가 발생하고 여성의 육아 참여 수준이 일반적으로 훨씬 높다는 점도 나타낸다. 남녀가 동일선상에서 출발하더라도 이러한 출산, 육아 과정에서 10년 정도 뒤에는 상당한 임금 격차가 발생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국내에서도 골딘 교수는 몇 해 전 공개한 저서 '커리어 그리고 가정: 평등을 향한 여성들의 기나긴 여정'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이 책에서 100여년간 미국의 대졸 여성들을 다섯 세대로 나누어 성별 소득격차를 추적한 후, 소득격차의 3분의 2가 남녀 간 직업 차이가 아닌 같은 직업 안에서 발생하고 주요 요인이 출산이라는 결론을 제시했다.
아울러 또 다른 공동 연구 논문에서 골딘 교수는 1980년대 미국 심포니 오케스트라에서 여성 단원 수가 급격히 증가한 이유 중 하나가 성별, 인종을 숨기는 블라인드 오디션에 따른 것임도 규명했다. 그는 2014년 전미경제협회 연설에서 고용주가 직원들의 근무시간 선택에 더 많은 유연성을 허락할 경우 성별 임금격차가 줄어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가장 최근에는 '왜 여성이 승리했는가' 논문을 통해 미국 사회의 다양한 부문에서 여성이 남성과 동일한 권리를 획득한 과정을 기록해 주목받았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선정 위원회 의장인 야코브 스벤손은 "노동에서 여성의 역할을 이해하는 것은 사회를 위해 중요하다"면서 "골딘의 획기적 연구 덕분에 우리는 (성별 격차의) 근본적 요인과 앞으로 해결해야 할 장벽들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됐다"고 평가했다. 노벨위원회는 여성이 글로벌 노동시장에서 아직도 과소 대표돼있다고 지적했다.
1946년 뉴욕에서 태어난 골딘 교수는 코넬대에서 미생물학을 전공, 시카고대에서 경제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0년 하버드대 경제학과 최초의 여성 종신 교수가 됐으며 2013년에는 전미경제학회장을 역임했다. 여성이 전미경제학회장을 맡은 것은 앨리스 리블린(1986), 앤 크루거(1996)에 이어 3번째였다. 스스로도 경제학계의 유리천장을 깨온 인물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골딘 교수가 올해 상을 받으면서 역대 노벨 경제학상 여성 수상자도 총 3명으로 늘었다. 노벨 경제학상은 1969년부터 올해까지 모두 55차례 수여됐으며 올해까지 수상자는 총 93명이다. 이 가운데 여성 최초 수상자는 2009년 엘리노 오스토롬 인디애나대 교수, 두번째는 2019년 수상자이자 역대 최연소 수상자인 에스테르 뒤플로 MIT 교수다.
현지 언론들은 최근 남성, 공동수상이 다수였던 노벨 경제학상에 여성 경제학자가 단독으로 뽑힌 것에 주목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골딘 교수는 경제사, 경제적 접근 방식을 결합해 여성 노동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교육과 육아 관련 결정, 피임약과 같은 기술 혁신, 경제적 구조의 변화 등에 영향을 받았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골딘 교수는 오랫동안 이 분야의 개척자였다"라고 전했다. 이날 골딘 교수는 자는 와중에 노벨 경제학상 수상 소식을 알리는 전화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주요 외신들에 "기뻤다", "이 분야에서 왜 그렇게 큰 변화가 있는지 이해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매우 중요한 상이지만 여전히 (남녀임금에) 큰 차이가 있다" 등의 소감을 전했다.
노벨 경제학상의 정식 명칭은 '알프레드 노벨 기념 스웨덴 중앙은행 경제학상'이다.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에 따라 다른 5개 부문으로 제정된 노벨상과 달리, 스웨덴 중앙은행이 창립 300주년을 맞아 1968년 노벨재단에 기부한 출연 재산을 기반으로 제정됐다. 이날 경제학상 수상자 발표에 따라 지난 2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3일 물리학상, 4일 화학상, 5일 문학상, 6일 평화상까지 2023년도 노벨상 수상자가 모두 확정됐다. 올해 노벨상 수상자는 총 11명이며 이중 7명(64%)이 남성이다. 수상자 평균 연령은 67.3세다. 시상식은 노벨의 기일인 12월10일이 낀 '노벨 주간'에 스웨덴 스톡홀름(생리의학·물리·화학·문학·경제상)과 노르웨이 오슬로(평화상)에서 열린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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