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도 진행성 폐암 로봇 수술… “조만간 자리 잡을 것”

민태원 2023. 10. 9.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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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강경 수술보다 정밀 절제 가능
섬세한 수술로 조직 손상 최소화
합병증 적고 흉관 거치기간 단축
美는 폐암 수술 50% 로봇이 담당
가톨릭의대 성빈센트병원 현관용 교수(가운데) 등 의료진이 폐암 환자의 로봇 수술을 앞두고 로봇팔에 장착된 수술 기구를 살펴보고 있다. 성빈센트병원 제공


A씨(83)는 얼마 전 건강검진에서 오른쪽 폐에 2㎝의 암 의심 소견을 받았다. 추가 검사 등을 통해 암이 흉벽을 침범한 것으로 확인됐다. 병기 상 3㎝ 미만 암은 1기에 해당하지만 A씨의 경우 흉벽까지 암이 퍼져 최종 2기로 판정됐다. 다행히 주변 림프절까진 전이되지 않아 수술로 종양을 제거하기로 했다.

진행성 폐암에는 흉강경 수술이 일반적이지만, A씨는 보다 정밀한 절제가 가능한 로봇 수술을 선택했다. 흉벽을 파고든 암 제거에는 일자형 수술 기구를 장착한 흉강경보다는 자유롭게 구부러지는 관절을 가진 로봇팔을 움직여 수술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의료진 권고를 받아들인 것. 가슴을 열어야 할까 봐 걱정했던 A씨는 수술 후 빠르게 회복돼 정기검진을 받으며 경과를 관찰 중이다.

로봇 장비와 의술 발전이 고난도의 폐암 수술에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로봇 수술은 최대 10배 확대된 3D 영상으로 선명한 시야 확보가 가능하고 상하좌우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회전하는 관절 기능을 갖춘 로봇팔을 의사가 별도 공간에서 조정해 병변을 절제하는 방식이다. 인체 내 좁은 공간에서 섬세한 수술이 가능해 주변 조직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비뇨기·부인과·갑상샘 등 질환이나 암 제거 수술에 주로 활용돼 왔다. 흉부 질환의 경우 종격동(양쪽 폐 사이) 병변이나 식도암 등의 수술에 국한됐는데, 점차 적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것. 초기(1·2기) 폐암은 물론 흉벽 침범 등 진행성 폐암 수술에도 적용이 느는 추세다.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진행된 1000여건의 흉부 로봇 수술 가운데 폐암 수술은 200여건(15~20%)으로 추산됐다. 가톨릭의대 성빈센트병원 폐암센터 현관용(흉부심장혈관외과) 교수는 9일 “우리나라에서 연간 시행되는 폐암 수술이 1만여건임을 감안하면 2% 수준으로, 폐암 분야에서 로봇 수술은 이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은 폐암 수술의 50%를 로봇이 맡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빅5’ 병원을 비롯해 전국 10여개 대학병원이 시행하고 있다.


폐암은 종류와 진행 정도, 환자 나이, 전신 상태 및 동반 질환에 따라 수술 범위나 추가적인 치료법이 결정된다. 가장 좋은 치료는 수술인데, 눈에 보이는 암 덩어리 뿐 아니라 주변에 퍼져 있을지 모르는 폐 조직까지 넓게 제거한다. 또 암 전이가 가장 잘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흉곽 내 림프절 모두를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암덩이가 포함된 폐엽(5개의 좌우 폐 조각)이나 주변의 특정 구역까지 광범위하게 절제하지 않으면 남은 부위에서 재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3기 초기까지 수술이 가능하다.

폐암에도 개흉 수술 대신 흉강경이나 로봇을 활용한 최소침습 수술이 늘고 있다. 흉강경과 로봇 수술은 둘 다 가슴을 여는 대신, 갈비뼈 사이에 3~4개의 작은 구멍을 뚫고 수술을 진행한다. 상처가 작아 수술 후 통증이 적고 입원 기간이 짧으며 일상 복귀가 빠른 장점이 있다. 다만, 흉강경은 일자형 수술 기구를, 로봇 수술은 움직임이 용이한 로봇팔을 쓰는 점이 다르다. 로봇 수술의 경우 최근 자동봉합기, 로봇 형광 이미징, 로봇 초음파 절삭기 같은 기술이 접목돼 효율성이 더 높아졌다.

현 교수는 “아직은 흉강경 수술을 더 많이 하지만 로봇 수술의 범위가 점차 넓어지는 추세”라며 “흉강경으로는 어려운 흉벽 침범 폐암이나 ‘폐엽 소매 절제술(암 제거 후 정상 부위끼리 이어붙임)’에도 로봇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이 병원 조덕곤 폐암센터장은 “광범위한 림프절 절제에 로봇 수술을 적용하면 후두나 횡경막 신경 손상 위험이 낮아져 수술 후 쉰 목소리, 횡경막 상승 등의 후유증을 줄일 수 있다. 특히 신경 침범이 의심되는 암을 (개흉이나 흉강경으로) 제거할 경우엔 부득이 신경이 절단되기도 하는데, 정교한 로봇 수술로는 최대한 신경을 보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로봇 수술은 암이 있는 폐엽과 전이가 의심되는 림프절을 완전히 제거해 재발률을 낮춘다. 현 교수는 지난해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와 올해 3월 대한흉부종양외과학회 학술대회에서 고난도 폐암의 로봇 수술 사례를 발표해 주목받았다.

그는 “최근 대규모 연구에서 흉강경 수술과 로봇 수술이 동등하게 개흉 수술에 비해 합병증 비율이 적고 특히 로봇 수술은 흉강경에 비해 흉관(수술 후 공기·진물 빼는 관) 거치 기간을 줄여 입원 기간을 단축시키는 것으로 확인돼 앞으로 폐암에서도 로봇 수술이 많은 발전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폐암이 많이 진행돼 수술이 불가능하다면 항암·방사선 치료를 병행한다. 근래 부작용 적고 효과적인 표적 항암제나 면역 치료제의 개발로, 이를 선행적으로 사용해 암을 줄인 뒤 수술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런 수술 기법과 항암 치료의 발전이 주요 암 중 세 번째로 낮은 폐암의 5년 생존율(2016~2020년 36.8%)을 조만간 끌어올릴 것이란 게 의료계 전망이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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